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니오... : 박사과정에 오게 된 여러 가지 이유들
일반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할 때부터 주변에서 신기하게 쳐다보더니, 유학 준비해서 박사까지 하니까 다들 공부가 그렇게 좋냐고 물어본다. 특히 나는 친외가를 다 통 틀어서 집안에서 대학원 이상 공부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친척들이 굉장히 별난 사람 취급을 한다. 라즈는 공부가 그렇게 좋냐며 진짜 신기하다고. 하지만 공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거짓말로라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다. ^^... 대학원 진학을 처음 결심할 때는 학문적 열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잊힌 추억에 불과하다. 박사를 왜 하냐고 물어보면 나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가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새삼 반문하게 된다. 그냥 돈 벌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돈을 제대로 벌려면 애초에 다른 일을 했어야 했다. 이미 늦었다는 듯이다. 다른 사람들은 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딱히 학문적인 열망이 커서 그렇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삶의 다른 선택지를 피하다가 여기까지 떠밀려왔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최초의 계기는 분명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중2병이 심각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나 혼자 세상을 왕따 시키느라 바빴는데 당시엔 동급생들로 나를 왕따 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현실도피 차원에서 사람을 만나는 대신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국내 학자들이나 평론가들의 글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책 읽는 김에 저자들의 약력을 면밀히 살펴보다가 대부분 학위 소지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중2병으로 인해 약간의 지적 허세에 젖어있던 나는 당시 내가 읽었던 그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석박사를 하면 그런 혜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 분야의 박사급 전문가가 되어서 사회정책에 조언을 하거나 실제로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사실 당시 모부님은 그냥 내가 대학 졸업하고 취직해서 돈 벌고 결혼하는 일반적인 삶의 길을 걷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당시 나는 남들처럼 회사에 취직하기가 싫었다. 지금도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견디지 못해 퇴사하거나 탈조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런 문화가 더 심했을 것이다. 미디어로 접하는 고달픈 기업문화가 나는 이른 나이부터 소스라치게 싫었다. 당시의 나는 학교의 단체생활도 적응을 못했고, 수학여행도 오만 핑계 대고 안 갈 정도였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까지 간 후에 회식자리에서 장기 자랑하는 삶을 내가 굳이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니, (상사한테 혼나거나 힘들게 일하는 장면보다는 회식에서 장기 자랑하는 장면이 더 끔찍해 보였다.) 그 무렵부터 이미 싫었다. 순진한 마음에 대학원에 가서 교수나 연구원이 되면 그런 일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ㅋㅋㅋㅋ (대학원 와서 보니 딱히 그렇지는 않았지만.) 또 나는 책 읽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니까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대학에 와서 보니 주변 친구들은 일찌감치 전문직을 위해 각종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고시 준비를 워낙 많이 하는 전공이어서 내 주변이 특히 더 그랬다. 문제는 나는 고시 공부마저 지독하게 싫어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미 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암기해야 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여 함정을 피해야 하는 수능 공부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남들 다 하는 대학 입시를 치르고 나니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재수해야 하는 성적이었는데 한 군데는 붙었다며 그냥 포기했을 정도였다. 수능 공부가 좀 쉬웠다면 나도 남들처럼 고시에 발이라도 들여봤을 텐데, 나는 정말 문제집만 보면 토할 거 같아서 대학 시절 내내 고시반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대학 공부부터 마음이 떠난 친구들은 취직 준비를 했지만 나는 그것도 아니었다. 강의 듣고 책 읽고 배워가면서 그걸 기반으로 자신 만의 생각할 여력이 있고, 또 리포트나 답안지에 그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대학 공부에는 흥미를 느꼈다. 교양 수업도 재미있었고, 전공과목도 더 배우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뛰어난 재능 같은 게 없으니 수업에서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도 않아서 교수님들은 나한테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나는 적당한 학점을 유지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했던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나보고 대학원 가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원에 갈 길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학석사 연계과정이란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학부와 석사를 7학기, 3학기 안에 마치면 석사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동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대학원 학비를 걱정하던 나에겐 좋은 기회였다. 당시엔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 조교일을 구해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걸 알긴 했지만, 불확실한 길보다는 확실한 쪽을 미리 준비하는 편이 아무래도 좋은 법이다. 게다가 동아리 선배가 그 프로그램으로 석사까지 마친 후 미국 유학 가는 걸 보게 되면서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내 성적이나 여타 조건이 만족되어 돈 걱정 없이 그 프로그램을 무사히 이수할 수 있었다. 석사 과정은 바쁜 와중에도 꽤나 재밌게 보냈다. 학부과정과 달리 이론 과목은 굉장히 깊이 있게 이론을 파고들어 갔는데 어려운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었다. 후에 배운 응용 과목은 논문을 읽으면서 분석하고 또 실제 현실 데이터를 이용해 내가 배운 걸 현실에 적용하고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즐거움이 또 있었다. 하지만 석사 수준의 지식으로는 내 전공에서는 논문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또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사과정에 가면 좋겠다고는 생각했다.
