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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ul 16. 2021

아웃사이더의 삶이 이렇게 편할수가

결혼을 하고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지금 근무하는 곳으로 전입을 오게 되었다. 당연히 동기도 없고 고향 지인도 없기에 이곳은 완전히 내가 낯선 지역이다. 20대 갓 신입이라면 이곳에서 새로운 관계를 개설하는 게 쉬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데대 육아에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30대 후반의  내게는 적응하는 것부터 해서 모든 게 버거웠다. 게다가 내가 막 이곳에 정착했을 때 이곳에 폭설이 70센티 이상이 와서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던 나는 극심한 추위와 폭설로 이곳에 온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휴직을 쉽게 선택하지도 못하고 퇴직도 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삶이 진행 중이었다. 어떻게든 낯선 이곳에서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며 버티고 살아남아야 할 텐데 앞으로의 육아기간을 고려해볼 때 까마득한 안개로 덮인 앞날이었다. 그렇게 난 가시덤불로 덤힌 적응 길을 헤매고 다니느라 자연스럽게 아웃사이더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십여 년간을 적응하느라 힘들게 살아왔지만  시절은  어느 누구도 쉽게   있거나 이해해   있는  아니었다. 고통이든 뭐든 오로지 자신의  이기에 아무리 누굴 붙잡고 이야기해봤자 해결될  있는  아니었다. 남편 또한 브레인 구조 나와 철저히 다른 사람이라  어떤 고민이나 힘듬을 토로해도  중립자의 입장에서 비판 분석하는 철저히 남의 편인 자였다. 지금에야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어 여성들의 온갖 고민을 올려놓고 같은 여성들끼리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고민을 공유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있다지만 그땐 짐승이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핥고 치유하듯 스스로 삭이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점점 결국  개인의 고민은 어느 누구도 해결해줄  없고 지인에게 말한다 해도 그건 약간의 공감과 위안을 얻을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책에서 답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도 그즈음 알아가기 시작했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알기에 애써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데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 어떤 모임이 없으니 나의 개인 시간을 쪼개서 오늘은 누구를 만나고 누굴 만나고 계획하지 않아도 되고 딱히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야심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인맥 관리하고 어떻게든 썩은 동아줄이 아닌 튼튼한 밧줄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같이 해외여행을 간 모임, 동기모임, 같은 면에 근무한 모임, 같은 여고를 나온 모임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등 정말 다양한 모임이 많다. 또 모임 속에 모임까지 있다. 술 모임도 그렇고 그런 모임에서는 주로 어떤 사건이나 어떤 인물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세세히 요리하는 일도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그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입에서 나온 가십거리들이 공공연히 떠돌아다니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난 퇴직할 때까지 이곳에서 지금처럼 아웃사이더로 살 계획이다. 어떤 동료는 퇴근 후 술 모임이 있는 것에 상당한 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자기만족으로 살면 되지 그와 비해 퇴근 후 집으로 직행하는 나에게 대해 왜 그렇게 사냐고 한 적 있어서 급 어이없던 적이 있다. 나이도 나와 비슷한 연배인데도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다는 게 나이만 같다고 모든 게 같은 게 아닌 사고방식이 낡고 고루한 사람이 있긴 있는 거 같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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