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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Oct 19. 2024

또다시 인천공항으로

정말 이것 아니면 완벽한 여행이 될 뻔했다. 아니 혼자 55세에 떠난 여행치고는 완벽한 여행이다. 여행 중 소소한 이벤트는 발생하지만 이렇게 식은땀이 나긴 처음이다.


공항도착 서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 말까 하다가 어차피 집 가면 저녁이라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공항 지하의 식당엔 오며 가는 여행객으로 가득 찼다. 그냥 부담 없이 짬뽕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빈자리를 찾았다. 4명 앉는 자리에 가방을 두고 앉으려니 옆에도 누군가 앉아있긴 했다. 그냥 두 명이 마주 보며 먹는 미니테이블을 찾아 반대편에 백팩을 두고 앉았다. 그렇게 앉아 먹기는 처음이다. 보통 옆에 가방을 두고 먹기 때문이다. 내 옆에는 여성 두 명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돈을 많이 번다더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걸 들으며 짬뽕을 먹는데 세상에 짬뽕이 원래 이런 맛이었을까. 너무 매워서 먹을 수가 없었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스위스에서 내내 심심한 식사를 했던 터라 정말 먹을 수 없었다. 고기 불맛도 나고 매운맛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말이다. 바로 걸어 나가서 외부에 놓아둔 캐리어로 가서 기내에서 가져온 생수병을 가지고 국물에 부었다. 그리고 또 면발을 몇 개 건져먹었지만 매운맛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정말 그 매운맛에 너무 몰입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가서 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늘 먹던 카페라테 숏사이즈를 테이크아웃했다. 늘 이렇게 커피를 넘치게 주는 스벅매장 커피는 맛이 없다. 물맛도 아니고 고소함이 일도 느껴지지 않는 우유맛 커피였다. 스위스에서도 마시지 않는 커피가 다시 한국에 오니 생각났던 것일까. 또 커피도 실패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시외버스 타는 곳으로 오니 꺼짐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캐리어를 짐칸에 넣고 버스 앞 좌석에 올라탔다. 정말 노곤한 여행이다. 그래도 시차적응도 금방 하는 듯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또다시 잠에 빠졌다. 많이 밀리는 느낌이다. 가고 사고를 반복한 차창 밖엔 우울하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잠 갑자기 또 나오는 에어컨 소리에 잠이 퍼뜩 깼다. 문득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게도 기내식을 과일식을 얼마나 기대를 하고 선택한 것일까. 스위스로 출발할 땐 해물식을 선택해서 다이어트에 도움 되게 영양 있고 깔끔하게 먹은 거 같아서 또 하나의 시도를 해보고자 과일식을 선택했지만 그건 실패였다. 샐러드로 생각했을까. 오렌지와 멜론, 포도는 그냥 과일만 들어간 식사였다. 차디찬 과일이 몸속에 들어가지 배부른 것도 아닌 느낌이다. 다시는 과일식을 선택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두 번째 식사는 일반식으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여분을 봐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과일식을 먹자 또 일반식을 갖다 준다. 남들 두 번 먹을 때 난 세 번을 먹은 셈이다. 일반식도 그다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감자와 계란 스크램블 같은 건데 그것 먹어도 후회할 뻔했다. 역시 기내식 답은 해물식이다. 스위스 갈 때는 14시간이라 중간에 간식을 주고 식사가 2번 있었지만 한국 갈 때는 11시간이라 식사 한번 간식 한 번이 나오는 것 같았다. 정말 잠깐 잤을 뿐인데 곧 한국에 도착했다. 항공사 근무하는 친구말로는 사람들이 외국에서 돌아오면 좀 이상해진다고 한다. 빨간색 가방이라고 분실했다고 난리 해서 찾아보면 파란색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런 경우가 있을까 하고 코웃음 쳤다.


