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은 준비 단계부터 설렌다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거의 정보가 없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면 내가 원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키워드는 '제주도 한 달 살기', 그렇게 우리 부부는 살 집을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까? 집에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던 것이 바로 어린 딸(수아)이 함께 제주도로 향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 집의 조건
딸은 아직 걷지 못한다. 하지만 한 달 안에 여기저기를 걸어 다닐 것이 분명해 보였고, 나와 아내는 수아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집을 찾기 시작한다. 아, 집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꽤나 열심히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이 광고라서 그 내용과 금액을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를 이용했고,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개의 집을 소개받기도 하고, 실제로 집주인의 연락이 오기도 했다. 요즘 제주도 한 달 살기가 유행 중이라서 이쪽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발하다.
- 다시,
하나. 마당이 필요했다. 마당은 시골집이나 가야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에, 수아에게 마당을 보여주고 싶었다.
둘, 근처에 빠르게 다녀올 수 있는 병원이나 보건소가 있는지 확인했다.
셋,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기를 희망했다. 도심에 살고 있는 우리는 때때로 그런 공간을 떠올린다.
넷, 나와 아내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머물 수 있는 집이 필요했고,
다섯, 우리가 좋아하는 지인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때문에 여분의 방이 하나 더 있길 바랬다.
- 그래서 집 소개는 다음에.
떠나기 전에 해야 했던 일
한 달은 산다는 것과 제주도 3박 4일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에는 느낌적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챙겨가야 할 물건들이 많아진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제주도로 떠나기 이틀 전이 되어서야 나와 아내는 '한 달 동안 살면서 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옷, 세면도구, 카메라, 충전기, 개인용품, 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아기 용품까지. 한 달을 산다고 하니, 보따리장수가 되어버렸다. 이걸 어떻게 들고 가지? 차에 다 실릴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제주도를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처음으로 갔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던 것이 민속마을에서 나에게 오미자와 말 뼈를 팔기 위해서 학생들 앞에 서서 열심히 설명하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제주로도 향할 때는 배를 타고 갔었고, 돌아올 때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땐 그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선배는 갈 때도 배고, 올 때도 배였으니, 나는 나름 좋은 시절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그 이후 제주도를 자주 찾고 있지만 항상 비행기만 타고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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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짐 그리고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아야 한다. 이동 경로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내 차량 모든 곳에 짐을 넣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는 자가용을 통해서 이동하는 것이 지금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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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며 이미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됐던 것일지 모른다. 다만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깐 그 기간이 늘어질 뿐 … 생각만 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에는 꽤나 큰 거리감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이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2017년 10월 10일, 이제 막 추석 연휴가 끝났을 무렵이다. 고향에서 명절을 보낸 뒤에 곧바로 제주도로 향하는 배가 놓여 있는 완도로 향했고, 2시간이면 닿을 그 배에 탑승했다. 비슷한 목적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북적임을 끌어 앉고 잠시 눈을 감았더니 금세 제주 땅에 도착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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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향했던 곳은 바로 우리가 까다롭게 선정했던 그 집이다. 매우 조용한 삼달리의 작은 마을 그리고 밤이 되면 별 하늘이 보이는 순수한 곳. 열심히 준비했기에 도착할 수 있었던 곳에 내가 지금 서 있다.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깐, 떠나기 전에 준비를 꽤나 열심히 했고 잘 했던 것 같다. 세 가족 모두 건강했다는 것과 아내가 그 한 달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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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가을 그리고 우리 가족의 한 달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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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향하는 배 안에서
"근데, 우리가 살 집 근처에 바다는 있어?"
"음.. 아마 있을걸?, 제주도잖아."
"그랬으면 좋겠다."
이 여정은 2017년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끝마치고 작성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