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었다. 일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된지는 벌써 5년, 카메라를 들게 된지는 3년이 되어간다. 사진을 찍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떤 풍경을 담기 위해서 매 순간을 발견하고 기다린다. <일몰>이라는 지구 상 가장 아름다운 풍경에도 예외는 없다. 혹시 세계 3대 일몰이라고 들어는 봤나? 전국 5대 짬뽕집처럼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코타키나발루의 일몰(Sunset)은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당연히 한국서부터 설레었다. 과연? 코타키나발루에서 어떤 일몰을 볼 수 있을까?
나나문 비치의 일몰을 보다.
비 속을 뚫으며 가이드 차량은 열심히 달린다. 코타키나발루는 스콜성 기후로 예상치 못할 때에 비가 쏟아지곤 한다. 나나문으로 향하는 우리 차량 앞에는 오직 거센 빗방울만이 있었다. 행여나 운전대를 잘못 틀면 우린 키나발루산 언덕에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 위험한 길 끝에 만난 곳은 나나문이라는 반딧불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나문 강 주변으로는 맹그로브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이 맹그로브 나무들은 엄청난 산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이 코타키나발루에서 내뿜는 산소 중 나나문 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지금 나는 그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 강 주변에 있는 섬에는 야생동물인 긴 코 원숭이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다. 긴 코 원숭이를 보기 위한 어밴져스 원정단이 떠난다. 자존감이 강한 원숭이기 때문에 그 모습을 좀처럼 내보이지 않는다 한다. 희귀종이라 그럴까? 어쩌다 한 번 등장하는 긴코원숭이 덕분에 타고 있는 모터보트가 들썩인다.
아쉽지만 언제까지 긴 코 원숭이를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다. 아직도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흐린 공기층이 두껍지만 혹시 모를 일몰을 보기 위해서 자리를 옮겨 본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하나 있다. 나나문에서도 유명한 일몰 포인트로 나나문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곳을 찾는다 한다. 비는 그쳤지만 태양은 구름에 가려 여전히 흐린 날을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일몰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느 정도 일출과 일몰, 야경에 대한 감이 생긴다. 이 날은 특히 일몰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돌아다니는 소나 찍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해변을 걸었다. 지금 나나문 비치에 있는 생명체는 나, 우리 팀 그리고 이 소들뿐이었다. 뭔, 소들이 이리도 많은가? 마치 이 해변의 주인 행색을 하고 있다. 소 is 뭔들...
하..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훗.. 기다린 보답이 있다.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몰에 열심히 셔터를 눌러본다. 이 구도, 저 구도, 평소에는 생각나지도 않을 것 같은 액션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내가 여행을 하는지, 카메라가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름답게 풍경을 담으면 되지 않은가? ㅎㅎ
그렇게 딱 7분간 최선을 다해서 일몰을 담았다. 멋진 순간은 왜 항상 이리도 짧은가? 그 순간을 위해서 내가 카메라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의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일몰은 여기 나나문비치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코타키나발루의 기후는 복불복이다..
감사하게도 이번 여행은 LG전자가 동영상 디바이스를 도움 줬고, 제주항공이 여행길을 열어줬다. 내가 쓴 손글씨는 아니지만 폰트가 매우 아름답다. 제주항공의 신규 취항지를 응원한다. -코타키나발루와 삿포로를 취항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몰려든 사람들, 모두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가? 일몰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 보다. 어쩌면 저 여행자들에게도 이 일몰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깐..
참 재미있는 영상기기다. 360도로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니, 현장을 가장 리얼리티 하게 바라볼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아직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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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지막 일정에 다다랐다. 반딧불!
드디어 반딧불을 볼 차례다. 어둠이 찾아왔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댄다. 반딧불이 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 한다. 과연 반딧불을 카메라 속으로 담을 수 있을까? 가이드에게 여쭤보니, 일반 카메라로는 반딧불을 한순간도 담을 수 없다고 한다. 반딧불처럼 컴컴한 상황에 불을 켜는 생명체들은 특수 카메라로밖에 담기지 않는다 한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보여주기 민망하지만 이 사진 속 형광체들이 바로 반딧불이다. 내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실제 사람 눈으로 보면 더 아름답고 예쁜 반딧불을 만날 수 있다. 비록 영화 아바타처럼의 가득한 반딧불은 아니어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현란하고 반짝이는 반딧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은 빨랐다. 다시 하늘에선 비가 쏟아진다. 내일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늘은 내 마음도 모른 채 펑펑 눈물만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