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해선 정호영을 막을 수 없다!
요즘 V리그는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네요. 이번 시즌 들어 4전 2승 2패로 동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삼공사와 지에스칼텍스의 경기입니다. 승점 1점 차로 지에스칼텍스가 아슬아슬하게 4위이기 때문에 오늘 인삼공사가 이기면 4, 5위가 바뀝니다. 거기다가 기업은행이 예상치도 못하게 흥국생명을 이기는 바람에 5위와 6위의 승점도 4점 차로 줄었습니다.
현재 3위인 도로공사가 44점으로 4위에 비해 5점 앞서 있기 때문에 오늘 두 팀은 무조건 이겨 승점을 챙겨야 봄배구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봄배구는 가을야구 하고 같은 거죠. 시즌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직전 상대방 경기에서는 지에스칼텍스가 5세트 접전 끝에 승점을 따냈으니 인삼공사는 오늘 설욕전을 펼 테고요, 3연패 후 2연승을 올린 지에스칼텍스는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서 3위 도로공사를 따라잡고 싶겠지요. 글로 길게 쓰니까 복잡한데, 이렇습니다.
3위 도로공사 44점
4위 지에스칼텍스 39점
5위 인삼공사 38점
엘리자벳과 모마는 둘 다 컨디션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직전 경기에서 모마의 공격성공률이 38% 밖에 안되지만 어쨌든 26점을 얻었다는 게 중요하고요(물론 모마 선생 엄청 힘들었겠어요. 겉으로는 전혀 지쳐 보이지 않지만). 엘리자벳은 공격성공률 48%에 25점이니까 훨씬 효율 좋은 경기를 했다고 봐야죠. 요즘 엘리는 인삼 슈퍼파워를 받았는지 때리는 게 장난 아니에요.
오늘도 염혜선-정호영 콤비 공격을 기대하고요(이게 한동안 잘 먹히다가 상대팀들이 견제를 하니까 요즘은 잘 안 먹히는데, 아니 블로커 키를 넘기는 높이에서 내려 찍는데 먹히고 안 먹히고 어딨냐고요, 우리 염선생이 잘 올려주시고 정선생이 잘 때리기만 하면 되지,라고 무식한 아마추어 팬은 기대해 봅니다.
전적이 동률이라 그런지 데이터 면에서는 거의 비슷합니다. 결국 엘리와 모마, 이소영과 강소휘, 정호영과 한수지, 염혜선과 안혜진, 노란과 한다혜, 박은진과 문명화의 대결을 지켜보면 재미있겠습니다. 특히 오늘은 소영 선배에게 주목하고 싶네요. 요즘 소영 선배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빛을 내고 있는데(인삼공사 후방은 아주 든든해요) 그만큼 공격에서 점수를 내주면 인삼공사가 확실히 유리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인삼공사를 응원합니다. 박혜민 선수 선발로 나오면 좋겠어요. (헤드 이미지에 박혜민을 넣은 이유는 이런 마음 때문이겠죠!)
1세트 6:4에서 문지윤 서브가 라인 근처에 떨어집니다. 중계방송 슬로 모션으로 볼 때는 벗어난 것 같은데, 고희진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안 쓰는군요. 고희진 진짜 비디오 판독 못합니다. 그럼에도 지에스칼텍스는 강소휘, 모마 연속 공격 범실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내줍니다. 8:6.
타임아웃 이후 강소휘 터치넷 범실로 3점 차로 벌어집니다. 모마와 유서연을 빼고 지에스칼텍스는 잘 안 풀리는 것 같아요. 이후 정호영을 중심으로 블로킹과 공격을 성공하면서 인삼공사는 특별한 공방 없이 1세트를 이겼습니다.
2세트 초반 4:0까지 가면서 인삼공사가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모마의 공격이 아웃되지 비디오 판독을 걸었지만 아웃이 맞네요. 엘리가 곧바로 서브 에이스를 날리면서 5:0까지 벌어집니다. 이소영 선수가 자주 보이는 것도 좋으네요.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은 8:3으로 인삼공사가 가져옵니다.
