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승리를 마무리를 못해 놓친 도로공사
도로공사와 지에스칼텍스는 라이벌 같은 관계입니다. 두 감독이 친구라서 그런 느낌이 더 나는 것 같아요. 물론 도로공사는 21~22 시즌에 지에스칼텍스 전 12연패까지 당했다가 끊어낸 경험도 있고요. 이번 시즌에는 도로공사가 오히려 지에스칼텍스에 약간 앞선 모습을 보여줬죠. 오늘 경기를 지면서 3승 2패를 기록했으니까. 네, 안타깝게도 도로공사가 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지에스칼텍스가, 솔직히 감독이 좀 마음에 안 들어요)
1세트는 도로공사가 다 이긴 것 같았습니다. 21:16 무려 다섯 점 앞서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걸 듀스를 만들더니 바로 뒤집어 버리네요. 도로공사로서는 좋았던 분위기가 한 방에 날아가는 사태였습니다. 특히 두 팀은 지난 경기에서 4세트 내내 듀스를 치렀던 기록도 있죠. 그러니 1세트까지 다섯 세트 째 연속 듀스를 만들었는데 지에스칼텍스가 홀랑 이겨버린 겁니다.
중간에 문명화 선수가 박정아의 스파이크에 얼굴을 맞았는데 눈이 팅팅 부었더군요. 지에스칼텍스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데 (아니, 그 덩치에 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냐고요) 눈이 벌겋게 부은 걸 보니 속상하더군요. 역시 선수들은 다치지 말아야 합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지에스칼텍스로 넘어가버렸습니다. 2세트 중반까지 다섯 점 차를 줄이지 못했는데 모마 범실 등으로 11:13 두 점 차까지 추격하죠. 이번에는 1세트와 반대입니다. 지에스칼텍스가 앞서가고 도로공사가 쫓아가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도로공사 쪽으로 넘어왔어요. 여전히 세 점 차를 줄이지 못하지만 박정아와 강소휘, 캣벨과 모마가 한 점씩 주고받으며 점수는 19:22로 뜨거워집니다.
박정아 오픈, 캣벨 백어택으로 21:22 한 점 차 추격한 상황에서 배유나 이동공격과 박정아 오픈으로 23:23을 만들었으나 배유나가 서브하면서 금을 밟아서 23:24. (어유, 이때 얼마나 떨리든지) 하지만 캡틴 박정아가 다시 한 건 해서 24:24, 여섯 세트 연속 듀스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1세트는 지에스칼텍스가 역전했으니 2세트는 도로공사가 역전하자! 하고 속으로 열심히 외쳤겄만...강소휘의 퀵오픈과 한수지의 블로킹으로 2세트 마저 지에스칼텍스가 챙겨갑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25:25에서 모마의 공격을 박정아가 팬케이크로 막고 임명옥-캣벨로 이어지며 점수가 났는데 박정아의 팬케이크에 비디오 판독이 걸렸습니다. 박정아는 자신있어 했어요. 손등이 아니라 자신의 팔목에 확실히 맞았다고.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는 수비 실패였습니다. 문제는 이 수비 실패가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는 거에요. 이렇게 중요한 장면에서 비디오 판독은 돋보기를 들이대고 한 번이라도 더 확인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판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어쩐지 오심 전문 남영수가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뭐 비디오 판독은 부심이 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걸 조금 더 자세히 보고 판독결과가 달라졌으면 오늘 경기 결과도 달라졌겠지요. 박정아 선수 좀 억울했겠습니다.
3세트 역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집니다. 지에스칼텍스 서브 범실이 많네요. 물론 도로공사도 있고요.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때까지 16:14 도로공사가 아슬아슬하게 앞서 가다가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 박정아 오픈과 정대영 블로킹으로 4점까지 벌립니다. 하지만 강소휘 퀵오픈과 한수지 블로킹으로 쫓아오는 지에스칼텍스. 하지만 이번 세트도 물릴 도로공사는 아니었습니다. 정대영 속공 2점과 문정원 오픈, 이윤정 오픈 그리고 박정아의 마무리 오픈으로 3세트는 챙겼습니다. 한숨 놓이는 순간이었습니다. 7세트 연속 듀스를 막기도 했고요.
4세트의 공방은 더 치열했습니다.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까지 16:14. 두 점 차이를 간신히 유지하며 도로공사가 앞서 있었죠. 점수는 20:21까지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강소휘 오픈, 한수지 오픈, 연이은 강소휘의 킥오픈으로 어이없게 경기가 끝나버립니다.
도로공사는 1세트를 내 준 것이 최악이었고요, 20점을 넘어선 후반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대의 공격을 허용했던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1세트 다섯 점 차이 날 때 김종민 감독이 환하게 웃었는데, 그 웃음이 결실을 보지 못했네요. 반대로 1세트 죽을 쑤던 차상현은 갈수록 표정이 좋아졌습니다. 뭐, 몹시도 당연한 말이겠지만요.
캣벨 22점, 박정아 18점, 배유나 15점, 문정원도 9점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모마 26, 강소휘 25, 한수지 11, 문지윤 6점에는 당하지 못했습니다. 지에스칼텍스는 다시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고 도로공사는 여전히 3위를 지키고 있지만 두 팀 간 승점은 5점 차이로 줄었습니다. 지에스칼텍스와 인삼공사 승점은 1점 차이. 1,2위 경쟁만큼 4위 경쟁도 엄청 재미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