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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ul 16. 2021

느리지만 그래도 시간은 가는 시골 면사무소

정말 느리게 가는 거 같으면서도 시골에서의 시간도 어김없이 간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농사도 많이 짓고 부농도 많기 때문에 산업팀으로 가는 민원이 현저히 많다. 사무실은 아주 비좁고 천정이 낮아서 민원인 응대하는 목소리가 유달리 큰 직원도 있다. 오히려 민원인의 목소리보다 직원 목소리에 신경 쓰느라 업무 집중 못할 때가 많다. 정신이 집중되는 분위기가 아닌 정신 분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민원인들에게 인사를 하는 걸 놓치지 않아야 하기에 정신줄은 꼭 잡고 있어야 한다.


제발 태풍이나 자연재해 같은 것이 없으면 농민들도 걱정이 없을 텐데 한차례 일기예보에서 폭우나, 폭설이 나오면 피해조사를 해야 하는 우리도 걱정이다피해조사 때는 또 담당 마을 이장과 현지조사를 가야 하기에 협조를 잘해주는 이장님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복인 거 같다. 현장을 나가지 않으면 피해율을 부풀려 신고하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이 이장동행 현장 실태조사는 필수이다.


본격적 영농기철이면 산업팀에 찾아오는 민원인의 수가 현저하게 준다. 수확철이면 농민들이나 이장님들은 수확한 멜론, 수박, 계란, 딸기 등을 면사무소에 자주 가져다주신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맛있는 수박 딸기, 옥수수 먹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면직원들을 생각해주는 농민이나, 이장, 이웃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시골에서도 주민 간의 경제상황이 그렇게 현저히 틀림에도 사건사고 없이 시골의 일상은 반복된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주민들이 기부를 하고 자원봉사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준다간혹 일 처리에 불만을 품고 사무실 직원을 폭행한 일도 있지만 정상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그런 그가 1년 징역생활 마치고 얼마전 다시 면사무소를 찾은 적 있다. 하지만 과거 그때처럼 산업팀 직원을 맘에 안든다고 볼펜으로 찍는 일은 없지만 한시도 경계를 늦출수 없다. 내가 없을때 있던 일이지만 그가 왔다 간후 누군가가 말해줘서 알았다.  


놀라운 사실은 이 농민들이 한해 버는 수입이 공무원들 연봉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농사짓는 것도 어마어마하고 혼자서는 안되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일을 하는데 거의 일 년 내내 언제 쉬나 싶을 정도로 그곳의 농민들은 정말 바쁘다. 몇백 평이 아닌 몇천 평, 만평 이상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아 웬만한 농민들은 이곳 농민들에게 명함도 못 내민다. 젊은 시절부터 끊임없이 농사로 자녀들 대학, 유학까지 보낸 사람도 많다. 우스개소리로 여기 농민들은 외제차를 타고 트렁크에는 예초기등을 싣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남편은  한참 퇴직후 낚시 하겠다더니 최근엔 주말농장 한다고 텃밭 50평이라도 사달라고 하는데 평생 농사도 안 지어본 서울 사람이 농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싶다.


그와 반면에 복지팀에 오는 민원인들은 그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힘들다. 표정은 어둡고 몇 년 전과 비교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독거노인인 데다 그냥 생명을 연장하고 하루를 살아낼 뿐 별다른 자립이나 자활에 대한 희망은 당연 없다. 복지라는 게 사실 나아지는 것보다 현상유지가 아닌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 해도 다행이다. 어찌되었건 한 사이클의 주기를 지나면 대충 면사무소 일의 윤곽이 잡힌다. 가만히 책상앞에 앉아서는 절대 시간이 안간다는 것은 진리다. 무조건 여기저기 분주히 뛰어 다녀야 시간은 간다. 하지만 한해 한해 나이가 먹어갈수록 몸이 무거워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는것도 힘들어진다. 길게 건강하게 면서기로 근무하려면 체력을 기르는것도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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