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에게도 처음이니까
내게 과연 엄마 자격이 있는 걸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오늘 하루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였나. 다정히 품을 내주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를 밀어냈다. 다가오는 아이에게 짜증만 부리고 조그마한 실수에도 화를 냈다. 결국 아이는 관심받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억지와 투정을 부렸고 오늘도 역시 눈물로 하루를 마감했다.
엄마도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되지가 않는다. 늘 부족하고 서툴 뿐이다. 나는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안된 걸까?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어쩔 땐 막막하기만 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같이 엉엉 울어버리고 싶다. 딸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모든 게 어려워.
유별나게 힘든 날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도 날 키울 때 이렇게 힘들었을까? 우리 엄만 날 키우면서 하나도 힘든 것 같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뭐든지 척척 해내는 엄마, 따뜻하지만 엄했던 엄마로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우리 엄마에게도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과 고민, 아픔의 시간이 분명 있었다. 지금의 나처럼 똑같은 고민을 엄마 역시 하지 않았을까.
우리 엄마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결혼을 준비할 때 새삼 깨달았다, 엄마도 내 딸이 시집가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서툴렀다.
상견례 전 날 나보다 더 걱정하고 떨려하던 엄마의 모습, 하나부터 열까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모습. 내겐 다소 낯선 엄마의 서툶이었다.
시어머니와 나, 형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날, 형님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엄마가 우리 어렸을 땐 밥솥으로 빵도 참 많이 해줬었는데. 엄마는 그 시절에 어떻게 그런 걸 다 했어? 지금이야 검색만 하면 레시피가 다 나오지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엄만 어떻게 다 알고 해 줬을까. 참 신기해”
어머님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난 느낄 수 있었다. 자식들에겐 뭐든지 척척 해내는 엄마로 기억에 남아있었지만, 그 기억 너머에는 어머님의 숱한 눈물이 배어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한 여인이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동안 흘린 눈물은 우린 알지 못한다. 엄마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그 때문일까.
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거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사는 거야.
(꽃보다 누나, 윤여정 인터뷰 증에서)
엄마의 인생 역시 그러하다. 엄마에게도 늘 오늘은 처음이다. 오늘 엄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루하루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가면서 우린 엄마가 된다. 그런 세월이 쌓여 제법 그럴듯한 엄마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오늘도 자신이 못난 엄마라며 자책하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 다 괜찮다. 우린 엄마로 자라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