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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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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필 Dec 08. 2020

엄마빽으로, 랜선시화전

금수저 아니고 글수저

"엄마!"

뿌듯한 얼굴로 유치원 버스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둘째. 워낙에 자기애가 강해 본인의 존재만으로도 시종일관 뿌듯한 녀석이지만 오늘따라 한껏 올라간 목소리를 보니 뭔지 몰라도 어지간히 큰 자랑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짠!"

"우와아 이게 뭐야! 지인짜 멋지다!"

엄마 9년차, 뇌가 사물을 인식하기도 전에 입에서는 감탄사가 자동완성되어 튀어나온다. 호들갑스런 리액션 뒤에는 응당 디테일한 감상평이 따라야 하는 법. 광대 언저리쯤 와닿는 둘째의 기대어린 시선을 의식하며 찬찬히 들여다보니 아하, 유치원 시화전에 출품했던 본인의 작품이다.


두어달 전엔가 난데없이 시를 써가야 한다며 종이와 펜을 들고 와서 내게 쥐어주기에 (아직 한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아이를 대신해) 제가 부르는대로 받아적어준 것이 전부다. 그것을 유치원에 들고가서는 한 자 한 자 제 손으로 옮겨적고 여기에 유치원선생님의 피 땀 눈물이 더해져 제법 그럴듯한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시 진짜 잘 썼다. 아이가 지은 거예요?"
"와. 어디 공모전에 내야되는 거 아니에요?"

"어머머. 표현력 좀 봐. 두근두근 벌렁벌렁에서 끝났다 끝났어 어머."

함께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던 친절한 동네이모들까지 동참해 아낌없는 감탄사와 칭찬을 쏟아부었다. 정겨운 동네, 상냥한 이웃들이라고 쓰고 리액션 품앗이라고 읽는다. 또래의 아이들 앞에서 또래의 엄마들은 언제나 가슴에 감탄사 오백개쯤은 품고 있는 법이니까. 고맙소이다. 오늘의 리액션은 내 훗날 반드시 귀댁의 자녀에게 물개박수로 갚아드리리다.


이모들의 칭찬세례에 좀처럼 잦아들 줄 모르고 확장되는 둘째의 콧구멍을 진정시키며, 콧구멍이 찢어지기 전에 서둘러 이모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집으로 향했다.

"엄마."

"응?"

"공모전이 뭐야?"

공모전 내도 되겠다던 동네이모2의 말을 여태 곱씹는 중인가 보다.


"아. 공모전은 여러 사람이 작품을 내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뽑는 대회같은 거야."

"엄마. 우리 이거 공모전 내자."

이걸 어디다 내지? 유아 대상의 동시 공모전같은 게 있으려나? 근데 이게 그 정도 급인가? 도통 빈 말을 못하는 엄마인고로 대답을 미룬 채 머릿속으로 출품가능여부와 당선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엄마. 공모전 내주라 응?"

"어...근데...지금은 낼 만한 공모전이 없는데..."

"엄마 그러면. 엄마 글 쓰는 데(브런치)에 올려줘. 엄마 구독자 많잖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브런치 이년차에 일곱살짜리 아들 입에서 브런치 소리가 나올 줄이야. 근데 내 브런치 계정에 니 글을 올리는 건 반칙 아니냐? 벌써부터 부모찬스 쓰기 있냐? 아니 그것보담도 내가 구독자가 많다고? 금시초문인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데 다시금 재촉해오는 둘째. 기대에 부푼 콧구멍과 간절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거절은 안 될 말이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컴퓨터를 켰다.

구독자가 많은들 어떠하리 적은들 어떠하리.

내 계정인들 어떠하리 니 계정인들 어떠하리.

금수저는 못되어도 글수저는 쥐어주꾸마. 옛다 부모찬스.





사마귀야 안녕


와 사마귀 짝짓기한다!

난생 처음 본 사마귀의 짝짓기

내 마음은 두근두근 너무 재밌어

그렇지만 사마귀의 마음은 벌렁벌렁

깜짝 놀랐을거야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사마귀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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