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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스망 Jan 10. 2021

우리가 사는 눈먼 자들의 세상

[처음 보는 메커니즘]20.  감정 메커니즘 ① 

■ 우리가 사는 '눈먼 자들의 세상' 


흔히 무엇에 마음이 쏠리어 그것에만 정신을 쏟을 때 '눈이 멀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시력을 손상했을 때 쓰는 말인데, 어떤 일에 푹 빠지게 되면  마치 시력을 잃은 것처럼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행동한다는 말이다.


눈이 먼 그 순간만큼은 정작 봐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고 정작 들어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를 향해 죽을 것 같이 활활 타오르던 열정의 불꽃은 어느새 독을 품은 저주의 불꽃이 되고, 평생의  은인이라 여겨 맺은 인연이 얼마 지나지 않아 둘도 없는 원수지간이 되며, 천국에 다녀온 듯한 황홀한 느낌을 준 경험이 이내 지옥에 있는듯한 고통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이러한 '희망'과 '고통'의 싸이클로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이것을 두고 '감정'이라 총칭한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감정적 욕구, 불타는 열정, 성급한 충동으로 인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후회, 두려움, 긴장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감정적 추진력은 불안정하고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삶에서 오만가지 '감정'들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는 그 순간만큼은  감정에 '눈먼 자' 들이다. 이 모든 감정적 힘들은 삶 자체를 지배할만한 엄청난 동력이기에 가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눈먼 자들의 세상'이라 부를 만하다.  


■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범인은 감정의 '메커니즘' 

휴먼 디자인은 이 감정의 실체를  단순한 '메커니즘'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감정은 단순히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하는 파동의  움직임인 '화학작용'이라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한 연구에서는, 남녀가 만난 지 2년을 전후해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감정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이 변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을 발표한 적이 있다. 즉 우리가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단지 '화학물질'의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메커니즘이라는 말에는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즉 감정 파동의 움직임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이 움직임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느낌의 질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희망에서 고통으로. 고통에서 희망으로.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파동의  움직임 즉 '감정의 메커니즘'이다.   


■ 눈먼 자들이 눈을 뜰 수 있는 열쇠는 '기다림'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오늘을 살아갈 필요는 없다. 감정적 존재에게 이 순간에 진실은 없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이 눈을 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기다림'이다. 어쩌면 이를 두고 '인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감정대로 그 순간 행동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많은 참을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 기다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통제하며 다룰 있는 인간을 일컬어 우리는 '성숙하다' '지혜롭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감정적 존재에게 있어 기다림의 보상은 바로 '성숙'과 '지혜'다.  심원한 바다 깊은 곳에서 그 어떤 풍랑에도 요동치지 않고 모든 것을 바라보고 인식하며 고요히 존재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눈먼 자들이 미처 결코 보지 못하는 이면까지 아울러 볼 있는 깊이 있는 눈빛을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관련 글 : 감정의 진화 ② -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파도 위의 돛단배처럼)

(다음 글 : 감정 메커니즘 ② - 감정에 이유를 찾지 않기, 그리고 홀로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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