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꿈을 꾸는 편이다. 또 꿈에 따라 다음날 컨디션이 좌우되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유지하면 꿈을 꾸지 않겠지 하지만 또 그러지도 않는다. 마음을 편하게 먹던 아니던 꿈을 항상 꾼다. 잡생각이 많아서 인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꿈을 얼마나 자주 꾸냐고 물어보면 자주 꾸지 않는다고 한다. 꿈에 대해 크게 신경 쓰는 거 같지 않았다. 또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눈을 감자마자 잠들기에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고 한다. 한때 가수 강수지처럼 꿈 내용을 매일 기록해 볼까 했지만 그건 부지런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꿈을 이렇게 자주 꾸는 이유가 신경이 너무 예민해서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게 계속 이어지기 때문인지 겉보기와 다르게 심약한 건지 알 수 없다.
분노하는 성격을 극복해야 하지만 갱년기라는 또 다른 변명거리가 생겼다. 나이 들수록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실천은 여전히 어렵다.
며칠 전에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공간에 갇혀 영화에서 처럼 그곳이 완벽히 닫히기 전 그 밑으로 빠져나오거나, 뭔가를 잃어버리거나 , 낯선 곳에서 방황하는 꿈이다. 이상하게 꼭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다음날 사무실에서든 어떠한 일이 꼬이거나 복잡한 일이 발생한다.
사방이 벽으로 막히고 막 도망치는 꿈을 꾼 다음날에 일어난 일이다. 월요일이 되면 민원인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을 늘 한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낮고 느리고 어두운 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하는데 그 목소리는 내 옆에서 가까이 들렸다. 흘낏 보니 시각장애인은 아니지만 항상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들고 자주 찾아오던 70대 노인 민원이었다.
늘 면사무소를 찾아오지만 팀원들한테 찾아오지 내 근처에는 오지도 않는 분이었지 난 그날따라 "복지팀장님한테 긴밀히 할 말이 있습니다˝ "하며 나를 찾았다. 완고하고 억지스러운 말투였다.
면사무소 밖 야외 벤치에서 꺼낸 이야기 내용인즉 부인은 시각장애 1급이라 힘든 상태이고 자신도 고령으로 부인 케어하기 힘든 상태에서 올해 여름까지 기초수급자였다가 어떤 사유인지 갑자기 탈락되었으니 조속한 시일 내에 그걸 원상 복구해주길 바라며 그게 안되었을 때 면장님, 그리고 군수님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오늘 면장님을 만나려다가 그래도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기에 우선 복지팀장을 만나러 왔다는 것이다. 억지 부리는 것이 느껴졌다.
팀원이 이렇게 말한다. ˝이상하네요. 보통 그분이 오더라도 팀장님을 찾은 적이 한 번도 없고 우리한테만 오는데... 간밤의 꿈이 떠올랐다.
그렇게 끝난 거 같았는데 그 민원인과 앉았던 벤치가 오래되어 나무에서 고무 같은 게 나와 있었는데 그게 바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걸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발견했다.
꿈속에서 나는 흰색 계열의 운동화 세 켤레가 있었다. 그때 사무실 여직원이 다른 남직원에게 하나를 빌려주라고 했다. 그래서 고심하고 하나를 그 남직원에게 빌려주었다. 나중에 남직원이 그 운동화를 신고 운동장에 있는걸 높은 곳에서 보고 있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그 남직원에게 어제 내 꿈에 나왔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꿈 내용을 보니 운동화를 준다는 건 상대를 도와준다는 것이라고 한다.
퇴근 무렵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에 그 남직원의 목소리가 내심 걸렸다. 아침에 유독 칼칼하게 느껴졌다.
퇴근시간 30분을 앞두고 웬 노인 민원이 씩씩거리면서 고함을 치며 그 남직원에게 찾아왔다. 한동안 화를 품어대고 겨우 돌아갔는데 그 남직원이 하는 업무에서 그 노인이 신청한 건이 빠지게 되면 내가 하는 업무에 넣어줄 수 있는 것이었다.
신청기간은 끝났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생전 그 남직원과 업무관계로 연결되는 일은 없지만 그 건은 그 직원 선에서 안 되는 걸 내가 해줄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결국 그렇게 그날의 일을 간밤의 꿈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