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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스망 Nov 30. 2020

마음의 창틀을 바꾸다 (진보의 첫걸음)

[처음 보는 메커니즘]18. 인간 경험의 길  ⑤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① 콜럼버스의 꿈)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② 기지 않고 걷는 아기(성숙의 조건))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③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고통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이전 글 : 인간 경험의 길 ④ 원래 삶은 쉽지 않아(인간 발전의 본질))


■ 내게 심긴 프레임,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과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꽤 친하게 지낸 선배가 있었다. 신문 냄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그를 사람들은 활자 중독자라고 불렀다. 어쨌든 그는 정말 아는 게 많고 똑똑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마다 그를 자주 찾았고 나도 그로부터 큰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았다. 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선배 두뇌를 내 머리에 꼭 탑재하고 태어나고 싶다는 말로 고마움을 자주 표현했었다.


미친놈, 사이코라고 불리던 상사 밑에서 험담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어느 날, 선배는 내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걸 읽은 후부터는 세상이 달라 보일 거야'라고 하면서.


그가 빌려준 책은 심리학의 바이블이라로 불리는 책 「프레임」이었다. 그렇게 나는 프레임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강도 높게 접했다.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나는 어떤 창으로 세상을 보고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 프레임에 항상 이런 꼬리표가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그리고 이런 프레임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이 줄곳 이러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나는 옳고  잘못은 없으므로 누군가를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이 나에게는 타당하다. 동시에 너는 나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 휴먼 디자인이 말하는 '삶'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향해 비난과 원망의 화살을 쏘는 만큼,  동시에 난  나 자신을 향해서도 자책의 화살을 많이 쏘았다.  비난과 원망이란 건 그리 옳은 행위는 아니라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었지만, 그런 기준에도 불구하고 난 내 기준에 맞춰 도저히 살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난 내가 스스로 심겨놓은  죄책감을 내 마음  한편에  내어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줄곧 품어온 비난과 원망과도 같은 마음들이 원래 인간의 본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터 내 오랜 마음의 무거운 짐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바로  휴먼 디자인이 들려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휴먼 디자인이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특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휴먼 디자인에서 삶은 '추상 회로'에 있다고 말한다. 추상 회로는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게 무엇인지, 인간이 경험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보여준다.


넘어져서 겨우 힘겹게 일어났는데 또다시 넘어질 수밖에 없는 울퉁불퉁한 삶의 능선을 겨우 겨우 넘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추상 회로는 말한다.


'인간은 압박과 감정적 충동 속에서 수많은 위기가 가득한 경험에서 경험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삶은 논리, 공식처럼 질서 정연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결코 기대나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라고 밖에 답할 수밖에 없는 삶이란 녀석에 대해 그나마 구체적으로 설명해준 대목이다.


동시에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기대대로 되지 않는 삶의 특성상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이라는 생각은 인간에게 본성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어떤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프레임이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


 그 대신 추상 회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져야 할 최상의 프레임을 말해준다.


'인간은 이러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진보, 진화, 발전한다'


추상 회로가 말하는 진보, 진화, 발전이라는 프레임은 그 누군가와 먹고 마시고 춤추고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느끼고 욕망하고 갈망하는 이 모든 순간들을 담고도 남을 만큼 근본적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이라는 원망과 비난으로 채우기보다 감사, 연민, 용서,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포용적이다.

                                                                                                                                                                          어쩌면 우리를 진보시키는 첫걸음은 이렇게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통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기왕이면 가장 너그럽고 가장 포용적인 마음의 창틀로 바꿔서 이전에 줄곳 만나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만나보고 싶다.


더딜지라도 조금씩 내 마음의 창틀을 바꿔본다. 아니 바꿔야 겠다.              


(다음 글 : 인간 경험의 길 ⑥ 코로나 한복판에서 맞는 연말연시(멈춤을 통해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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