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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an 24. 2018

오타루 소도시 풍경

오늘 나는 눈 내리는 이곳을 걸었다.





오타루 소도시 풍경





  늦은 밤, JR을 타고 하코다테에서 삿포로로 향했다. 또다시 4시간을 기차 속에서 피곤함을 쌓았고, 도착한 숙소에서 녹초가 돼버렸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오타루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삿포로에서 매우 가까운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자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소도시다. 그래서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고, 실제 오타루엔 한국인을 비롯해서 매우 다양한 국가의 여행자들이 오타루 운하를 보기 위해서 서성이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 딱히 여행지를 검색해보지 않는 나는, 홋카이도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타루가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임을 알게 됐다. 근데 나는 그 영화조차 보지 않은 사람으로 어떤 감성이나 느낌을 전달받지 못했다. 오히려 오타루를 다녀온 뒤, 숙소에서 러브레터의 긴 예고편을 보면서 뭔가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됐는데, 이 영화는 그리 예쁜 엔딩은 아니었더라.

사진을 찍는 사람이 오타루를 가면 매우 흥미로운 풍경과 피사체를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오타루 운하를 비롯해서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 자체가 매우 예쁜 곳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소복소복 걷기 좋은 길로 변하고, 맛있는 초밥과 디저트는 우리가 오타루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더해준다.

하루 종일 눌러앉아 있기에는 그 도시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타루에 오랫동안 머물렀어도 좋은 감정이 많이 생겼을 것 같은 기분이다. 차라리 삿포로에서 머물렀던 그 시간들을 하코다테나 오타루 또는 비에이에서 보냈으면 이번 홋카이도 여행이 얼마나 더 즐거웠을지 상상이 간다. 오타루는 연인이 함께 손을 잡고 오타루 역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설레는 환상이 시작되는 곳이다. 예쁜 사진을 담아 아내에게 보내곤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타루를 찾을 것을 기약해본다. 오늘 하루는 오타루에서 종일 여행을 해본다.












오전 10시 20분 기차를 타고 오타루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타루 반나절 여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좋다가도 갑자기 눈이 내리고, 또 갑자기 흐려진다. 여기가 영국인가? 북극의 영향을 받는 곳이기에 날씨 자체가 오락가락했다. 근데 그게 매력이더라. 그게 오타루더라.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 역까지는 기차로 약 30분 거리, 가는 동안 눈 덮인 삿포로 시골의 모습과 순백으로 가득 찬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눈 밭이 끊임없이 흩날린다. 눈 꽃의 섬이구나.



빛이 눈에 반사된다. 그리고 그 빛은 유리창이 달린 건물들에 난반사된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거리의 풍경이 된다. 여기는 오타루, 설렘이 가득하다.



오타루 운하 (Otaru Canal)

오타루 운하(Otaru Canal)는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 하지만 일본엔 매우 많은 운하가 있다. 내 경험으로는 지금까지 일본 여행을 갈 때마다 운하를 항상 봐왔던 것 같다. 어딜 가나 있는 게 운하인데, 유독 오타루 운하가 유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영화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맑은 날씨에 오타루 운하의 모습도 맑다.



지구 최대 규모, 오타루 오르골 당

첫 번째 조카가 생겼을 때, 아버지께서는 오르골 소리를 직접 목소리로 내기도 하셨다. 나는 오르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왜, 무섭게 들리지? 공포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오르골 소리는 유쾌하지가 않다. 그런 오르골 수만 개가 있는 곳이 바로 오타루다. 오타루의 오르골 당. 세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오르골 당이 바로 오타루에 위치하고 있다. 입장은 무료, 구경도 무료. 하지만 흥미가 없었다. 오르골 소리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복잡했다.



2,500엔짜리 스시를 다시 먹을 날이 올까?

미스터 초밥왕? 난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을까. 학창 시절에 대체 뭘 했지? 영화도 안 보고, 만화책도 안 보고.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래. 모르는게 당연한 거야.

일본 전역이 초밥으로 유명하지만, 오타루는 특히나 더 유명하다고 한다. 나는 그 이유를 맛에서 찾아본다. 맛있으니깐, 유명한 거지.



오타루의 상점가. 이 거리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이 거리의 정확한 명칭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가운데 도로를 두고 매우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는 사실. 여기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말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수제 어묵을 사 먹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는 홋카이도가 최고라 생각한다.



이건 대체 어떻게 먹는 거지?






숨긴 술을 찾아서






그녀를 뒤따라 나도 함께 걸어본다.






흥미로운 골목길을 찾았다. 그리곤 들어가 본다. 아주 좁지만 여기는 흡사 차이나타운. 근데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라멘 냄새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역시 눈 내리는 추운 날에는 면 요리!



카페에서 잠시 몸을 녹였다. 커피를 마시지도 않으면서 당당하게 홍차를 주문했다. 일본은 한국처럼 카페가 늘어서 있지 않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나라랑 정말 문화가 다르구나. 우리나라는 걸음마다 카페가 있는데.



눈이 온다. 오타루에.



오타루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하기 위해서 걷는다. 오타루 운하의 야경이 곧 시작될 것이다. 하나둘씩 운하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늦으면 하코다테 로프웨이 전망대처럼 앞자리에서 보지 못하겠지?



오타루 운하에 눈이 가득 내린다.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눈이 살벌하게 내린다. 문득 든 생각은, 내 카메라가 안전할까? 꽁꽁 얼어가고 있다. 배터리는 분명 56%였는데, 잠시 켰다 끄니깐 0%로 둔갑해버린다. 추위에 약한 배터리.. 젠장.. 비장의 무기를 꺼내본다. (외장 배터리..)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도 내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아내에게 셀카를 좀 배워야겠다. (안나도 셀카를 지지리도 못찍지만)



오타루 운하 오른편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해가 뚝 떨어졌다. 이제 막 오후 4시가 됐을 뿐인데, 홋카이도는 벌써 밤을 준비한다.



컴컴한 밤에, 카메라로 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풍경이 있다. 역시 카메라는 인간이 만든 기계일 뿐이다. 눈으로 직접 보니, 내가 본 운하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다. 아름답다. 예쁘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람들은 몰려들었다가 금세 떠나버린다. 그 이유는 기차 시간이 다 됐기 때문이다. 나는 미나미 오타루 역으로 향하기로 한다.



오타루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미나미 오타루 역이 있다. 미나미는 남쪽이라는 뜻이다. 아까 걸었던 그 상점가를 다시 걸으며, 소도시의 야경을 구경한다. 비록 문을 닫은 상점들 뿐이었지만.



당연한 소리지만, 밤이 되니 기온이 뚝 떨어진다. 체감 온도는 그것에 몇 배는 더 떨어진 모양이다. 그래도 이 거리의 풍경은 흥미롭다.



한 번 내린 눈은 멈출 생각을 안한다. 기온이 더 떨어져서 그런가? 휴, 모자가 달린 아우터라서 다행이다. 그 위로 눈만 계속 쌓인다. 일어를 잘했다면 택시라도 타고 갈 것인데, 일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내가 어떻게 일본으로 여행을 왔지?



JR패스를 당당하게 내밀고, 미나미 오타루 역으로 진입했다. 나와 상황이 비슷한 여행자들. 어쩌면 우리는 삿포로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숙소로 향하고 싶다. 꽤나 길었고 힘든 하루, 분명 여행인데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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