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가 찾아오면 게임의 규칙이 변한다

[휴먼 디자인과 미래]05. 유전자 편집 아이 탄생의 충격

by 라비스망

■ 유전자 편집 쌍둥이의 탄생. 인류는 생명 정복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가 살던 세상,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가파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아니 예상치 못한 사태나 괴이한 변고를 일컫는 변이적인 일들은 이미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각 분야에서 수많은 현상들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난 지난 2018년 말에 화제가 됐었던 사건 하나를 꼽고 싶다. 바로 유전자 편집 쌍둥이 영아의 탄생이다.


그 당시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 편집된 아이가 태어났다는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 교수의 주장에 전 세계 과학계는 술렁였고, 이 사건은 유전자 편집 기술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윤리논쟁과 함께 큰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다.


피 한 방울이면 자기 몸의 설계도를 모두 알 수 있는 시대. 마치 종이를 잘라 붙이듯이 실험실에서 유전자를 자르고 오리고 붙일 수 있는 유전자 편집의 시대. 과거 동물과 작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던 비슷한 종류의 실험은 그저 흥미로왔는데, 막상 유전자 가위로 디자인되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을 보니 정말 충격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말 생명도 창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인류의 숙원사업이었던 노화 극복, 생명연장, 영생으로 가는 문을 정말 열고 있는 것일까?


수메르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와 중국 진시황이 그토록 염원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던 불로장생의 꿈. 현대 인류는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턱 앞에서 좌초됐던 과거 영웅들이 못다 한 꿈을 유전자 정보 기술을 기반한 막강한 무기로 실현해나가고 있다.


현대 인류는 1953년 인간의 설계도를 구성하는 DNA 이중 나선 구조와 기능에 대한 비밀을 밝힌데 이어, 2003년에는 유전자 지도를 통해 인류 생명의 비밀을 밝힌 게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제 99.9%의 정확도로 완성된 유전자 지도를 기반으로 생명체를 편집하고 창조하는 '포스트 게놈'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는 이미 노화와 수명을 좌우하는 유전자의 비빌도 밝혀냈다. 또한 유전자 분석으로 잘못된 염기서열을 바로잡으며 난치병 치료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유전자 정보기술과 영생을 꿈꾸는 IT기술이 결합하면서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새로운 인간 '포스트 휴먼(post human)'의 탄생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인류는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의 설계도가 담긴 유전자 정보를 손에 넣으면서 인간의 수명 조절, 난치병 치료는 물론, 한 생명도 거뜬히 창조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지금 우리는 다양한 기술의 결합, 융합을 통해 아름답고도 위험한 '생명 정복'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 변이가 찾아오면 게임의 규칙이 변한다

유전자 혁명과 다양한 기술의 결합. 우리는 지금 연속적이지 않은 단절적 도약이라는 충격파와 함께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수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많은 상상중 하나는 기계와 인간의 결합을 통한 변화가 가져올 '인간 다음의 인간'이라는 매우 불편하고 낯선 존재도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매우 낯선 상황은 마치 알에서 번데기 상태를 거쳐 '나비'가 되는 놀라운 과정과도 같아 보인다.


「곤충」이란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변태란 대부분의 곤충이 거치는 기적 같은 형태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와 같은 생명의 놀라운 계획에 대한 증거는 전혀 없다'. 즉 애벌레와는 완전히 다른 나비라는 존재의 탄생에 대해서는 그저 어떤 놀라운 과정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휴먼 디자인은 이처럼 기존과 전혀 다른 어떤 것의 새로운 출현을 '변이'라 부르고, 변이가 찾아오면 지금껏 체계적이고 안정정으로 구축했던 공식, 질서, 패턴이 모두 깨지게 된다고 말한다. 즉 '변이'가 찾아오면 모든 게임의 규칙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세상의 목적은 변이이며, 변이는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이 같은 변화를 온몸으로 감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삶을 강하게 지배하던 과거의 익숙했던 패턴과 기반들이 흔들리고 있음을 말이다. 그것도 불편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휘몰아치듯 충격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다가오고 있는 이 낯선 미래는 우리에게 더 나은 어떤 기회가 될까? 아니면 오히려 더 불안정하고 불안한 삶이 될까?


이에 대해 지금으로선 '적응'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


*적응(適應):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적합하도록 형태적, 생리학적으로 변화함 또는 그런 과정.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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