지에스칼텍스는 강소휘와 유서연이 분투하고 모마가 3 연속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14:14로 동점을 만듭니다. 이제부터 아주 치열한 시소게임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엘리 공격 범실로 역전, 권민지 서브 범실로 동점 15:15
강소휘 공격 성공으로 15:16 역전
이소영 푸시로 동점, 모마 푸시로 다시 한 점 리드
정호영 푸시로 동점, 강소휘 블로커 터치 아웃으로 또다시 리드
엘리 공격으로 동점, 권민지 블로커 터치 아웃으로 다시 리드
엘리 범실로 두 점 차, 권민지 터치넷 범실로 한 점 차 리드
한송이 투입, 권민지 오픈으로 두 점 차 리드
모마 서브 에이스로 세 점 차 리드
분위기가 순식간에 지에스칼텍스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세연이 어이없이 리시브를 실수하면서 두 점 차로 줄어듭니다. 그러나 다시 모마 오픈으로 세 점 차로 벌어지고 엘리 오픈 공격이 성공하면서 21:23 두 점 차로 좁혀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심의 실수로 보이는 리플레이.
한송이가 모마의 공을 받고 엘리가 백어택을 성공하면서 22:23을 만듭니다. 지에스칼텍스도 강소휘-김지원-모마로 이어지는 공격이 성공하면서 세트 포인트를 만들죠. 22:24. 여기서 정호영이 빛납니다. 블로킹 위로 때리는 중앙 공격 성공으로 23:24. 이어진 모마 공격을 정호영이 막아 듀스, 계속해서 염혜선-정호영으로 이어지는 B속공으로 25:24, 모마의 공격을 이소영이 블로킹으로 막아 26:24로 숨가쁘게 세트를 마감합니다. 헉헉헉. 인삼공사가 두 세트를 가져왔습니다.
3세트 초반도 인삼공사의 분위기로 시작했습니다. 정호영의 블로킹까지 해서 3:0까지 끌었지만 모마를 중심으로 지에스칼텍스가 꾸준히 따라오면서 권민지의 블로커 터치 아웃으로 첫 역전에 성공합니다. 이후 한 점씩 주고받으며 점수는 12:11. 차상현이 타임아웃을 부르고 잠시 숨을 돌린 후 강소휘 오픈 공격 성공으로 12:12 동점을 만듭니다.
박은진 이동공격이 벗어나 역전 허용, 계속해서 김지원의 서브 에이스로 두 점 차이, 엘리자벳 백어택이 성공해 다시 한 점 차이로 줄어듭니다. 이때 특급 소방수 한송이 투입, 짧은 서브를 보냈으나 권민지 공격이 정호영 손가락 맞고 터치아웃해 14:16으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만듭니다.
이소영과 권민지가 공격을 주고받으며 점수는 두 점 차, 여기서 엘리자벳이 한 점 갚아서 16:17, 모마의 오픈이 블로커 터치아웃돼 16:18, 권민지 서브 범실로 17:18이 됩니다. 2 세트하고 비슷한 흐름이네요.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고의정의 서브를 받아 강소휘가 블로커 터치아웃 시켜 17:19를 만들고 박혜민 공격 범실로 17:20 세 점 차로 벌어집니다.
이 이후는 순식간에 지에스칼텍스가 분위기를 가져갑니다. 강소휘, 모마, 권민지가 공격 득점을 내고 한수지와 권민지가 블로킹으로 다섯 점을 만들어 19:25로 3세트를 가져가네요.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세트가 끝납니다.
4세트도 이전 세트와 비슷하게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점수를 쌓아갑니다. 5:5 상황에서 인삼공사가 이소영, 엘리자벳, 정호영의 연속 속공으로 네 점을 보태면서 10:6까지 앞서 갑니다. 그러나 지에스칼텍스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경기라 그런가 꾸준히 쫓아와 16:14 두 점 차이를 만듭니다. 이후 엘리자벳, 이소영의 공격과 모마와 권민지의 공격이 맞서면서 20:20 동점을 이루었고 모마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면서 20:21로 역전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선발로 나왔으면 좋겠다 했던 박혜민 선수가 오픈으로 동점을 만들고 박은진이 블로킹으로 역전시키고 인삼공사의 기둥 한송이 선수가 블로킹 성공, 이어 박은진이 또 블로킹 성공해 매치 포인트를 만들고 강소휘의 공격이 벗어나면서 25:22로 43세트를 가져옵니다. 인삼공사가 이겼네요.
이 경기로 인삼공사가 지에스칼텍스를 제치고 다시 4위로 올라섭니다. 엘리자벳 29점, 정호영 17점, 이소영 12점을 기록했고요 박은진 8점, 박혜민 7점으로 든든히 받쳐줬네요. 정호영 오늘 속공 9개, 블로킹 5개로 톡톡히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내년도 이 선수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인삼공사는 3위 도로공사의 3점 차. 이대로 유지만 해도 봄배구에 갈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 상승세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도로공사도 잡고 3위로 플레이오프 바로 진출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