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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Sep 08. 2021

어느 귀촌자 아주머니의 마음

해마다 다양한 이유로 귀농귀촌자들이 이곳에 터전을 잡는다. 가끔 면사무소 산업팀에 오는 민원을 보면 귀농귀촌자인지는 하는 이야기를 듣고 알 수 있다. 고향은 원래 이곳이지만 도시에서 직장 다니다 그만두고 농사짓기 위해서 역으로 고향을 찾는 경우도 귀농자로 분류되는듯하다. 정말 아무 연고도 없이 여행 왔다가 집 짓고 터전을 잡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대부분 빈집을 수리해서 사는 편이라 빈집 정비사업이나 슬레이트 철거 지원 사업에 관심이 많다


복지업무를 보는 입장에선 농어촌 빈집을 찾아 기초수급자만 전입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런 경우도 흔치는 않다.  5  일이다. 강원도에서 농어촌 빈집 정보를 찾아  지역으로 전입  기초수급자가 있었는데 뇌에 질환이 있는 아주 예민한 민원이었다 복지업무는 공무원보다  빠삭하게 꿰고 있었으며 정보공개 이의신청  공무원들이 신경  만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하는데 듣고 보면 훈계나 협박 같기도  말투와 태도 등이 극한 공포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하루에 그런 사람  명만 상대한다면 혼이 나가고 에너지가 소진될 것만 같았다. 도시에는 그런 민원이 많다고 들었기에 인천광역시 근무하는 지인이 이쪽으로 내려오고 싶다고 상호교류를 하자고 했을  선뜻 오케이   없었다.   지인이 이곳으로 내려오겠다는 이유에 대해 속시원히 오픈하지 않고 뭔가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순수한 귀농자 비율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와 반면 순수한 귀촌자는 상당수 있는 거 같다. 그런데 대부분 귀농귀촌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듯한 게 이곳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마 이곳 사람들은 실정을 잘 아니 말도 안 되는 땅을 구입하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언젠가 귀촌자가 오니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저분 여기 사람들한테 사기 많이 당했다고.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 시골사람들도 귀촌자에게 무슨 사기를 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문제 있는 토지나 주택 등을 매도한 경우가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비단 사기뿐 아니라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귀촌자들이 적응 못하고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아 되돌아 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60대 중후반의 부부가 면사무소를 찾았다. 산업팀에서 일을 보고 복지팀에서 슬레이트 철거 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직원과 하는 이야기를 듣자 하니 이 분도 이곳 사람들에게 속기도 하고 분쟁에 휘말리고 그래서 마음고생이 심한 듯했다. 남편은 마르고 얼굴색이 좀 어두운 것으로 보아 건강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때 교편생활을 했지만 아파서 시골생활 결정했다고 한다. 부인도 넉넉한 인상이었지만 얼굴에는 현실의 문제로 인한 근심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방앗간에서 막 뽑은 뜨끈뜨끈한 가래떡을 직원들 먹으라며 한 봉지 가지고 오셨다. 양은 직원들 하나씩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이었다. 순간 거기서 나의 어리석음은 빛을 발했다. 그냥 떡인데 고맙습니다 하고 받으면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텐데 순간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에요, 저흰 이런 거 받으면 안 돼요'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도 과연 지금 이러고 있는 내가 현명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몇 분 후 아주머니는 실망하며 다른 직원에게 서운함을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순간 아차 했다. 그 후 일 처리를 기다리다 부부는 사무실 밖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주머니가 많이 상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었고 가서 죄송하다고 말했고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그 후 몇 번 더 부부는 사무실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뜨끈뜨끈한 가래떡을 가지고 오셨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참 바보같이 거절했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은 잘 적응해서 살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이 들어 자신이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낯선 지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모험이다. 도시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누가 이사하고 나가고 하는 것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에 나름 편안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시골은 상상했던 것만큼의 세계가 아니다.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고 처음에 이웃을 잘못 만나게 되면 두고두고 불행이다. 귀촌을 결정하기 전엔 마을 이장도 만나보고 사전조사는 필수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만큼 낭만적이거나 하는 점은 없으니 그런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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