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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Feb 14. 2023

여자배구 도로공사 vs 현대건설 230214

발렌타인배 배구 경기로군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 저한테는 가장 긴장감이 덜한 경기입니다. 최근 5 경기 전적 1승 4패로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키는 현대건설과 4연승에서 한 번 꺾였지만 3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도로공사 게임이거든요. 2위 흥국생명을 응원하다 보니 1위가 이기나 3위가 이거나 뭐 별 감흥이 없습니다. 현대건설이 이기면 승점이 4점 차로 벌어지고, 도로공사가 이기면 10점 차로 줄어들지만, 응? 안 되겠네요. 도로공사 응원해야지.


이번 시즌 양 팀 상대 전적은 1:3으로 현대건설이 앞서고 있지만 지난번 흥국생명 전에서도 드러났듯이 리베로 김연견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요, 이보네 몬타뇨 선수가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 오늘 현대건설의 약점이네요. 반면 도로공사는 선수 라인업이 정상으로 잘 돌아가고 있고요(역시 다치니 말아야 합니다. 김연견 선수의 쾌유를 빕니다).


현대건설의 약점이 너무 크게 드러나서 사실 과거 데이터를 비교하는 게 지금은 의미가 없겠습니다. 다만 최근 경기에서 이다현 19점, 몬타뇨 13점, 정지윤 13점을 올렸다는 주목할 일이네요. 그런데 이제는 미들 블로커의 시대가 오는 걸까요? 인삼공사 정호영 선수가 무섭게 성장하는데 이다현 선수도 만만치 않거든요. 미들 블로커들이 내는 평균 득점이 점점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범실이 줄고 멘털만 잡을 줄 알면, 정말 막기 어려운 정지윤 선수에게 희망을 걸어봐야겠네요(으응? 나는 오늘 도로공사 응원인데!) 도로공사는 캣벨, 박정아가 요즘 고공행진 중이고 문정원, 전새얀이 교대로 잘 받쳐주고 있는 데다가 웬만하면 미워할 수 없고 흔들리지 않는 이윤정 선수가 잘 버티고 있어서 초반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간다면 현대건설을 한 번 더 잡을 수도 있겠어요.

이윤정 선수. 우리 꾸벅좌를 괴롭히지 마라

그리고 이윤정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꾸벅 인사에 대해 얼마나 말들이 많았으면 결국 선수가 인사를 그만뒀을까요? 나쁜 것도 아니고 서브 프리 루틴 중의 하나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보기 좋은 장면이었는데, 안타깝네요. 갑자기 인사가 없어져서 당황했는데, 얼마 전 MVP 인터뷰에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경기 끝나면 빨리 글 정리해야 해서 인터뷰는 잘 안 봅니다 ㅜㅜ)

https://youtu.be/lzP6v1CIJo4



본 게임 리뷰

1세트 초반부터 현대건설이 2점 차이를 유지하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현대건설이 20점 대 먼저 도달하면서 3점, 4점 차까지 벌려놨는데요, 도로공사가 그대로 놔두지를 않습니다. 20:22 두 점 차까지 쫓아갔는데 몬타뇨가 귀중한 추가 점을 올리는군요. 하지만 도로공사도 캣벨이 맞서 21:23 도로 두 점 차. 양효진의 A속공이 터치아웃 되면서 세트 포인트. 다시 양효진의 중앙 공격이 도로공사 코트에 꽂히면서 1세트를 21:25로 현대건설이 가져갑니다.


2세트 초반까지 몬타뇨가 블로킹 1점 합해 9점, 양 팀 최고 득점이네요. 오늘 이 정도 컨디션이면 외국인 선수 역할을 제대로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1세트와 반대로 도로공사가 1~2 점차로 현대건설을 계속 리드합니다. 오늘 현대건설의 조커는 황민경 대신 선발로 나선 정시영 선수인데요, 블로커 터치아웃까지 따내면서 한 점 차로 좁히고 몬타뇨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9:9 동점을 만듭니다.


몬타뇨 선수가 호리호리한 체격만큼 점프할 때 몸이 가벼워 보입니다. 백어택을 날듯이 하네요. 배유나의 공격 범실과 캣벨의 오픈 범실로 다시 12:12. “아이, 뭐하는 거야.”라며 김종민 감독이 투덜댑니다.


9:9 이후 동점은 허용해 역전은 막아냈던 도로공사지만 캣벨의 오픈을 양효진이 블로킹으로 막으면서 14:15 역전을 당합니다. 양효진의 푸시로 15:16. 역전 상태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만든 현대건설.


그런데 2세트 후반까지 아직 두 팀의 블로킹 득점이 별로 없네요. 현대건설 3, 도로공사 2. 블로킹 좋은 팀들인데 좀 의외입니다. 어쨌거나 타임아웃 이후 박정아 오픈과 블로킹이 성공하면서 다시 두 점 차로 벌린 도로공사. 블로킹 얘기 하자마자 양효진과 몬타뇨가 블로킹 성공시켜 다시 동점. 그러나 캣벨 백어택과 안예림 블로킹으로 다시 20:18. 오늘 조커 정시영의 활약이 대단하네요. 오픈 공격으로 추가 점을 만들고 정지윤 오픈도 터지면서 다시 21:21 동점. 그러나 캣벨이 해결사네요. 25:21로 세트 마감.


