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알토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 난관이 있었지만 흥국생명의 1위 탈환은 사실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니아리드가 양 팀 통틀어 최고 득점을 올렸지만 한비 선수를 비롯해서 국내 선수들이 너무 부진했어요. 페퍼스의 반격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조금 실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기업은행과 지에스칼텍스의 경기는 어제 게임처럼 여유롭지 못합니다.
4위인 지에스칼텍스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서 승점 3점 차인 4위 인삼공사를 따라잡으려고 할 겁니다. 똑같은 심정으로 기업은행도 지에스칼텍스를 잡아 5점 차이인 승점을 2점 차이로 줄이고 싶겠지요. 도로공사가 안전한 3위 자리를 굳히고 있어서 4, 5, 6위 팀의 발길이 엄청나게 바빠졌습니다.
일단 최근 5경기 전적은 기업은행이 3승 2패, 지에스칼텍스가 2승 3패입니다. 이걸로 어떤 팀의 분위기가 더 좋다,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일단 요즘 지에스칼텍스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저는 그 원인을 코트의 보스가 없기 때문, 이라고 주장합니다. 코트를 진두지휘할 선수가 없고 (한수지 주장의 닉네임이 민트 보스지만, 코트 내에서 무게감은 별로 없어 보여요) 나머지는 비슷비슷한 연령대라서 중심을 잃으면 금세 회복을 못하더라고요. 공격도 오로지 모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권민지, 유서연이 충실히 받쳐주기는 하는데, 모마가 없으면 페퍼스한테도 지는 팀이니까(!) 결국 모마의 컨디션이 어떨지, 기업은행이 모마를 어떻게 막을지가 관건입니다.
반면 기업은행은 산타나가 잘해주고 최근 김희진 선수도 경기력이 나아지고 있어 희망이 있습니다. 표승주는 여전히 최고의 공격수 감각을 자랑하고 있고 국가대표 복귀설이 나도는 김수지 선수도 꾸준합니다. 여기는 반대로 젊은 선수들의 백업이 좀 부족해요. 육서영, 김주향, 최정민 같은 선수들이 조금 더 힘차게 받쳐주면 경기를 풀어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4라운드까지 두 팀 경기는 2승 2패. 막상막하네요. 똑같이 이기고 똑같이 진만큼,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겠지요. 저는 오늘 기업은행을 응원합니다. 사정상 경기 본방 사수는 어렵겠지만요.
1세트 초반부터 기업은행이 3~4점 차로 리드해 갑니다. 산타나가 잘 풀리고 모마는 3점에 묶여 있네요.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16:11로 가져갑니다. 모마의 어이없는 실수까지 겹치면서 18:12까지 벌어집니다. “모마, 인마 이렇게 범실 하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차상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산타나-김하경-김수지로 이어지는 속공,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긴 랠리 끝에 터진 모마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기업은행. 기업은행 20점에 먼저 들어갑니다. 모마를 잠시 빼고 문지윤을 넣는 지에스칼텍스입니다.
속공이 막히면 산타나로 이어주는 김하경, 지에스칼텍스의 터치넷 범실까지 터집니다. 22:14. 문지윤의 반격으로 한 점 만회, 기업은행 수비 범실로 한 점 더 만회 22:16으로 만듭니다.
육서영의 직선 코스 공략이 엔드라인 앞에 떨어지면서 23점에 올랐지만 지에스칼텍스의 계속된 반격과 세터 수비 범실로 네 점차로 줄어듭니다. “볼을 위에서 빨리 처리해야지.” 호철 래퍼의 빠른 목소리가 선수들의 등을 밉니다. 표승주의 공격이 블로킹에 막히면서 3점 차로 줄어드네요. 지에스칼텍스 한수진이 네 번째 서브를 범실 내고 세트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표승주가 마무리해 첫 세트를 기업은행이 챙겨 옵니다.
호철 타임은 언제나 약발이 있는가 봅니다. 0:3으로 지에스칼텍스가 앞서 가자 타임아웃을 부르고 바로 직후 산타나가 점수를 냅니다. 2:4에서 터진 육서영의 파워 오픈이 한다혜 선수를 맞춰 쓰러뜨립니다. 사과를 표하는 서영. 2세트 초반 네트 밑에서 모마에게 발을 밝힌 이후 산타나가 약간씩 다리를 절어 걱정입니다.
2세트는 지에스칼텍스의 분위기입니다. 모마의 움직임이 좀 빨라졌고요. 하지만 육서영도 강력한 펀치를 쏘아 냅니다. 점수 차를 조금 좁히는가 싶더니 5:8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입니다.
산타나 공격이 블로커 맞고 터치아웃되면서 3점 차를 계속 유지합니다. 육서영 공격이 실패하면서 4점 차 10:6, 상대방의 서브 범실로 다시 3점 차로 쫓아갑니다. 권민지의 날카로운 공격과 이솔아의 서브 범실, 최정민 공격 범실, 강소휘 공격 성공으로 일곱 점까지 벌어집니다.
“2세트 들어와서 하경이부터 늘어지기 시작하면서…” 진짜 빠르네요. 호철 감독님. 그러나 모마의 스파이크가 먹히면서 8:16 더블 스코어로 지에스칼텍스가 달아납니다. 1세트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걸 보니 역시 배구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라는 생각입니다. 뭐,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
등 쪽으로 오는 공을 때려 넘기는 육서영, 역시 좋은 선수입니다. 그러나 반대쪽에 가서 때린 공격은 또 막혔네요. 안타깝습니다. 육서영 힘내라! 그러나 점수는 9;18로 여전히 더블 스코어입니다. 이런 점수 차를 뒤집기는 어렵겠죠. 모마의 파워, 강소휘 오픈으로 점수는 점점 멀어져 14:25, 기업은행은 2세트를 내주고 맙니다. 어이 이거 경기 길어질 것 같은 기분이네요!