현실적인 문제로 일단 취직부터 했는데, 하다 보니 일반 기업체가 아니라 연구소에 석사급 연구원으로 취직했기 때문에 계속 연구에 발을 걸칠 수는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안 석사는 연구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박사들은 연구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실질적으로 알게 되었다. 사실 별일 없으면 칼퇴하고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연구원 생활은 대학원 생활에 비하면 굉장히 편안해서, 대학원을 빨리 가지 않으면 이 생활에 만족할 것 같다는 안일한 기분을 자주 느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당장 한 달 후의 계약도 예측할 수 없었다. 무기계약직이나 영원한 박봉의 계약직으로 어딘가를 굴러다녀야 하거나, 정규직이 되어도 승진 없이 박사 밑에서 일해야 할 석사급 연구원의 미래가 눈에 보였다. 사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그런 상태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이 바닥을 완전히 뜨거나 박사과정을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이 시대에 내가 원한다고 일반 기업체에 일자리를 대뜸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그 무렵까지 쌓아 올린 스펙과 경력은 연구원으로서의 커리어였기 때문에 연구소나 학교 밖에 나가면 아무짝에 쓸모없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그냥 이 판 안에서 끝까지 가는 게 나아 보였다.
그리고 연구원에서 일하는 동안 실제로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는 걸 보면서 재밌다는 생각보다는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다. 학교에서보다는 쉬운 레벨로 연구를 진행했고 박사님들과 같이 일하긴 했지만 내가 학교에서 배운 걸 적용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아는 지식에 확실한 자신이 없었고 누군가 지도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일하는 내내 계속했다. 당시의 내 지식과 실력에도 자신이 없어서 학교에서 좀 더 공부하고 훈련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쯤 되니 딱히 학문적인 열망이 없더라도 박사과정은 그냥 '공부가 할만하면' 시작하는 거였다. 실제로 많은 박사과정 생들은 대단한 학문적인 열망보다는 박사 졸업 후의 높은 연봉과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서 발을 들인 경우가 많고, 나도 반쯤은 그런 생각으로 박사과정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시작한 박사과정은 석사과정과는 비교도 안되게 힘들었다. 배워야 하는 공부량은 엄청나게 많았고, 또 일을 하다 와서 그런지 예전처럼 머리가 굴러가지도 않았다. 이젠 늙어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 와중에 '입 벌려 논문 들어간다' 수준으로 지식을 머릿속에 때려 박아야 했다. 체감 상으로는 고3 때보다 더 힘들게 굴렀던 것 같다. 그렇게 박사과정 2년 차쯤 되었을 때 살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제 공부 좀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내 능력은 여기 까지는구나 싶었다. 박사와 석사 중간 단계의 어떤 애매한 학위가 있다면 이대로 그냥 끝내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까지 학문적인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도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래 공부해보고 싶었던 세부 분야도 수업을 깊이 있게 듣다 보니 이 분야가 과연 내가 애초에 생각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어렸을 때 가졌던 열정은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이제 수업을 듣는 과정은 거의 끝났고 기약 없는 리서치 과정을 앞두고 있다. 이제까지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고 개척하며, 또 기존의 연구를 기반으로 나만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나는 솔직히 내가 이러한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혼자 자신만의 분야를 공부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수업을 듣고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일이고 거의 안 해본 일이라서 겁도 난다. 그리고 이러한 독립된 연구자로서의 역량이 박사과정 중에서 가장 중시되는 능력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그 역량을 충분히 습득하고 발휘할 수 있을까?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모르겠다. 이런 일에는 내가 적성이 있긴 한 건지 아직 감도 안 잡힌다. 이제까지 시키는 건 그럭저럭 해왔지만 스스로 하라고 하면 잘 모르겠는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 바로 나인데.
게다가 박사과정까지 밟게 되면 내 전문 분야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말하게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학문이라는 게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학부 수준의 교과서에 나온 이론이더라도 '사실은' 확실하게 밝혀진 명제가 아니라 '아직 연구 진행 중' 이거나 '이런 학설과 저런 학설이 충돌 중' 이거나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정도로 나뉘게 되기 때문에 지식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 커지게 된다. 내가 뭘 모르는지 알게 되고, 또 내가 무엇에 대해서 말하게 되더라도 그것의 반대 의견도 존재하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다른 사례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말할 때 조심스러워진다. 정말로 내가 완전히 논증을 끝내고 증명을 해서 밝혀낸 것만 출처를 분명히 해서 말해야 하고, 또 그렇게 말하는 법만 연습하다 보니까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모르는 것만 더 많아지는 기분이다.
