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움과 차가움의 경계에서 누군가는 길을 잃다
티파니 바리에르. 위키피디어에는 The Drinking Coach라고 되어 있고 본인도 홈페이지 주소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이렇게 쓰고 있네요. 바텐더의 바텐더이자 인플루언서이고 굉장히 훌륭한 바텐더 선생님, 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잘 몰라요. 위키가 안다는 거지. 하여튼 이 분이 게스트 심사위원으로 들어옵니다.
이번 과제는 스파이시 칵테일입니다. 최고로 매운 칵테일을 만들면 이깁니다. 매운 칵테일이라, 저는 청양고추가 들어간 테킬라 칵테일을 마신 적이 있는데 원래 매운맛을 좋아하기도 해서 그 칵테일이 몹시도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매운 걸 좋아하는 손님이 없는지, 더 주문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보드카에다가 청양고추를 인퓨징 해서 마시기도 했어요. 아우, 짜릿해요. 쉬워요. 코스트코 가서 플레인 보드카 사고 청양고추 대여섯 개를 깨끗이 씻어서 보드카 병에 넣고 일주일 정도 두면 됩니다. 기간은 뭐, 취향에 따라서.
역시 테킬라에 고추를 인퓨징 하는 바텐더가 있군요. 고추도 종류가 다양하네요. 꽈리고추도 있고, 할라피뇨도 있고 칠리페퍼, 핫소스를 쓰기도 하군요. 매운맛을 꼭 식물에서만 내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너무 매운맛에만 치중하면 밸런스를 잡을 수 없다고 심사위원들이 말합니다. 물론 그렇죠. 칵테일은 섞는 술이다 보니 한 가지 맛만 나면 곤란해요. 고생해서 섞을 일이 없잖아요. 그러니 맵기도 하면서 맛있는 걸 내놔야 하는데, 저는 슬슬 입에 침이 고입니다.
할리피뇨와 테킬라, 버번과 사천 고추, 한국 대추와 고추장 그리고 럼,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역시 우리 음식이 세계적이긴 하네요. 저들이 쓰는 고추장은 마트 고추장인데, 밀가루가 아니라 쌀로 만든 진짜 고추장을 먹어본다면 고추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갑자기 국뽕이라니)
심사위원 선생들이 보통은 한 마디쯤 싫은 소리를 하는데, 이번 칵테일들에는 모두 맛있다고 칭찬하네요. 역시 다섯 명이 괜히 남은 건 아니겠지요. 다만 고추장을 쓴 바텐더에게는 말이 좀 있네요. 아, 이 선수 떨어지면 안되는데 말이죠. 하지만 두 명은 올라가고 세 명은 패자부활전을 치러야 합니다.
네, 실제 결과는 가서 보셔요. https://www.netflix.com/title/81437299
아, 고추장을 쓴 로이드는 패자부활전으로 가고 말았네요. 패자부활전 숙제는 진짜 진짜 차가운 칵테일, 질소를 사용해야 하는군요. 심사위원 프랭키가 윈터스톰이라는 질소 칵테일을 선보이고 이걸 따라서 겨울 칵테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고속 냉동기, 액화 질소, 드라이아이스 온갖 차가운 것들이 등장합니다. 로이드는 크렘드카카오 맛이 나는 눈을 만드나 봅니다. 차가운 것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다들 세컨드 리큐르로 맛있는 것들을 골랐네요. 만다린 보드카, 크렘드카카오 같은 것들 말이지요. 심사위원들이 맛을 보고, 한 가지씩은 지적질을 하시는군요. 로이드는 잔을 잘못 고른 거 같아요. (아니 내가 왜 로이드를 응원하는 거야? 고추장 때문에? ㅋ) 로이드는
올라갔을까요, 집으로 갔을까요? 마지막 남은 네 명은 과연 누굴까요? 네, 안 가르쳐드립니다. 가서 보시고, 눈으로라도 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