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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Feb 02. 2018

굿모닝이라 외쳤다, 안녕? 삿포로!

홋카이도 여행 에세이





안녕? 삿포로!





  굿모닝~! 아침 늦게 잠에서 깼다. 어제 오타루에서 무리를 했을까? 깊은 잠에 빠져들어 삿포로 숙소에서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일어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시간이 아깝다고 땅을 치고 후회를 했겠지만, 여행 중에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요즘에는 이처럼 늦잠 자는 것을 더욱 선호하게 된다. 이게 자유여행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패키지여행이었다면 나는 패키지 버스를 타지 못했거나, 무리하게 일어나 그 버스 안에서 졸고 있을 것이다.

씻지도 않는다. 아, 그래도 선크림을 바른다. 그래도 아내가 챙겨줬는데, 이 크림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겨울에 피부가 더 잘 타고 약하다고 하니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본다. 두터운 아우터를 입고 워커화를 신는다. 삿포로 중심으로부터 가까운 숙소를 벗어나며, 오늘은 어떤 여행을 할지 고민을 했다. 오늘 하루는 삿포로를 걸어볼까? 길거리를 좋아하는 나는 도시 또는 시골의 거리를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언제부터 좋아졌지? 아마 여행으로 만났던 이 사람(@mistfriday)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

삿포로에서 점심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고, 또 저녁을 먹으며 야경을 보기로 했다. 11시 30분 즈음에 숙소를 나섰으니, 이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5시간이다. 오후 4시가 되면 홋카이도는 어두워지니, 부지런하게 걸어 다녀야겠다. 일단 점심은?












가이드북이 이처럼 활용될 수 있다니! 나는 서점에서 파는 그 나라의 가이드북을 그리 신뢰하지도 않고, 흥미롭게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차피 인터넷에 다 있는 정보, 해마다 조금씩 갱신해서 개정판을 내는 돈 빨아먹는 책,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훨씬 좋은 정확한 여행 정보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내용들을 알려주고 공유해준다. 굳이 가이드북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근데, 삿포로에서는 이 가이드북이란 것이 딱 한 번 좋게 활용된 적이 있다. 바로 라멘집 찾기. <삿포로 라멘 요코초>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따뜻한 오전 11시. 이 시간 서울은 난리가 났다. 맹렬한 추위와 눈폭풍이 시베리아로부터 몰아친 것이다. 아니, 나는 눈꽃의 나라를 직접 만나기 위해서 홋카이도에 왔는데, 오히려 지금 내가 눈을 피해서 이 대륙으로 온 셈이 돼버렸다. 한국이 더 춥고, 한국이 눈이 더 내린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했다. 아내는 집에서 꽁꽁 묵여있을 찰나에 나는 숙소 밖을 나섰다.




오전 11시 46분, 삿포로 TV 타워에는 실시간으로 시간을 알려준다. 쾌청했던 날씨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그 이유는 여행 사진이 매우 잘 나오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날씨에 민감하고 사진가는 피사체에 민감하다. 오늘 날씨는 날씨도 좋고, 피사체도 좋으니 어느 누가 삿포로를 여행해도 행복한 날이었을 테다.




스마트폰을 또다시 꺼낸다. 그리고 구글맵을 실행한다. GPS를 켜고, 라멘 요코초를 검색한다. 그 길을 따라간다. 이게 내가 해외에서 하는 가장 자주 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트램만 보면 유독 카메라를 켜는 신비한 증상이 생겼다. 프라하에서도 그렇더니, 이곳 삿포로에서도 그 버릇이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도 트램이 생길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때도 이럴 수 있을까? 아닐 것임을 안다. 한국의 도시는 깨끗하거나 예쁘지가 않아.




서울에 사는 아는 형이 처음으로 사줬던 그 맛있는 햄버거 가게. 일본이 원조라 한다. 3년 전에 아내와 커플일 때 돗토리 현에서 본토 맛을 보기 위해서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와규버거는 대단했지만, 가격도 대단했다. 아주 잠깐 오늘 점심을 저기서 먹을까 고민했지만 스치듯 안녕.