이쯤 되면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일이 된다. 지금 시점에서는 일과 연구를 나누기 어렵다. 공부가 일이고 연구가 된다. 어떤 수준의 성과가 나야 하고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쥐어 짜야하는 연구가 있고, 진짜 알바처럼 수주받아서 내 관심사는 아니지만 남이 요청해준 대로 논문 읽고 데이터 돌려주는 일처럼 하는 일이 있다. 어떤 연구는 지극히 현실적인 수준에서 논문으로 나올 각이 서고 요즘 핫한 분야이고 잡마켓에 나갈 때 유리하고 돈 벌 기회가 많으니까 건드려보기도 한다. 또 진짜 순수한 호기심의 목적으로 이것저것 뒤져보지만 돈이 된다거나 논문으로 만들 수준의 아이디어는 아닌, 그냥 흥미가 가는 대로 보는 분야도 있다. 엄밀히 말해서 그냥 나는 연구 분야에서 '일'을 더 하기 위해서 역량을 쌓으려고 왔다고 생각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다른 박사과정 생들은 어떤 삶을 보내는지, 어떤 마음 가짐으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천재 과학자가 괴팍하게 연구실에 처박혀 있거나 밤을 새워서 대단한 발견을 해내는 그런 모습은 없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서 책상에 앉은 후에 논문도 좀 보고 서치도 좀 하다가 데이터를 가지고 삽질도 좀 하고 안되면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다가 그 틈틈이 밥 먹고 친구도 만나고 집안일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교수한테 깨지고 돈도 벌면서 조금씩 쓰레기 같은 성과물을 만들어 또 끊임없이 수정하는, 그냥 먹고살자고 하는 일의 과정 정도로 연구를 취급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보람도 종종 느끼긴 하지만 사는 게 다 그렇듯 보람과 희열은 찰나일 뿐, 그 순간을 위한 수많은 삽질과 괴로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걸, 혹은 대학원에 온 걸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후회까지는 아니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회사는 괴롭히고 돈 주는데 대학원은 내 돈 내고 괴로운 곳이다. 회사와 대학원을 굳이 비교하자면 회사가 조금 더 나았던 것 같다. 대학원의 기회비용은 상당하다.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과 유학 준비하느라 허비한 시간과 노력을 합쳐서 다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을 경우 지금은 경력 몇 년 차일지, 모아둔 돈은 얼마일지를 생각해본다면 대학원은 확실히 손해 보는 장사이다. 박사학위를 취득한다면 돈을 좀 안정적으로 벌겠지만 딱히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니까. 심지어 학위 취득한다고 고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설명한 것처럼 내가 공부를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자기 만족감이 큰 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냐고 물으면 정말 할 말 없다. 그냥 다른 걸 더 하기 싫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다만 내가 곧바로 취직해서 일을 시작했다면 그 일은 과연 적성에 맞아서 잘 해냈을 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역시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결국 다른 건 하기 싫고 공부는 그럭저럭 할 만하니까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생각했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게 내 결론이다.
이런 정도의 마음 가짐으로 내가 박사 학위를 제대로 취득할 수 있을지는 사실 모르겠다. 여기에 쓴 태도나 생각이 박사 과정 생에겐 맞을지 몰라도 학위 소지자에게 적합한 마음가짐인지는 모르겠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성과를 제대로 내게 되면 사실 내가 은근히 공부에 적성이 있었다며ㅋㅋㅋ 학문적 열망에 대해 꼰대력 가득한 관점으로 재구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사과정! 이렇게 해도 된다!' 어쩌고 하는 타이틀과 함께.) 하지만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어느 순간 나 스스로의 역량에 한계를 느끼고 어느 날 갑자기 브런치 프로필을 '박사과정을 때려치웠습니다'로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 다만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렇게 써볼 수밖에. 사실 나는 딱히 성공지향적인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감히 박사과정까지 와서 더는 못할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해봤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래서 설사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게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속은 좀 쓰리겠지만.... 종종 박사 유학 중도 포기하고 귀국해서도 잘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봤으니까. 아무튼 이 이야기는 박사과정 성공 신화도 아니고, 딱히 실패한 이야기도 아니다. 죽기 직전까지의 인생이 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과정 중이기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날 지는 나도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