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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ug 04. 2022

아침에 핫도그를 먹지 않았더라면 싸우지않았을텐데

아침에 그놈의 핫도그가 문제였다. 아침부터 핫도그를 먹는 집도 없으려니와 하필 오늘 아침 왜 핫도그를 먹어야 했을까. 그 핫도그를 남편한테 주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기괴한 일이다. 그렇다면 간밤의 꿈이 문제였나.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게 작용한 걸까. 그래서 사주라는 것을 피해할 수 없는 것인가 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운명이라는 게 바꿀 수 없는 것이라 오늘 아침은 핫도그를 먹을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게 과연 정해졌을까. 핫도그를 먹지 않았다면 아무 일 없이 그렇게 웃으며 회사 간다고 이야기하고 활기찬 하루가 시작되었을 텐데.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없듯 이미 지나간 일을 바꿀 수 없다. 우리네 삶도 언제나 여러 가지 갈래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듯 안 좋은 결과를 보고 그 선택을 한 것을 후회를 해보자니 참으로 인생이란 참 기묘하다는 생각뿐이다.


아침을 먹고 후식이랍시고 남편에게 핫도그 먹겠냐고 하니 먹겠다고 해서 한 개만 해야 하는데 나도 솔직히 조금 생각이 있어 두 개를 전자레인지서 돌리고 케첩을 지그재그로 그럴듯하게 뿌렸다. 하지만 갑자기 먹고 싶지 않아 져서 접시에 두 개 담아 남편 앞에 두었다. 아니 왜 두 개를 주냐는 불평도 없다. 그걸 지켜보고 있노라니 설마 저 두 개를 먹을까 그냥 본인이 안 먹을 것이라고 맘먹고 편하게 생각하니 아무런 말 없이 먹는 거겠지 생각했다. 곧장 티브이를 보면서 한 개를 우걱우걱 먹더니 아무 말 없이 또 한 개를 집어 드는 것이다. 속으로 '설마' 두 개를 먹고 점심을 안 드실까 했는데 한입 베어 먹고는 날 돌아보며 "이거 먹을 거야"하는 거다. 핫도그를 그냥 이빨로만 먹은 게 아니라 입술이 끈적하게 닿았는지 케첩이 뭉그적거리게 붙어있는 핫도그를 보며 " 아니 그거 더러워서,,," 순간 남편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며

"뭐 더러워? 더러우면 왜 사니?" 하며 씩씩대고 바로 회사 옷을 입고 나가버린다.

"아니 남자가 왜 그리 속이 좁아?" 하면서 어떻게 남편을 잡아서 침대에 패대기치면서 그 상황을 넘겨보려 했으나 화가 난 상태에서 워낙 기운이 좋은 탓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뒤도 안 돌아보고 화가 난 상태로 집을 나갔다. 결국 난 가위로 남편이 베어 먹은 자리를 자르고 나머지 부분을 우걱우걱 먹었다.


항상 진지모드(남편)와 항상 장난모드(나)의 부부의 일상은 언제나 이렇게 시끄럽다. 매번 어이없는 일로 이렇게 싸우고 살고 있다. 나이 50이 넘어도 서로가 이렇게 왜 이런 문제로 자주 싸우는 걸까. 진짜 남편은 더럽다는 말에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걸까. 과거 더럽다는 말을 누구한테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아니 그것보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나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걸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고 그것 가지고 화내는 남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부부간에 해서는 안될 말일수 있다. 내가 너무 무례했을 수 있다. 난 솔직히 아무런 생각 없이 '앗 더러워'하며 농담 반으로 그걸 어떻게 먹냐고 하는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쩌면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다면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여동생에게 그 말을 했더니 웃으며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 사무실 직원도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잘 못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단순하게 내가 내뱉은 말로 매번 우리는 그렇게 싸운다. 그러다 다시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 생각 없이 그냥 툭 내뱉는 나의 말투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정말 사람은 웬만해선 잘 바뀌지 않는다. 원래부터 이렇게 살아와서 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려 깊고 말을 차근차근하게 하는 우아하고 교양 있는 닮고 싶은 여성상이 왜 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사람의 성격이 고착되기 전 바꿀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언제일까.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아직 남편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고 담배두갑을 샀다는 메시지만 온다. 문득 여 에스터와 홍혜걸 부부의 신박한 삶이 부러워진다. 첨에 각 침대에서 각 방에서 각 집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서로의 삶을 즐기며 또 만나고 그런 일상은 나이 들면서 아이 키워놓고 또다시 찾아오는 부부의 갱년기를 서로 슬기롭게 극복하는 그들만의 방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처럼 각 집을 둘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아직은 붙어서 같이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부부의 삶은 단지 동경일 뿐이다. 나이 드니 각 방이 필요한 이유도 조용히 만년필로 글 쓰고 작업하고 있을라치면 방문 열고 오며 가며 쳐다보며 접근하며 " 뭐해?" 하는데 그것에 대해 나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하다. '아니 지금 보면 뭐하는지 안 보이는가?' 남편의 입장에선 웃으며 장난치며 하는 말인지 알면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만의 방, 나만의 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카톡으로 남편한테 이 상황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도 더 잡음을 일으키고 잔소리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십 년 전의 나라면 혈기 왕성해서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땍땍거리며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하겠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더 현명할 방법일 듯하다. 그렇다고 서로 어떻게 내 치지도 않을 테니깐 , 과거 사례로 되짚어 볼 때 남편과 내 성격상 이 문제로 설마 3일 이상 냉전기를 거치지도 않을 것이다. 하루 반나절 동안 서로 각자 직장에서 시간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문제로부터 멀어지고 퇴근 후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지 모른다. 한편으로 내가 집에서 이 문제를 겪었다면 하루 종일 남편 오기를 기다리며 화는 화데로 내다가 그런 생활이  반복될수록 갱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기 매몰되어 심신이 피폐될지도 모른다. 고로 직장은 퇴직할 때까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도중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하세요?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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