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지 못한 어느 시골 면장이야기 2
갇힌 세계 속의 이야기
그 사건 이후 내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것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되더라도 어떤 시도라도 해야 했다. 노조위원장, 감사팀, 인사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었다. 면장을 압박해야 했다. 하지만 이 조직은 오히려 이걸 드러내는 자가 곤욕을 치르는 시스템이라 애초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에 드러나더라도 모험을 해야 했다.
면장은 처음엔 자기가 뭘 잘못했냐는 안하무인 태도를 보였다. 나의 병가와 더불어 차례로 외부자의 방문이 있었고 옆에서 잘못을 지적해주니 그때서야 뭔가 자각하고 발동이 걸린 듯싶었다. 그 후 끊임없는 전화, 카톡 등을 통해 사과하려고 아주 안달이 난 모습을 보였다. 어떤 면죄부 받을 수작인지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는 둥 참으로 기가 찬 문자를 보냈다. 뭐가 그리 두렵긴 한 모양이다.
그 자는 예전부터 줄곧 자신이 새벽에 산에 가서 기도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기도는 속으로 하는 거 아닌가. 또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떠벌려도 되는 것인가. 그런 말을 드러내면 주변인들이 달리 볼 것 같아서 번지르르 포장하는 것일까.
화해하려는 그 자의 전화를 받는 순간 그 수에 당할 수 있다. 과거에도 잘못하고 용서 빌고 또 습관처럼 갑질하고 그런 걸 반복해 왔다고 한다. 어쩌면 이번 일도 그렇게 끝날 수도 있기에 절대 협상은 없고 마주할 틈을 주지 말아야 했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면장과 거리를 유지하고 냉기를 가득 품고 있는 상태였다. 그날따라 면장은 유난히 1층을 들락거리며 자주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인터폰이 울린다. 염탐하고 있었나. 끝내 받지 않았더니 카톡이 온다.
" 오늘 유난히 예쁘네로 시작하는...."
화해시도 하려는 자가 보내는 문구는 저급했다. 동네 아주머니들 방문할 때 그자가 자주 했던 말이 바로 "오늘 유난히 편안해 보이고 예쁘네.." 그런투의 싸구려 말이었다. 그자가 그런 말을 남발할 때 아주머니들의 얼굴에 함박꽃이 피는 걸 목격한 적 있다. 여자들을 상대로 그런 말을 쓸 때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는 그 천박함을 보여주었다.
최근 회식 때는 자신이 기도한다는 말을 했다.
"요즘 내가 기도를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그동안 꿈에 통 안 나왔는데 어제는 나오더라,,,,"
어떤 식사자리에서는 입에 지퍼를 잠그고 침묵하며 밥 먹다가 또 어떤 자리에선 혼자 분위기에 맞지 않고 딱히 응수할 수 없는 잡소리를 많이 하기에 다들 그려려니 했다.
그렇게 냉전과 경계의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내가 그 민원인을 만난 걸 알게 된 면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만나 사과도 했고 기억도 났다며.. 그럼 이제 팀장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 하지 않나 "
이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엉뚱한 포인트에 혼자 집중하고 자기 원하는데로 자신만의 프리즘을 통해서 보고 있었던것이다.
그동안 나한테 미안하다고 전화하고 카톡 보낸 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단순 액션이었나 싶다. 전화나 카톡을 통해 사과해서 얼른 무마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벼르다 반격 하는 것과 같았다. 어둠 속에서 눈을 번득이고 숨어 있다가 이빨을 갈고 다시 공격하려는 승냥이 처럼.
직원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자가 존엄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 모두에게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것이고 변하지 않을것이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피할수 있으면 피하고 아니면 맞서 투쟁하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