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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pr 08. 2023

너 살쪘대, 사료를 줄인단다

사료를 줄이면, 사료로 꼬실 방법이 생기는 건가.

“아빠 큰일 났어.”


고양이를 키운 지 열흘쯤 지나니까, 저 ‘큰일’이 고양이에 관한 일일 거라는 건 금세 짐작했다. 진짜 큰일 일리는 없겠지. 하지만 나도 눈치가 있으니 같이 호들갑을 떨어준다. “뭐 뭐 뭐 뭐 뭐? 우주 뭔 일 있어?”


“어, 우주 몸무게가 860그램이야. 얘 다이어트 해야 돼.” 

“뭐? 뭐라고?”


아가가 처음 왔을 때 보다 컸다는 건 눈치챘다. 실룩실룩 엉덩이가 꽤 퉁퉁해졌거든. 하지만 처음 병원에서 잰 몸무게가 560그램이었는데 열흘 만에 300그램이 늘었다는 건, 그야말로 몸무게 대폭발 아닌가! 아니 50%가 넘게 늘은 거잖아! 그동안 많이 먹고 잘 커야 한다고 해서 자유급식을 시켜왔는데, 드디어 자동급식기를 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서 아가 고양이는 하루에 얼마나 먹어?” 

“40~60그램 먹는다는데, 덩치에 따라 다르겠지. 그래서 하루 네 번 나오는 걸로 세팅했어” 딸아이는 40그램을 네 번 나누어 나오게 했단다. 일단 먹는 걸 봐서 모자라면 더 늘리는 걸로.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먹이가 모자란다… 는 얘기는 내가 먹이로 꼬실 수가 있다는 말이네?’ 오호라, 드디어 우주를 내 편으로 만들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꿈은 오늘, 그러니까 자동급식 첫날 깨지고 말았다. 사료가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아빠, 아가 오늘 20그램 먹었다는데?” 뭐뭐야? 그럼 사료가 남는다고? 우주는 겨우 20그램을 먹으면서 몸무게를 300그램을 불렸다는 거다. 잘 먹고 잘 싸고 기특하지만 나는 뭔가 서운했다. 

그럼 운동을 시켜야겠네? 나는 분노의 낚시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등 따시고 배부른 우주는 일어날 생각이 없다. 그냥 누워서 배를 깐 채로 위에서 내려오는 낚시미끼나 툭툭 건드릴뿐이다. 그래, 너는 어쩐지 약간 게으른 고양이 같았어. 자식, 두고 보자. 나의 빡센 다이어트로 우주를 운동시키기로 했다…(지만 현실은 내가 먼저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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