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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ug 04. 2021

유쾌한 사우나 직원

매일 이용하는 헬스장, 파동 욕장, 사우나에서  마주치는 카운터 직원이 있다. 다른 남직원   여직원  명과 교대로 매일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는  같은데 어떤 날은  보이다 다음날은 셋다 근무하기에 자세한 근무시스템은 그냥 추측만  뿐이다다른 여직원  명은   보이고 한국말이 서투른 것으로 보아 외국인인 듯한데 그녀는  여직원과 달리 한국말에 서투르다거나 그런 점은 느끼지 못했다. 나이는 40대로 보였고 왠지 현실에는 없는 동화 속에 나오는 유쾌한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때론 그녀가 과연 한국인일까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의문은 지금도 갖고 있다. 그동안 모든 서비스직에서   캐릭터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의 전무한 사회관계 상태에서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그녀가 건네주는 한마디는 가뭄  단비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유난히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같아서 즐겁다. 혹시 내가  가면   오나 궁금해하지 않을까. 매일 이곳을 찾는 나의 정체를 궁금해할  같다는 상상도 했다.  역시 그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녀가 유난히 친절하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사우나 하시겠어요 ?"

" 운동을 참 열심히 하시네요 , 하다 보면 더 꾸준히 하시게 될 거예요"

그녀의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로 매일 방문하는 그것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즐기고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과연 나는 내 일을 하면서 저런 마음으로 즐겁고 유쾌하게 보낸 적 있었을까. 늘 분주하게 파동 욕장, 사우나, 심지어 트레이닝 강사가 있는 헬스장까지 동분서주하며 그곳 일까지 커버한다. 물론 같은 회사이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강사는 별 말이 없는데 그 여직원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가서 마스크 착용에 대해 당부하기도 했다. 가만 보니 나에게만 대화를 건네는 게 아니라 다른 손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거 같았다. 타고난 성격인지, 고향은 어디인지, 한국사람은 맞겠지 등등 그녀에 대한 별별 궁금증이 다 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사우나에서 나오면서 열쇠를 반납함에 넣을 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카운터 밑에서 불쑥 나오면서 특유의 부드러운 하이톤으로 " 안녕히 가세요" 하는 거다. 순간 " 어머 깜짝이야 " 하며 뒤돌아 가려는데 그녀가 멀리서 외치듯이 이렇게 말한다" 미인이세요 "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미인이라는 말을 내가 살면서 들어본 적 있었나. 그러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 저보다 어리시죠?" 순간 멈짓했다. 나도 그녀의 나이를 추측하기에 나보다 어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아뇨" 하면서 내 나이를 말했더니 깜짝 놀란다. 40대 중반으로 봤다는 거다. 뭐 요즘 실제 나이데로 보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대부분 자기 나이보다 한 몇 년 어리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말이다.


또 다음날은 전날 그런 대화를 나눴기에 왠지 서로 쑥스러울 거 같았다. 재빨리 키와 수건과 옷을 받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재빨리 파동 욕장으로 다시 내려가는데 그녀가 묻는다. "선생님 , 파동에 수건 있는데 그거 들고 가시면 못 닦잖아요"

"아 너무 뜨거워서 머리 쪽에 더 겹쳐서 쓸려고요"

"그럼 밑에서 추가로 달라고 하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하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내 마음에 따뜻한 파동이 일었다.


이런 사소한 관심과 배려가 상대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수많은 책과 말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 아닌가. 알면서도 실제 느끼고 경험한 적은 몇 번이나 있었는가. 따뜻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 상대에게 건네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서로가 너무 굳은 얼굴로 경계하고 사는데 익숙해져 있다. 문득 96년도에 첫 유럽여행 갔을 때 난 아무것도 모르는 촌뜨기였다. 벨기에 호텔 앞에서 조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다른 외국인 남성과 입구에서 마주쳤다. 그 남성이 영어로 아침인사를 나에게 했는데 순간 난 당황해서 모른 척하고 후다닥 가버렸다. 문화 문맹인이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처음 파동 욕장을 갔을 때도 난 열쇠함에 열쇠를 반납하고 나오면서도 "수고하세요" 이 한마디를 못했다. 쑥스럽기도 하거니와 그런 습관이 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그 카운터 여직원의 친절한 응대에 나도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젠 나올 때 꼭 "수고하세요"하고 나온다. 헬스장도 연말까지 끊어서 올 연말까지는 매일 그곳을 가야 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유쾌한 그 직원 때문에 그곳에 가는 것이 너무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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