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Jun 29. 2016

취함의 절정

술꾼이 취함의 정도, 취함의 매력, 취함을 절정을 생각하다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기분이 최고로 좋아지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사람인 데다가 걱정거리라고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 있어. 사실 그 순간은 아주 짧아서 어어, 하는 사이 지나가 버리지. 제대로 취한다는 건 이 순간을 붙들어 가능하면 길게 유지하는 거야. 그래야 술을 즐겁게 마실 수 있을뿐더러 술도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거겠지. 이게 바로 술꾼이 꿈꿔야 할 취함의 절정 아니겠어?”


신천 비바라비다에서 M에게 말도 안 되는 설교를 늘어놓을 때, 나는 이미 그 선을 살짝 넘었다. 아, 이제 슬슬 집에 가야지, 지금은 일 많은 월말이잖아, 하는 걱정(!)들이 슬슬 머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한라산을 삼분의 이병 마셨고 마가리타와 맨해튼에 이어 라스트워드를 넘기는 중이었다.

오늘 바에서 마지막 말을 하기에 라스트워드는 언제나 충분하다

사실 술꾼이 말도 안 된다면서 흩뿌린 이 설교는, 아멜리 노통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샴페인을 마시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열다섯 번째 모금과 열여섯 번째 모금 사이, 모든 인간이 귀족이 되는 순간 말이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인해 인간은 이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뭐가 그리 급한지, 취기의 절정에 도달하려고 마시고 또 마시다가 고결하기 그지없는 이 순간을 그만 술에 빠뜨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멜리 노통, 왕자의 특권 중에서, 허지은 옮김, 문학세계사


술을 마시는 까닭은 인생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급함으로 혹은 아직도 마실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인해 여전히 나는 고결한 절정을 지나 탄식의 경지에 이르고 만다. 얼마나 더 마셔야 술에게 부끄럽지 않은 술꾼이 될 것인가. 한라산 반 병과 마가리타와 맨해튼에 이어 라스트워드를 반쯤 마신 그 타이밍을 기억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칭다오엔 딤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