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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Sep 28. 2020

그녀가 엘리베이터에 타면 불편하다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에서 사적 대화를 듣는 것에 대하여

중학교 3학년의 까칠한 사춘기 딸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다. 타인이 있을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쩌다 내가 말을 건 적 있었는데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했다. 사람들이 있는데서 다른 사람 생각도 않고 그렇게 말하면 되겠냐는 것이다. 15층에서 얼른 1층에 도달하기를 기다리며 완전 남처럼 얼음땡 하며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눈길을 줄 수도 없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말 걸지 않기가 우리 사이의 금기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좁고 타인과 함께 있는 공간의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말을 하는가 생각해보았다. 온전히 우리의 대화를 옆 사람이 듣는 건데 대화를 하다가도 누가 타면 중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 내가 이곳에 사는지 몰랐는지 처음 마주쳤을 때 무척 놀란 눈치였다. 그녀도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다. 그런데 유독 자신의 딸과 탈 때마다 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다. 집중하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어떤 일정한 행동 패턴이 보였는데 일부러 그러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번 그랬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게 되었는데 1층에 도달할 무렵 또 어색한 침묵을 깨며 그 여직원이 또 딸에게 말한다. '너 머리 언제 잘랐어?' 하며 다신의 딸에게 말을 건다. 물론 엘리베이터 안에 대화 금지 장소는 아니지만 그날도 그렇게 등뒤로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타인과 함께 있는 그 공간도 하나의 공공장소인데 자신의 사적인 대화를 들으며 불편해하는 타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성격일 수도 있다. 피하려고 해도 같은 라인에 사는 이상 피할 수는 없다. 어쨌든 사적인 대화 듣는 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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