삿포로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스스키노 거리>, 홋카이도로 출발하기 전에 엄지사진관의 엄지로부터 스스키노 거리 사진을 받았다. 당시 홋카이도 여행 사진 프리셋을 만들기 위해서 샘플링을 하고 있었는데, 이 거리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강남 같은 곳이란다. 완전한 유흥가. 사람도 많고, 조명도 많고, 맛있는 먹거리도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라멘 요코초는 이 스스키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도착한 라멘 요코초에는 가이드북 설명처럼 사람이 가득하진 않았다. 지금 시간은 12시 05분, 아직 부근의 직장인들이 몰려오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나 같은 여행자들은 몰릴 법도 한데, 사람이 없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라멘 가게가 가득하다. 낮임에도 적절한 조명으로 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뭔가 감성적인데?




가게 중 한 곳으로 들어갔고, 매운 라멘을 주문했다. 그래봤자 한국인 입에는 그리 맵지도 않고, 짜기만 할 것이다. 얼핏 들었지만 일본에는 3대 라멘이 있다고 한다. 다른 곳은 어딘지 잘 모르겠고, 아무튼 삿포로가 그 순위에 들어가나 보다. 삿포로는 미소 라멘이 괜찮다고 소문이 났는데,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취향인 돼지 뼈 육수에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라멘을 주문했다. 결론은 성공이다.

여행기에서 굳이 다루진 않았지만, 하코다테에서도 나는 라멘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오징어 먹물 라멘. 완전 실패해서 다신 라멘을 먹지 않겠노라고 동료들에게 선포했지만, 삿포로 라멘 요코초에서 좋아하는 라멘을 만난 뒤에 삿포로를 떠날 때까지 라멘을 두 번을 더 먹었다. 그만큼 삿포로에서 라멘은 기억이 좋다. 다음에 방문해도 난 다시 찾을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골목은 어떤 가게를 들어가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비슷비슷한 실력끼리 분명 붙어 있을 것이니, 대부분의 모든 가게가 잘 될 것이다. 그러니깐 최대한 손님이 적은 곳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사람이 몰려들기 전에.




라멘을 맛있게 먹고 스스키노 거리와 삿포로 TV 탑 부근을 돌아다녔다.






세이코 마트에서 아이스크림 세 개! 내가 쏜다. 여기 아이스크림 맛있다고 지인이 알려주더랬다. 그래서 각자 먹고 싶은 맛을 골랐는데, 운명의 장난인가? 셋 모두 맛이 다르다. 난 바닐라, 부역장님은 딸기, 인규씨는 초콜릿. 아, 인규씨는 오타루에서부터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그렇게 외쳤는데, 이제서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가 보다.

홋카이도는 우유가 매우 신선하고 좋다. 그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초콜릿을 가공한다.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홋카이도로 여행을 간다면 어딜 가나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사 먹을 것! 돈이 아깝지 않다.




날씨가 흐려지면서 하늘에선 눈이 내린다. 그래. 눈 좀 내리자. 기껏 홋카이도까지 내가 왔는데.




라멘을 먹고 붉어진 얼굴, 그 얼굴을 식히라고 삿포로의 온도는 급격하게 내려간다. 하늘에선 빗망울이 생겨 내리면서 삿포로에 도착할 때는 눈이 되어 있다. 배가 부르니깐, 다시 피곤해지는걸?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기로 한다.




오후 1시 57분.

고작 3시간을 움직였을 뿐인데, 불어난 내 체중은 어서 숙소로 향하라 말한다. 그래도 겨울이 왔는데, 좀 더 붙어 있어 볼까?




반가워요! -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린다. 그리고 여기는 오도리 공원이다. 겨울 눈꽃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 통행이 통제되고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지만 어쨌든 오도리 공원이다. 그 복잡함을 피해서 나는 1월에 삿포로에 방문했고, 2월에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사진으로 대리 만족하면 된다. 아, 춥다. 어서 숙소로 가야지. 따뜻한 방이 날 기다리고 있다. 히터를 켜놓고 나왔으니. :)






ⓒ로안스냅스

ⓒrawkkim

오타루 여행 에세이 - https://brunch.co.kr/@rawkkim/42

작가의 웹로그 - http://www.loansna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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