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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Nov 29. 2017

삼달리에서 중문까지 가는 길에

제주도 한 달 살기 #여행을합니다

보통 아내는 뭘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임신을 했을 때 단 한 번도 뭘 사달라고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먹는 것에 대해서 굳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아내가 뭘 먹고 싶은지 읽어 내고, 그것을 계속 말할 때까지 아내의 입은 꽤나 무거운 편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 뭘 먹자고 하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그녀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먹고 싶은 그 요리일 테니 …



삼달리에서 중문까지 가는 길에



제주도 여행을 떠날 때면 꼭 방문했던 곳, <중문>. 익숙하지 않은 땅, 삼달리에서 오늘은 중문으로 향하기로 했다. 이유는? 그런 것은 없다. 한 달이나 머물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바로 움직이는 편이다. 아마도 중문이라는 동네에 대한 기댓값이 컸나 보다. 중문에 가면 아주 멋진 호텔들이 많이 있으니깐.


그렇게 아침부터 차 시동을 켜고 준비했다. 좋아하는 라디오가 몇 주 동안 하지 않았기에, 차 속에는 우리가 직접 가지고 온 MP3의 음악이 흐른다. 흥얼흥얼 … 그때 갑자기,


"우리 쌀국수 먹자!"

"어디 맛있는 곳 있어?"

"찾아볼게!"


베트남 현지인이 운영하는 제주도 남원읍의 쌀국수 식당에서 그 쌀국수





남원읍에서 베트남 현지인이 운영하는 쌀국수 식당을 찾아버리고야 말았다. 역시 인터넷 속에서 찾는 일 하나는 내 아내가 최고라 여겨진다. 가게 외관만 보고선 나는 머뭇거렸지만, 그녀는 아무런 고민 없이 그냥 들어가 버렸다. 별로 맛이 없을 것 같은데 …, 근데 너무 맛있잖아?!






수아도 쌀국수를 시작했습니다.





쌀이니깐 괜찮겠지, 그렇게 수아도 인생 첫 쌀국수를 직접 맛봤다. (뒤늦은 이야기지만, 이때 쌀국수를 먹이지 말았어야 했다.) 매우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나도 한 번, 아내도 한 번 순서를 바꿔가면서 수아에게 국수를 먹였는데 예쁘지 않을 수 없다. 아기는 돌이 지나면 어느 정도 성인들의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하길래 그렇게 계속 먹였던 것이다. 그리고 잘 먹기도 했고.











제주도에서 사는 30일, 이런 여유도 있다. 가는 길에 멈춰 서서 하고 싶은 것 하기. 그게 바로 제주도 한 달 살기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오징어를 바닷바람에 말리는 모습에 그만 차를 세우고 말았다. 반건조 오징어란다. 아내가 매우 좋아하는 안주거리가 바로 눈 앞에 등장한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을까?






바람이 많이 불어도 나 아내는 그녀다.





내가 사진을 찍고 다닌다는 사실은 우리가 연애를 할 때부터 아내는 알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아직 사진이란 것이 부담스럽고 어려운 아내. 그래서 연애 초반에 내가 찍어대는 사진을 그녀는 싫어했다.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을 하는 것인지 체념을 하는 것인지 렌즈 앞에 서는 것이 일상처럼 느껴지나 보다. 물론 나는 항상 잘 찍어준다는 보장을 하진 않는다.






꼭 한 번쯤 만나고 싶었던 제주 해녀





좀 더 가깝게 다가설 것을 그랬나? 용기가 없다. 나는 아직도 …, 뭐든 멀리서 지켜보는 것을 선호한다. 내가 아는 어떤 역장님은 사진을 위해서는 낯선 사람과도 금방 친밀해지는 무기를 가지고 계신다. 하지만 나는 그게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내 카메라에는 타인이 거의 담기지 않는다. 이렇게 멀리서 보지 않으면 말이다. 그래도 "안녕하세요~!", 내가 그랬다. 안녕하시냐고. 그랬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신다.






이런 전동기에도 초보운전이 … ?





여기 초보운전 한 명 더 추가요. 내 아내.










중문에 도착했다. 이날 천제연 폭포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칠선녀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관광지가 무료로 개방된다. 우리는 이점을 노렸고, 폭포로 향했다. 평소부터도 폭포를 볼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원함을 느끼고 싶었다. 근데, 물이 없다.. (허탈함을 뒤로하고 빠져나왔다.)





뭐든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여행에서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그래도 오늘은 반건조 오징어를 얻었다.





-


쌀국수를 먹으면서


"여기 쌀국수 진짜 맛있다! 어떻게 찾았어?
"이런 곳 찾는 게 뭐가 어려워,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그냥 쌀국수 맛집 친 거야?"
"응"

이 여정은 2017년 10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끝마치고 작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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