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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pr 10. 2023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

귀여운 고양이와 언제나 귀여울 소중한 딸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이런 장면을 꿈꿨다. 한가롭게 안락의자에 앉아 발은 뻗고 머리는 뒤로 기댄 채 책을 읽으며 반 쫌 눈을 감고 졸고 있었고, 반쯤 열린 눈 속에는 고양이와 함께 장난치는 딸아이가 보이는 것. 얼마나 목가적이란 말인가. 


그러나 나는 목가적과는 거리가 먼 서울의 아파트에 살고, 2개월을 좀 넘은 아가 고양이 우주는 행동을 종잡을 수 없었고 딸아이는 제발 그만 크라는 나의 소망 따위와는 상관없이 훌쩍 자라 사회인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들고 졸 수는 있으되, 꼬물 거리며 돌아다니는 아기 고양이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딸아이를 조합한 세 번째 그림만큼은 좀처럼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선물 받은 책을 열고 세 페이지쯤 읽고 나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 순간에 나와 비슷하게 졸고 있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쓰다듬은 딸아이가 한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이.” 하고 나는 딸을 불렀다.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 딸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다가 이해를 하고 나선 “참나, 머야.”하고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우주를 계속 쓰다듬었다. 


문득, 나는 참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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