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이 취함의 정도, 취함의 매력, 취함을 절정을 생각하다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기분이 최고로 좋아지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사람인 데다가 걱정거리라고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 있어. 사실 그 순간은 아주 짧아서 어어, 하는 사이 지나가 버리지. 제대로 취한다는 건 이 순간을 붙들어 가능하면 길게 유지하는 거야. 그래야 술을 즐겁게 마실 수 있을뿐더러 술도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거겠지. 이게 바로 술꾼이 꿈꿔야 할 취함의 절정 아니겠어?”
신천 비바라비다에서 M에게 말도 안 되는 설교를 늘어놓을 때, 나는 이미 그 선을 살짝 넘었다. 아, 이제 슬슬 집에 가야지, 지금은 일 많은 월말이잖아, 하는 걱정(!)들이 슬슬 머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한라산을 삼분의 이병 마셨고 마가리타와 맨해튼에 이어 라스트워드를 넘기는 중이었다.
사실 술꾼이 말도 안 된다면서 흩뿌린 이 설교는, 아멜리 노통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샴페인을 마시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열다섯 번째 모금과 열여섯 번째 모금 사이, 모든 인간이 귀족이 되는 순간 말이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인해 인간은 이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뭐가 그리 급한지, 취기의 절정에 도달하려고 마시고 또 마시다가 고결하기 그지없는 이 순간을 그만 술에 빠뜨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멜리 노통, 왕자의 특권 중에서, 허지은 옮김, 문학세계사
술을 마시는 까닭은 인생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급함으로 혹은 아직도 마실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인해 여전히 나는 고결한 절정을 지나 탄식의 경지에 이르고 만다. 얼마나 더 마셔야 술에게 부끄럽지 않은 술꾼이 될 것인가. 한라산 반 병과 마가리타와 맨해튼에 이어 라스트워드를 반쯤 마신 그 타이밍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