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Jul 03. 2016

중년의 커피

술꾼이 숙취에 절은 몸을 이끌고 커피 한 잔을 내리다

아무래도 어제 마지막 잔을 마시지 말아야 했다. 한계를 넘어선 대가로 두통과 메슥거림을 받았고 일어날 기운을 내주었다. 그렇게 이불속에서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채 한 시간을 보내다 좀비처럼 기어 일어났다. 믿을 수 없게, 커피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텁텁한 입을 양치하고 찬물로 세수를 해 주방까지 걸어갈 기운을 얻는다. 모카포트에 일리 커피 15그램과 물 200ml를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려 불을 붙인다. 2분 30여 초를 지난 즈음 모카포트는 피처럼 선명한 커피를 올려 보내고 100ml 정도 커피가 모였을 때 불을 끄니 진한 크레마를 토해 낸다.


뽑아낸 커피 100ml에 뜨거운 물 200ml를 붓고,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 이 맛이 커피다. 역시 나는 우아한 중년… 은 개뿔.

누가 뭐래도 내가 내린 커피가 제일 맛있다

미안합니다. 아직도 술이 덜 깬 모양입니다. 커피 얼른 마시고, 해장이나 해야 되겠다. 현실은 까치집을 지은 머리와 여전히 남아 있는 두통과 축 늘어진 몸과 퉁퉁 부은 얼굴뿐이므로.


(그런데 솔직히 커피는 기가 막혔어요 ㅋ)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는 내가 내린 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