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이 절대 어딘지 안 가르쳐주는 딤섬 집에 가다
흔히 양꼬치엔 칭다오라고들 하지만(사실 뭐 괜찮은 조합이기는 하다) 칭다오엔 양꼬치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딤섬(이라고 쓰고 만두라고도 우긴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최고는 훈툰이다(물론 당연히 개인의 취향이다). 문제는 여느 맛있는 것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아무데서나 쉽게 찾아 먹을 수 없다는 거다(하긴 아무데서나 찾아 먹으면 그게 뭐 얼마나 맛있겠는가).
딤섬과 칭다오 조합으로 가장 유명한 집으로 꼽으라면 아마 이태원 쟈니 덤플링이 아닐까 싶다. 지글지글 느끼한 군만두를 입에 넣고 칭다오로 개운하게 입가심, 캬아.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홍합 국물(훈툰이거나 완당이거나)을 한 수저 떠먹고 또 칭다오로 입가심, 캬아. 쪼글쪼글 부드러운 물만두를 집어 먹고 칭다오로… (아서라, 만두 값보다 맥주 값이 더 나올라…). 양꼬치는 여기 댈 것도 아니다. 그러나 쟈니 덤플링은 서울의 동쪽에 사는 내겐 언제나 먼 곳이다.
그러니 집 가까운 방이동 먹자골목 안에서 쟈니 덤플링은 아니어도 그에 못지않은 개성 있는 딤섬 집을 찾았을 때 기분이란… 그렇다고 뭐 환호성까지 질렀다는 건 아니다.
2인 테이블 3개, 4인 테이블 5개. 작은 식당이다. 지난번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와서 금세 소란했더니 또 어제는 술기운 오른 사십 대 아재들 덕에 시끄러웠다. 그러나 훈툰은 개운하면서 매콤했고 샤오롱바오는 따뜻하게 육즙이 흘렀다. 칭다오는 게눈 감추듯 사라졌고 식사를 시킬까 고민하다가 그냥 시켜본 매운 조개 볶음은 어라? 하는 감탄서와 함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배불렀지만 국물에 밥까지 비벼먹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다. 조용하기보다는 시끄럽고 세련되기보다는 친근했다.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는 누님이 워낙 정겨운 까닭에 계산을 마치고는 잘 먹었어요, 가 절로 나왔다. 가족 단위 손님부터 시끄러운 술 손님까지, 손님 층이 넓다는 건 누구의 입맛에도 편안하다는 뜻이다.
먼 곳에 있는 손님들에게 일부러 찾아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맛집 타이틀을 내건 대단한 집도 아니다. 그러나 술맛 나는 집이라는 건 틀림없다. 동네 이런 집이 많을수록 술꾼은 행복하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집은 나 혼자만 알고 있으련다. 나는 이기적인 술꾼이니까.
- 칭따오, 칭타오라고들 하지만, Qingdao 칭다오(정작 칭다오 사진은 어디갔단 말인가 ㅜㅜ)
- 안 가르쳐 드려도 찾아보면 어딘지 다 나올 겁니다(찾아보진 않았어요. 찾아보니 다 나온다 ㅜㅜ)
- 저와 함께 가신다면 언제든 알려드립니다(만두 사라는 얘기?? 그럼 술은 술꾼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