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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ul 29. 2021

한때 이민을 꿈꿔봤지만

살면서 '이민'에 대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막연한 생각만 하다 끝나기도 하고 일부는 용감하게 실행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 막연히 잡을 수 없는 꿈처럼 늘 생각만 했었다. 실행할수 없는 이유로는 나이도 많은데다 기본적으로용기도 없고 나 혼자가 아닌 가족들의 의견도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건 이민 가서 생계유지 해나갈 어떤 기술도 없고 자본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가는 가져간 돈만 까먹고 실패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나처럼 꿈은 꿔보지만 결코 실행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래전에 읽은 에세이가 아직도 기억에 있다. 부인은 가정주부이고 남편은 교사로 명퇴를 했다. 딸과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인지 딸인지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몸도 약하고 학교에 적응 못해서 힘들어하다가 미국으로 온 가족이 단기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부부가 초밥집을 하면서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이야기다. L.A 였던거 같은데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지만 나름 장사도 잘돼서 한국의 지방도시에 집도 사고, 자녀의 피부병도 고치고 아이들도 그곳에서 대학도 졸업하고 나름 성공해서 귀국한 이야기였다.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나름 그곳에서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쓴 이윤기 님의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아들도 학교에서 맞고 오는 등 적응을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몇 년 교수 자격으로 전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자녀들이 미국생활에 잘 적응해 자신감도 얻고 미국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의 책 내용에서 그는 이걸 '플란테이션'이라고 불렀다. 자녀들을 외국의 토양에 이식하여 바꾸는 것이다. 결국 그는 플란테이션으로 자녀교육에 성공했다. 그의 딸은 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내에서 아버지처럼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면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서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할까 고민하다가 이민을 강렬하게 꿈꾸게 된다. 사교육 학원이라는 것도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것이다. 학원도 없는 외국은 어떻게 학교 교육만으로도 교육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단지 공부에만 올인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예능, 체육활동을 하고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토론식 수업도 하면서 성적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넓고 깨끗하고 자연환경 좋은 곳에서 아이들이 성적으로 경쟁하며 스트레스받지 않는 교육받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공부에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데 모든 아이들이 재능이 있을 리는 없고, 또 예체능에 재능이 있다한들 그 부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포함해 쉽지는 않다. 공부에 특출 나지 않는 아이들을 대한민국의 현재 교육 현실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게 할지 답이 없었다. 설사 운 좋게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해서 우수한 대학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쉽진 않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해야만 인정받는 그런 현실은 아이들이 결코 자신감 가지고 행복하게 생활하지 못하게 만들거라 생각했다.

 

교육적인 문제 외에 이민을 가려하는 사람들 중에는 한국의 부동산 문제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도시와 시골의 격차도 심해져서 내가 살고 있는 시골 아파트는 3억 정도면 30평대의 새 아파트에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0억 가까이다. 10억을 그냥 깔고 앉아있는 것이다. 10억이라면 시골사람들은 3억짜리 집을 사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두고 그 이자 가지고 평생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제 서울에서 정착하겠다는 건 완전 꿈이 되었고 그림의 떡이 되었다. 자녀가 어쩌다 서울로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닌다고 하면 당장 집을 어떻게 구해줄지가 큰 문제다. 앞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서울 입성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었다. 시골에서 그냥 월급쟁이 직장인으로 살며 돈을 모아 서울에 집을 산다는 것은 당초부터 헛된 꿈이었다.


몇 번 나의 상상으로만 그렇게 이민을 꿈꾸다 말다 반복했을 뿐이다. 만약 부부가 같은 생각이라면 단기 이민이라도 알아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고 이것저것 알아보겠지만 혼자의 일방적인 희망은 꿈꾸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민이 쉬운 일은 아니고 이민 가서 정착 못하고 돌아온 사람도 있고 그곳의 삶도 이곳보다 못할 수 있고 결코 녹록하지 않다. 주변에 호주로 이민을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지인도 있는데 지인 역시 그곳에서도 힘들었기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제 이민에 대한 생각을 슬슬 지우기 시작했다. 나이가 드니 병원 가까운 데서 살아야겠어서 건강보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니 우리나라만큼 의료시스템이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막상 외국 가서 아프게 된다면 어떻게 커버가 될지 그 두려움이 앞섰다. 젊을 때는 단순히 이민이나 유학 그 모든 걸 쉽게 여기고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나이가 드니 체력이나 건강, 의료비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생활 경험도 할겸 어학연수를 하는  좋겠지만 이민에 대해서는  나이에 외국 가서 고생할  있나 하는 쪽으로 생각이 흐르고 있다. 그래도 만약   중의  명이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캐나다나 뉴질랜드 또는 영국에 가서 살면서 부모를 초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상해보지만 지금 하는  봐서는 택도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기 어학연수는 애들과  가고는 싶다. 문제는 아이들이 가고 싶지 않다면  가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도 다니고 싶지 않아 했는데 무슨 욕심이 있어서 어학연수를 가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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