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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pr 05. 2023

고양이는 내 가족일 뿐

남에게까지 같은 종족이라고 권유하지 말자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 솔직히 아직도 우주가 막 뛰어들면 무섭다 -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기 동물에게 나를 가리켜 삼촌이니 형이니(!)라고 말하는 게 몹시 불쾌했다. 가족이면 자기네 끼리 가족인게지 왜 나한테까지 동물과 같은 종족이 되라고 강요하는 건가? 엘리베이터에서 그런 분들을 만나면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이랬다. “저기요, 여러분에게는 가족이겠지만 저한텐 짐승이거든요?” 그래서 고양이 아빠가 된 지금, 내  글에서 아빠니, 누나니 하는 호칭들을 쓰는 게 읽는 분들을 괴롭힐 것 같아 좀 괴롭다. 그래서 뭐라도 선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우주는 저희에게는 가족이지만 여러분에게는 귀여워 보이는 동물이거나 맹수 혹은 비스트(!)입니다. 그러니 제가 사용하는 호칭을 너무 불쾌하게 여기지 말아 주십시오.”



오늘은 출근할 때 처음으로 우주가 인사를 나왔다. 물론 스스로 그랬을 리가 없지. 얼마나 도도한 녀석인데. 할머니가 안고 나왔지만 나하고는 영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딸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빠, 고양이는 두 눈을 서로 쨍하게 쳐다보면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인대.” 아하, 그렇다면 이 녀석은 나하고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이로구만. 허허. 내가 이겼다.


아빠는 오늘도 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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