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하다 보면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되는데 가장 큰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된다. 특히 같은 여성들과의 관계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이름만 들어도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바로 나오는 시골이라 그런저런 이유로 이곳 생활은 때론 숨 막히게 답답하게 한다. 이곳이 고향이거나 입사 유형이 비슷한 여직원들끼리의 네트워크나 오프라인 모임도 발달해 있기에 그중 한 명에게라도 뭔가 잘못 보인다면, 아니 잘못 보인다기보다는 상대가 편견으로 가득 차 누군가를 미워하게 된다면 그런 것들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치명적이게 된다. 이야기는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만 말하니까.
어느 조직에 건 토박이에 오래근 무한 여왕별 격 여직원이 있다. 같은 여성들끼리 연대하면 더 많은 시너지 효과가 날 텐데 현실은 서로 경계하느라 바쁘다. 같이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당발처럼 많은 신규 여직원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면 후배들이 반가워하며 그 여직원을 아는 체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익숙한 관계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또 한편으론 같이 근무를 해보고서도 저렇게 반갑게 아는 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여왕벌인 것처럼 생각하는 양 말이나 행동은 거침이 없다. 누군가는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는 무시하는 듯한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지만 윗사람에게는 얼마나 깍듯하게 대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눈이 위로만 달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동들을 조합해 보면 그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나의 성격도 과히 좋지는 않아서 화가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희비가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단순한 세포를 가진지라 좋은 이미지를 주기 어렵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만 할 뿐이지 고치려고 해도 고치지 않는 사투리처럼 유전자 깊숙이 자리 잡은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얼굴에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며 공격하는 순간 자폭하고 만다. 일이 벌어진 후 후회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여왕벌 행세를 하는 사람들은 상사들과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은밀히 다가가며 상사의 신임을 얻는다. 아울러 우수한 근평은 보너스로 따라올 거 같다. 그런 유리한 입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에게 자신의 극히 개인적이고 부정적인 견해로 프레임을 씌워 상사에게 일러바치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악의를 가지고 타깃을 정해 망신을 주려고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가리지 않는다. 상사 앞에서 마치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줄 아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여직원에 대한 험담을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당하는 순간이라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분노심이 끓어 올라 속으로 끙끙 앓게 된다. 정말 어떤 상황이 와도 직장에선 근무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디서 칼이 날아들지 모른다.
그렇게 여왕벌 행세를 하는 자들이 타깃을 두는 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질투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기보다 아랫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획득했을 때 그 질투심은 불타오른다. 타인이 이미 소유한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 바탕 위에 질투가 가미되면 걷잡을수 없는 불길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 상대에 언니 언니 하면서 들러붙은 여직원들은 제외다. 그렇게 들러붙는 자들은 참 사회생활을 잘하는 영악한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여왕벌과 대치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치자. 여왕벌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고 나와의 관계도 망치고 싶지 않기에 여왕벌 행세하는 자들과 나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그쪽에서 들은 이야기를 내게 해주면서도 그쪽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이야기도 그쪽에 당연히 전달해 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양쪽을 오가며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적의 정보를 내게 흘려주고, 내 정보도 적에게 은근슬쩍 흘린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상대가 나를 미워하는 원천에는 질투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친절하게 조언해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간에 오가는 자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며 그자를 멀리하고 경계하고 싶어 진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퇴직 시까지는 언제 어느 순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고 있기에 어느 정도 개인적으로 소소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것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질 시간은 몇 년 남지 않았다. 그 모든 게 의미 없어지고 누가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오래오래 사느냐에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다. 재직 시에 누군가에게 호통치고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골탕 먹이고 엿 먹이려고 이런저런 잔머리를 쓰는 건 정말 하수들이 하는 행동이다. 나도 퇴직하기 전에 나의 적들과 서둘러 화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