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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Oct 17. 2022

군청에 민원 전달해주고 일어난 일

쓰레기 민원인가 무단점용 민원인가

면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황당한 건 중간에 업무를 연결하려고 하다가 덤터기를 쓰는 경우이다. 민원인이 어느 부서인지 모르고 무작정 면사무소에 와서 호소를 한다. 내 소관이 아님을 알고 중간에 민원을 전달해줬는데 그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달 해준 사람이 중간에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을 겪었다. 공무원 생활 30년에 접어들었지만 새로운 사건은 계속 발생한다.


어느 날 마을 주민 두 명이 시간 간격을 두고 복지팀을 찾아왔다. 마을 땅에 누군가 커다란 흄관 여러 개를 막아놓고 혼자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마을 땅이라는 게 국유지였다. 내가 맡은 쓰레기 처리 문제가 아닌 국유지 무단점유 건이라 판단했다. 나는 그곳 주소를 파악해 군청 담당자에게 멜로 보냈다.


나중에 군청 담당부서에서는 현장 출장도 나오더니 그 흄관으로 막아둔 사람은 만나보지도 않고 그 인근 몇 명을 같이 묶어서 국유지 무단점유 건으로 공문을 보냈다. 흄관으로 막아둔 자는 그곳에 이전부터 퇴비며 지푸라기 등을 가득 쌓아두고 있었다. 그런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번엔 주민들이 그에 대한 민원을 넣은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수년 동안 그곳에 쓰레기도 버리고 태우고 그자도 그곳에 퇴비며 지푸라기며 쌓아두었고 주민 모두가 함께 양심을 버린 땅으로 해결책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너도 버리고 나도 버려야 하는데 너만 쓸려고 흄관으로 막아두냐 하는 게 민원의 요지다.


내가 전달해준 민원을 받고 군청 해당부서에서는 그에게 기간 내 치우라고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공문을 받고 그 자는 격하게 분노했다. 내가 쓰레기 치워주라고 했을 땐 듣지 않더니 하며 전화해서 누가 군에 일렀냐며 전화로 아주 난리를 쳤다. 그는 진상 민원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군청 직원들은  사람 말도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고  심정을 이해하겠다는 말을 했다.


쓰레기를 치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맘데로 국유지에 투기하고 소각한 쓰레기를 말이다.


출장 나와서는 심문하듯 내게  사건을 어떻게 해서 자기들에게 이첩을 했는지 취조하듯 조사했다.

공문 받은 자가 날뛰니 이제와 그것을 자기들에게 전달한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그 민원이 요구한 것은 쓰레기 처리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쓰레기 민원으로 밀고 가고 있었다. 당초 흄관 치워달라고 민원이 찾아온 거라고 몇 번을 말해도 인정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민원의 내용을 바꿀 수 있을까


진상 민원들은 보통 자신의 잘못된 행위는 인정 안 하고 큰소리치는 관습에 익숙해져 되려 큰소리친다. 그런 민원을 자기들한테 전달해줬다고 화가 났는지 어떻게든 나에게 전가시키려는 의도가 보였다. 처음 나를 찾아온 그 민원과 삼자, 사자 대면하자고 말을 할걸 그랬다.


앞으로는 면사무소가 아닌 군청에서 처리해야 할 민원이 발생하면 중간에 연결해주지 말고 군수를 찾아가던지 그쪽으로 바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군청으로 바로 가면 해결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민원인에게 속삭여야 한다.


 " 면사무소에서 군청으로 가라고 했단 말 절대 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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