3세트 초반은 팽팽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 아버지의 응원가를 들은 산타나가 힘을 내면서 점수 차를 슬슬 벌리기 시작하죠. 두 점 차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거치면서 지에스칼텍스 서브 범실까지 이어져 3점 차이로 도망갑니다.
그러나 지에스칼텍스도 방관할 수 없으니 모마의 공격과 한수지 블로킹으로 동점을 만듭니다. 타임아웃을 부르는 호철 래퍼 “봐봐, 우리가 공격이 두 명 있을 때, 셋 다 블로킹 따라온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이번에도 감독랩이 먹힐까요. 아, 이번엔 아니네요. 권민지가 코트 중간에 공을 밀어 넣고 역전을 만듭니다만, 곧바로 산타나가 다시 동점을 만듭니다. 12:12. 이때 김희진 투입!
긴 랠리가 이어지고 표승주 오픈으로 마감. 기업은행이 빼앗긴 리드를 다시 찾아옵니다. 문지윤 공격 범실이 이어지면서 두 점 차. 김수지 블로킹 득점으로 세 점 차. 16:13으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들어갑니다. 타임아웃 끝나자마자 김희진 오픈 성공. 이어진 강소휘 공격 범실로 다섯 점 차 벌이지고 다급한 차상현은 “다 범실이야, 범실이야.”를 외칩니다.
강소휘의 변칙 공격으로 한 점 만회한 지에스칼텍스. 신연경의 멋진 디그에도 불구하고 공을 떨어뜨리고 마는 기업은행. 점수는 다시 3 점 차로 좁혀집니다. 문지윤 밀어 치기로 두 점 차까지 쫓아가는 지에스칼텍스. 그러나 3세트 승부에 쐐기를 박는 김하경의 패스 페인트가 나옵니다. 게다가 김하경은 곧바로 블로킹 성으로 연속 득점, 다시 네 점 차로 만듭니다.
표승주의 서브가 권민지 맞고 다시 건너온 걸 김수지가 다이렉트 킬로 추가 득점, 산타나의 쳐내기로 23점 능선에 오릅니다. 김지원의 센스 있는 2단 공격으로 한 점 방어하지만 지에스칼텍스 어쩐지 수비가 좀 어수선합니다. 김하경이 네트 근처 공 다툼을 이겨 세트 포인트. 산타나 득점으로 3세트를 기업은행이 가져옵니다. 오늘 잘하네요!
4세트 권민지 서브 범실로 시작합니다. 모마가 웜업 존에 있군요. 아무래도 오늘 모마 방어에 성공한 기업은행입니다. 그러나 초반까지 계속 1점씩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흘러갑니다. 이 와중에 신연경 호수비는 묘기 대행진입니다. 정말 대단해요.
4세트에 와서도 산타나는 지치지 않습니다. 빠르고 강력하고, 유연하고. 연속 3 득점 성공하면서 팽팽한 스코어를 깨고 기업은행이 세 점 앞선 채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들어갑니다. 타임아웃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산타나, 추가로 두 점 성공하면서 10:6으로 리드합니다. 산타나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지에스칼텍스 블로커들이 잘 쫓아오지 못하는 모양이군요.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로 다섯 점 차. 지에스칼텍스에서 유일하게 오늘 제 몫을 하는 권민지가 연속 득점 성공, 세 점 차로 좁힙니다. “야, 시합을 하면서 인마, 공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있어야지, 우리가 여유 있게 시합한 적 없다니까!” 호통 호철의 랩입니다. 우리 하경 선수 또 눈물 맺히네요. 하경을 달래듯 바로 산타나 공격 성공. 김하경이 다시 올린 걸 산타나 또 성공. 차상현 작전타임. “괜찮아 괜찮아, 어쩔 수 없어.” 글쎄요. 저는 호철 감독님의 호통이 옳은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다독일 건 아닌 듯하네요.
산타나 아버지도 신났네요. 최정민 블로킹 성공, 김하경-산타나로 이어지는 오픈 또 성공, 2세트와 달리 이번엔 기업은행이 더블 스코어로 앞서 갑니다. 권민지는 오늘 운이 없네요. 공격해서 한 점 따면 서브 범실로 내주고. 아이고오.
게다기 기업은행 블로킹 오늘 장난 아니네요. 지에스칼텍스 공격을 다 막아냅니다. 최정민 좋아요. 18:10을 만듭니다. 점수 차이도 많이 나는데 또 작전타임을 불러 ‘상대방 기를 확실히 죽여라(라고 표현은 안 했지만요)’ 당부하는 호철 감독님.
김희진 교체로 들어오자마자 공격 성공. 21:13을 만듭니다. 한수지 공격을 두 번이나 블로킹으로 막아낸 최정민과 그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한 산타나의 공격,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로 23점 능선에 또 먼저 오르는 기업은행입니다. 최정민 오랜만에 속공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네요. 김희진의 서브가 이어지고 권민지의 마지막 공격을 산타나와 최정민이 막아냅니다.
오늘 산타나 25점, 표승주 17점으로 선공했고요 육서영, 최정민, 김수지가 나란히 7점으로 기업은행의 점수를 쌓았습니다. 반면 지에스칼텍스는 강소휘 13점, 모마 12점, 권민지 12점으로 선두 공격권에서 점수 차이가 많았네요. 팀 순위는 변하지 않습니다만 기업은행이 지에스칼텍스를 2점 차로 쫓아갑니다. 지금의 연승 기분을 계속 살려간다면 봄배구 희망이 없진 않겠네요. 기업은행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