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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Oct 19. 2024

그린덴발트에서 아침을

고즈넉한 그린덴발트

그린덴발트에서 이튿날을 맞았다. 이젠 두렵지도 않고 늘 내가 알던 동네같다. 늘 그렇듯 역하고 가까운 숙소를 잡아야 편하다. 첫날 이곳에 도착했을때 핸드폰 밧데리가 거의 방전이 되어가서 구글로 실시간 검색도 없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서 볼때는 역 근처에 있었고 또 블로거들이 많이 포스팅 해둔 곳이라 물어보면 역하고 가깝다고 해서 걱정을 안했다. 하지만 밧데리가 나가다보니 순간 겁이 났다. 지나가는 한국인 무리에게 검색좀 해달라고 하니 여성무리들이 검색을 해준다. 그중 한명이 똑똑한 분인가보다. "이거 반대네..." 가끔 구글지도를 보면 반대편으로 우리가 가고 있다. 방향을 잘 봐야한다. 그들이 가는곳은 불빛이 많이 있는곳이고 내가 가는곳은 역 아래로 가는건데 거의 어둠속이었다. 설마 내가 저곳으로 예약할리 없어 하며 반대편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그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던 그 유명한 '아이거 북벽' 뷰가 보이는 곳이다.  블로그에서 봤던 그 테라스다. 호텔에선 1층이고 테라스가 없다고 이메일이 왔던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이제 이튿날이나 잘 찾아갈수 있고 어두워도 두렵지가 않다. 하지만 그곳의 쿱은 7시면 문을 닫아서 7시전에 먹을것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오늘도 쿱을 들르지 못했다. 가방속에 비상식량 사과과 계란과 요거트가 있다. 우선 저녁은 그것으로 끼니를 떼워야 했다. 완전 우리나라 지리산 밑 산장같은 느낌이다. 아무것도 없고 호텔과 바로 아이거 산이다.이곳을 기점으로 그린덴발트 터미널로 가서 융프라우를 가고 이곳저곳 트래킹을 가는 곳이라 특히 한국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인가 싶었다. 조식먹을때 보면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전날 멘리헨갔던게 정신적으로는 즐거웠으나 육체가 피곤했을까. 밤에 잠을 자는데 잠꼬대로 뭐라고 소리지르는 걸 내가 느낄정도였다. 잠꼬대의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하는거 아닌가. 지난날 상사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때 밤마다 꿈을 꾸고 밤마다 잠꼬대를 했던게 그때 몸이 많이 허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와서 영양제를 매일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전날은 먹지 않았나 생각했다. 암튼 큰소리로 옆방이 다 들릴정도로 잠꼬대로 뭐라고 상대에게 꾸짖는 소리였다. 스위스까지 와서 잠꼬대라니 참 그랬다.


얼른 아침이 오길 바랬다. 커튼을 열어놓고 잤기에 새벽이 오고 날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기 전부터 새벽녘에도 짙은 밤에도 거대한 아이거산의 형체는 하늘과 확연히 구분이 가능하다.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고 그 밑에 초록가득한 언덕에 동화속 하이디의 집같은게 중간중간 있는데 이 풍경을 보기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는것이다. 특히 종소리가 저녁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끊이지 않고 고즈넉하게 댕댕하며 청명한 소리를 낸다. 아마 마을 한가운데 달아놓은 종인지 소 목방울 소리인지 알수가 없지만 가느다란 종소리와 거대한 이어거 북벽이 어둠속에서 마을의 불빛들과 어울리는 걸 어둠속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여기에 살라고 해도 살수 있을것 같다. 이 근처 호텔에서 한달살기하며 일을 하며 살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시간은 어김없다. 그 시간이 되어서야 형체를 드러낸다.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아이거 북벽을 하루종일 관찰하며 감상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 한국이 블로그에선 정말 잘 찍은 사진이 돌아다니는데 그것 만큼 찍을수는 없을것같다. 최대한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가야한다. 그리고 또 언젠가 다시 그린덴발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쉽게 그곳에서 퇴실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셀카봉을 세워두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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