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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Apr 13. 2021

이별을 알게 해서 미안해

익숙해지지 않는 우리의 이별




엄마, 가지 마.



 출근길, 나의 발목을 묶어버리는 두 마디. 오늘도 나의 출근은 눈물로 시작한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는 아이를 겨우 떼어놓고 어린이집 문밖을 나선다. 내 마음을 달래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두 입술 질끈 깨물며 스스로 다독일 뿐이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흔들리지 말자.’  

   


 아이를 낳고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복직했다. 덕분에 아이는 생후 9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복직하기 전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한참을 흐느꼈다. 아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엄마가 된다는 게 가슴 아팠다. 매일 함께 나누던 시간을 이제는 이별로 채워야 했다. 아이와 이별하는 게 낯설고 두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그렇게 힘들면 복직하지 마. 내일 회사 가서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해.” 



 울고 있는 나를 토닥이며 남편이 말했다. 남편 역시 아직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종일 맡겨야 한다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외벌이로 사는 건 쉽지 않음을. 복직은 선택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만두라는 말이 괜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만두라는 말을 듣자 그만두기가 싫어졌다. 슬픔은 접어두고 워킹맘으로 잘 살아 내리라 다짐했다.








 지난밤의 지독한 슬픔이 민망할 정도로 복직 후 아이와 나의 생활은 순조로웠다. 우리는 너무나도 평화롭게 이별했다. 아침마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 품을 떠났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오랜만에 돌아간 회사에서 난 더없이 행복했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진짜 나로 살아가는 느낌 때문이었다. 복직하길 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뿐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는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늘 아무렇지 않게 선생님께 안기던 아이가 드디어 통곡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고 선생님은 담담했다. 


   

 어머니, 제가 잘 달랠게요. 어서 출근하세요.


 아이의 울음소리가 출근길 내내 나의 귓가에 선명했다. 급히 나오느라 건네주지 못한 아이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이와 나의 눈물이 담긴 손수건을 바라보며 또 한 번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매일 이런 이별을 견뎌내려면 얼마나 모질고 독한 엄마가 되어야 하는 걸까.



 모든 워킹맘들의 롤모델인 김미경 강사님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일하는 엄마를 가진 것은 그저 내 아이의 운명일 뿐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사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일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이런 가혹한 시련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의 아픔은 오롯이 나의 책임인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저 말이 와 닿기 시작했다. 비록 가슴은 아프지만 나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엄마이고, 아이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엄마와 헤어지며 대차게 울고불고하는 날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적응이 된다. 그렇게 차츰 다시 평화를 찾고 안정된 일상을 되찾는다. 물론 서로의 가슴속엔 작은 생채기를 남기지만.      



 아무리 성공한 여성이라도 우리와 똑같은 가슴앓이를 한다. 페이스북 최고 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2010년 테드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오늘 밤 우리는 만날 수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딸은 내 다리에 매달리면서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런 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다.”



 그녀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엄마로서 완벽하지 않았고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사는 워킹맘이었다. 우리는 엄마로서 최고가 될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세상에 비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소유한 것을 활용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 <워싱턴포스트> 메리 커티스의 말






 엄마 가지 말라며 서럽게 흐느끼면서 아이는 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이 말은 한동안 내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왜 날 두고 가냐는 원망의 말로 들렸다. 그게 아닌데, 나도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너와 매일 헤어지는 게 엄마에게도 힘겨운 일이라는 걸 아이는 알지 못할 것이다. 이별을 겪기엔 너무나 여린 가슴에 상처만 남기는 것 같다. 아이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건 사랑뿐이다. 난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줄 것이다. 오늘도 퇴근 후 환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는 서로를 깊이 끌어안는다. 이별로 시작한 하루 끝엔 사랑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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