그린덴발드를 떠나면서 그곳 쿱에서 산 빵이 생각났다. 그걸 한번 먹어볼까 하고 백팩을 찾았다. 그제야 문제가 발생한 걸 알았다. 백팩이 없는 것이다. 분명 시외버스 탈 때까지 그 옆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 벤치에 잠깐 앉아있다가 스위스 공항에서부터 봐온 가족을 옆에서 한번 흘깃 보다가 바로 차를 탄 것이다. 역시 여행에선 누굴 쳐다보거나 잠시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틀면 안 된다. 백팩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고 바로 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식은땀이 났다. 분명 백팩을 그 버스 타는 곳 앞 벤치 옆에 벗어두고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싣고 그냥 올라탔다고 생각했다. 버스기사님에게 물었다. 공항에 가방을 두고 온 것 같다고 맨 앞 좌석에 탄 내가 그러자 내 주변 승객들도 나이 든 아주머니 아저씨들인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공항에 전화를 해보라고 자기 폰에 저장된 번호를 보여준다. 지금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공항번호가 나오는데 분실물 센터에 전화부터 해야 한다고 한다. 마음이 너무 혼돈스러워서 전화를 했다가 다시 끊도 다시 전화를 해보니 그런 분실물은 들어온 것도 없고 자기들이 그 위치 가서 찾아줄 사람도 없다고 한다. 뒤에 앉은 아주머니는 그래도 한국 와서 잃어버린 게 다행이라고 한다. 외국서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했냐고 한다. 기사님도 뒷 타임 기사분에게 전화를 걸어 그곳 게이트 앞 벤치에 가방이 있냐고 운전 중에 급히 전화를 했다. 하지만 가방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한다. 요즘은 카메라가 도처에 있어서 누가 공항에서 물건 잘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무실 직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가져간 일이 있었긴 했고 신분증이 없는 물건 같은 경우 가령 순수한 먹는 거 같은 경우 영영 못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의 백팩 속에는 스위스 심사대를 통과 후 산 엄청 기다란 초콜릿과 굿프라이스 초콜릿 추천해 달라고 해서 산 코블론 미니 초콜릿들과 스위스 와인, 쿱에서 산 초콜릿과 빵등이 있었다. 그곳에 없다고 하니 점점 더 미궁에 빠지기 시작했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친구도 오늘은 비번이라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과연 그곳에 없다고 하면 혹시 식당에서부터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게 아닌가. 하긴 건너편 의자에 놔둔 그 가방을 메고 나온 기억이 없다. 가방에 다가가서 그 자리에서 멘 기억이 없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그곳 식당을 찾아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전화 안 받으면 끝이다.  3번의 시도 끝에 전화를 받는다. 백팩이 하나 있다고 한다. 혹시 뭐가 달려있냐고 해서 " 태극기 모양의 병따개 열쇠고리가 달려있어요"라고 하니 맞다고 한다. 출국 전 스위스 맥주를 마셔볼까 해서 부랴부랴 9천 원이나 주고 지하 편의점서 산 병따개 열쇠고리가 증표가 된 것이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직원에게 부탁해서 그곳 식당에 가져 가져와서 분실물 센터에 맡겨주기로 했다. 식당은 너무 바빠서 영업이 끝나기 전이나 갈 수 있다고 했다. 저녁 7시쯤 그 직원이 분실물 센터에 맡겼다고 연락이 왔고 바로 분실물 센터에 연락하니 와인이 들어 있어서 택배가 안되고 찾으러 와야 한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은 2주 만에 직원대상 영어 수업이 있고 일요일에 갈 수밖에 없다. 일요일도 운영하다고 하니 일요일 인천공항행 왕복 버스표를 예약했다.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다. 왕복 버스표만큼의 초콜릿을 샀다고 해야겠다. 굳이 나가도 되지 않을 버스비용이 들었지만 정신 차리지 않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50 초반 영어교육을 2019년에 10개월 갔을 때부터 건망증이 상당히 심해졌다. 차키도 분실하고 뭐든지 분실하곤 했다. 그때부터 뇌영양제를 잘 챙겨 먹었어야 했을까 아니면 이미 늦었을까. 가슴을 쓸어내리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던 걸 생각하면 정말 무조건 몸에 붙여가지고 다니고 짐을 최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짧은 5박 7일의 여행이 끝났다.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는 좀 더 강해졌고 혼자 하는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 벗어났다. 어쩌면 그곳이 스위스여서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또다시 스위스 지도를 펼쳐보니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 직장생활을 지속 해야겠다는 마음이 뿜뿜 일었다. 돈 벌어서 세계여행 가기가 또 다른 목표가 된 셈이다. 힘들고 지친 직장생활이지만 일단 돈이 들어오니 참고 그것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서 스트레스 풀고 오고 견문을 넓히는 게 아주 단순한 목표 같지만 향후 5년간 날 지탱해 주는 모토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퇴직 전엔 부지런히 멀리 돌아다니고 퇴직 후엔 가까운 휴양지를 가도 될법하다. 가까운 곳은 퇴직 후로 미루자. 이렇게 좋은 곳을 29년 만에 오다니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세 번째 스위스는 어리바리하지 않고 좀 더 능숙하고 차분하게 다녔으면 하는 바램이다. 혼자  여행 다니며 글 쓰는 게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는데 55세에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 셈이다. 5년 이상 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어디 잡지에서 본듯한 '핀란드에서 생일을 맞이하기'도 있었는데 '그린덴발드에서 아침을 맞이하기'도 이루었고 '융프라우에서 신라면 먹기'도 이루었다. 그땐 지나가는 말로 '핀란드에서 생일맞이하기'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보기' 했는데 그냥 하는 말도 버킷리스트가 되는 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그리스에서 한 달 살기 하면서 글도 쓴다면 좋겠다. '그리스에서 어반스케치하기', '스위스에서 온천 즐기기' '80일간의 세계일주'등 모든 것이 꿈이 되고 현실이 된다. 꿈과 도전이 있는 한 쉽게 늙지 않을 것 같다.


취리히 공항
그린덴발드 아이거 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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