3세트 초반은 이다현의 맹공으로 두 점 차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만듭니다. 8:6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 현대건설은 꾸준히 세 점 차를 유지합니다. 작년 VNL부터 페인트, 푸시 같은 공격들이 아주 영리하게 많이 쓰이고 그 이후로 V리그에서도 선수들이 부쩍 쓰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공격 자세가 잘 안 나온다 싶으면 다 푸시를 하는 것 같아요. 페인트나 푸시는 상태 코드를 명확히 보고 있어야 가능한 건데 그냥 넘긴다고 되는 건 아니죠. 갑자기 이 얘기를 한 건 박정아의 푸시가 너무 어이없이 막혀서요…


몬타뇨의 공격을 캣벨이 블로킹으로 막으면서 11:13 두 점 차로 좁혔습니다. 몬타뇨 선수 2세트까지 13 득점인데 3세트 와서 아직 점수가 없네요. 정시영이 9 득점 째 올리면서 다시 세 점 차. 몬타뇨 공격 벗어나면서 두 점 차. 그러나 백어택으로 만회하는 몬타뇨, 블로킹으로 3점 쨰 올린 이다현의 활약으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서 네 점 차를 앞서 갑니다.


오늘 현대건설이 페인트를 선수들이 뻔히 보면서 몇 개 놓치는데, 아무래도 이건 김연견의 부재 때문으로 보입니다. 박정아의 퀵오픈과 정대영의 블로킹, 문정원의 서브 에이스가 엮이면서 19:18로 도로공사가 역전합니다. 그러나 박정아의 미스성 다이렉트 킬 이후 양효진의 중앙 공격이 터지면서 19:19. 오늘 경기는 20점 근처에서 특히 더 흥미진진하네요.


그러나 서브 범실과 오버넷 범실이 이어지고 박정아 오픈과 배유나 블로킹이 성공하면서 23:20 여기서 오늘 잘해줬던 정시영의 공격이 연속으로 벗어나면서 25:20 도로공사가 3세트를 가져옵니다.


4세트는 몬타뇨의 범실로 시작합니다. 오늘 14점(3세트에서 1점 올렸네요) 올린 몬타뇨 선수는 범실도 많아서 제 기량을 발휘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4세트는 3 세트하고 반대로 초반 분위기를 도로공사가 주도합니다. 양효진의 연속 밀어넣기 성공으로 두 점 차까지 쫓아갔으나 김다인 서브 범실로 8:6 테크니컬 타임아웃입니다.


타임아웃 이후 캣벨의 유연한 공격과 정대영의 다이렉트로 네 점 차 벌어집니다. 캣벨 오늘 공격 좋습니다. 20점 쨰 올리네요. 4세트 들어 정시영 대신 선발로 나온 고예림이 고군분투 2점째를 올립니다. 그러나 박정아 오늘 16점째 올리면서 추격을 뿌리칩니다.


4세트 들어 몬타뇨 선수가 다시 살아납니다. 강력한 오픈 공격을 두 번 성공시키네요. 하지만 정지윤의 공격 범실로 다섯 점 차. 캣벨의 다이렉트 킬로 16:10, 6점까지 달아납니다. 몬타뇨의 오픈으로 한 점 추가 (오늘 18점째) 이어진 캣벨의 공격 범실로 4점 차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배유나가 가만있지 않네요. 네트 앞에서 희한한 각도로 공을 때려냅니다. 왜 배구배 씨 배유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몬타뇨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현대건설입니다. 한 번은 성공하고 한 번은 범실. 다시 또 성공. 점수는 3점 차로 줄어듭니다. 잠시 정대영 선수가 무릎 통증을 호소해 경기가 지연됩니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네요. 약간 절면서 코트로 복귀합니다.


오늘 강주희 주심 비디오 판독 많이 가네요. 그만큼 눈으로 보기에 애매한 상황들이 많이 나오는 경기네요. 이게 V리그에서 제일 애매한 규칙 중에 하나인데, 공격자와 수비자가 동시에 공에 손을 대었을 때 마지막으로 손에 닿은 사람의 반칙으로 선언하거든요. 그런데 국제무대에서는 공격자에게 우선권을 준다고 해요. 이거 때문에 김연경 선수가 심판에게 벌칙 주세요, 라면서까지 항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판독의 결과를 현대건설이 추가 판독까지 하면서 가져갔고 어느 틈에 몬타뇨가 20 득점을 올리면서 4점 차이가 됐습니다. 21:17. 그러나 몬타뇨의 공격을 정대영이 1인 블로킹으로 막아내면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심지어 정대영 연속 블로킹 성공. 23점에 먼저 갑니다. 캣벨의 시원한 백어택으로 매치 포인트 도착.


정지윤의 연속 오픈 성공으로 24: 20까지 추격하는 현대건설. 그러나 박정아의 직선 공격이 코트 옆을 따라 흐르면서 경기를 마감합니다. 승점 3점 확보. 그러나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순위 변동은 없습니다. 캣벨 22, 몬타뇨 20, 박정아 18, 양효진 19 주 공격수들의 점수는 비슷한데요 현대건설 범실이 도로공사보다 두 배 정도 되네요.


자, 이제 내일 경기가 더 흥미진진해졌습니다. 흥국생명과 페퍼의 경기인데요, 흥국생명이 이기면 1위로 올라서고 페퍼가 흥국생명을 잡으면 대이변이 하나 더 생기는 거지요. 아, 배구가 정말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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