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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해외여행을 통해 얻은 것

by 얼음마녀

비록 시골공무원이지만 내가 공무원이 아니었으면 택도 없었던 일들이 바로 해외연수이다. 모든 직원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 자라 유럽의 땅을 밟게 된 것도 참 운이 좋았던 거 같다. 막 공무원 해외연수가 시작될 단계에서 간 것이라 만족도가 상당했다. 시골공무원인 면서기라도 되서 좋았다는 생각이 그때 강렬히 들었다.


그때의 추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건지 첫 해외여행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언제 또다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때 내가 20대때 가본 곳을 다시 밟고 그때를 다시 기억하고 싶다. 강렬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언젠가 책인가 잡지에서 '60대의 생일은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보면서 하루를 맞이하고 싶다'라는 버킷리스트를 본적있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언제 북유럽을 가보나 했는데 그곳에서 생일은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2019년 정책연수로 핀란드 땅을 밟아본 것도 기분 좋은 기억이다.


25년 전 그 당시 내 나이가 26살인데 답답한 시골 섬 구석에서 살다가 난생처음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과 함께 창밖을 통해 본 광경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붉은색 지붕과 초록이 어울린 전원적인 주택 풍경이었다. 내가 똑똑했다면 그 유럽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의 여행 계획도 세우고 영어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혼자서 떠나는 배낭여행도 해볼 수 있겠지만 그 당시 난 아무것도 혼자서 제대로 할 수 없는 쫄보였기 때문에 그냥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런던, 오스트리아를 점만 찍고 온 것에 너무너무 만족하고 그 느낌만 평생 간직한 것도 아쉬울 따름이다.


또 운 좋게 그 후 캐나다 1주, 9.11이 터지기 직전인 2000년도에 미국서부도 다녀왔다. 난생 처음 미국 L.A 공항에 도착했을때 성조기가 공항 한쪽 그 높은 벽을 장식하고 있는 걸 보고는 바로 여기가 미국이구나 실감했다. 그랜드캐년, 라스베가스, 다즈니랜드,유니버설 스튜디오, 나이아가라 폭포 그 모든게신기한 세상이었다. 그 당시 L.A에 있는 한인식당에서 우연히 태권도복을 입은 한국소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 그 소녀는 어른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렇게 한 두차례 외국을 다녀온 후 아빠는 내가 조금 성숙해졌다는 말을 했었다. 항상 철없는 딸이 해외를 다녀와서 얼마나 성숙해졌다고 저런 말을 할까 이해를 못했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사이 여행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하는가 보다 어렴풋히 생각을 했다.


거의 20년 가까이 돼서 남편의 두바이 파견근무로 인해 여름류가철 그곳을 경유해서 아이들과 런던을 자유여행으로 두 번 가게 되었을 뿐 자유여행다운 여행을 계획하지 못했다. 남들은 호텔과 비행기만 예약해서 다니기도 하던데 그 모든 여행 과정에 대한 호기심도 거의 50이 다 되어서야 시작을 했다. 나이 들어 계획하니 두려움도 두배였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지. 호텔 예약은 제대로 된 걸까. 급기야 아이들과 런던 최초 자유여행 후유증으로 귀국후 일주일간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미라꿈만 꾼적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것은 2019년 글로벌 리더 교육 과정 중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 시에 있는 조지아대학교로 한 달간 연수를 갔을 때 들었다. 내가 지금이 아닌 20대에 영어연수를 왔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열정도 있었고 영어 배우기 수월할 텐데 지금 50이 넘다니. '난 연수를 너무 늦게 왔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이 들어하는 영어는 혀가 딱딱해져서 사투리 억양과 영어 엑센트가 어우러져 진정 영어 인가 하는 자괴감이 심하게 든다.


물론 나의 20대 그 시절엔 경제적으로 유학할 능력이 안되고 지금은 시간과 여건이 안된다. 뭐든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오십대 초반인 내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그 때를 더 이상 놓치지 않을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침에 신간서적 인터넷서 검색하다가 사십후반에 핀란드로 유학떠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직 공부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이 남아있는 때 시도한다는 그 용기가 너무 부러웠다. 지금 내게 남겨진 휴식의 시간에 나도 다시 토익공부를 시작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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