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서교동 앤트러사이트의 감나무가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음악을 틀지 않고 조용히 대화하는 공간이라 사람이 없을 때 가면 꼭 수도원 같다. 가끔 샷을 내리고 설거지하는 소리와 낮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2층 통창으로 오래된 감나무가 보인다. 가을과 겨울 사이 동그마니 감이 달려있곤 한다. 해가 점점 떠오르면서 감나무 가지와 햇살이, 너른 테이블 위로 만드는 무늬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조금씩 카페에 사람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대화가 채워지고, 감나무 그림자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짧아진다. 감나무와 해가 만드는 단편영화를 보는 그 시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