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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un 28. 2016

칭다오엔 딤섬

술꾼이 절대 어딘지 안 가르쳐주는 딤섬 집에 가다  

흔히 양꼬치엔 칭다오라고들 하지만(사실 뭐 괜찮은 조합이기는 하다) 칭다오엔 양꼬치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딤섬(이라고 쓰고 만두라고도 우긴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최고는 훈툰이다(물론 당연히 개인의 취향이다). 문제는 여느 맛있는 것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아무데서나 쉽게 찾아 먹을 수 없다는 거다(하긴 아무데서나 찾아 먹으면 그게 뭐 얼마나 맛있겠는가).


딤섬과 칭다오 조합으로 가장 유명한 집으로 꼽으라면 아마 이태원 쟈니 덤플링이 아닐까 싶다. 지글지글 느끼한 군만두를 입에 넣고 칭다오로 개운하게 입가심, 캬아.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홍합 국물(훈툰이거나 완당이거나)을 한 수저 떠먹고 또 칭다오로 입가심, 캬아. 쪼글쪼글 부드러운 물만두를 집어 먹고 칭다오로… (아서라, 만두 값보다 맥주 값이 더 나올라…). 양꼬치는 여기 댈 것도 아니다. 그러나 쟈니 덤플링은 서울의 동쪽에 사는 내겐 언제나 먼 곳이다. 


그러니 집 가까운 방이동 먹자골목 안에서 쟈니 덤플링은 아니어도 그에 못지않은 개성 있는 딤섬 집을 찾았을 때 기분이란… 그렇다고 뭐 환호성까지 질렀다는 건 아니다. 

은근히 매콤하다. 홍합 밑에 만두가 숨어 있다. 배부르다는 뜻이다. 

2인 테이블 3개, 4인 테이블 5개. 작은 식당이다. 지난번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와서 금세 소란했더니 또 어제는 술기운 오른 사십 대 아재들 덕에 시끄러웠다. 그러나 훈툰은 개운하면서 매콤했고 샤오롱바오는 따뜻하게 육즙이 흘렀다. 칭다오는 게눈 감추듯 사라졌고 식사를 시킬까 고민하다가 그냥 시켜본 매운 조개 볶음은 어라? 하는 감탄서와 함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배불렀지만 국물에 밥까지 비벼먹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고급스럽다기 보다는 본토스러운 맛이라고 해야 할까?! 샤오롱바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다. 조용하기보다는 시끄럽고 세련되기보다는 친근했다.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는 누님이 워낙 정겨운 까닭에 계산을 마치고는 잘 먹었어요, 가 절로 나왔다. 가족 단위 손님부터 시끄러운 술 손님까지, 손님 층이 넓다는 건 누구의 입맛에도 편안하다는 뜻이다. 

기대하지 않고 시켰다가 우와와 했던 매운조개볶음. 밥 비벼 먹는 건 필수.

먼 곳에 있는 손님들에게 일부러 찾아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맛집 타이틀을 내건 대단한 집도 아니다. 그러나 술맛 나는 집이라는 건 틀림없다. 동네 이런 집이 많을수록 술꾼은 행복하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집은 나 혼자만 알고 있으련다. 나는 이기적인 술꾼이니까.


- 칭따오, 칭타오라고들 하지만, Qingdao 칭다오(정작 칭다오 사진은 어디갔단 말인가 ㅜㅜ)

- 안 가르쳐 드려도 찾아보면 어딘지 다 나올 겁니다(찾아보진 않았어요. 찾아보니 다 나온다 ㅜㅜ)

- 저와 함께 가신다면 언제든 알려드립니다(만두 사라는 얘기?? 그럼 술은 술꾼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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