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고들빼기김치는 밥반찬은 물론 훌륭한 술안주로도 손색없다.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뿌리와 아삭한 줄기가 씹는 재미를 주고 쌉싸름한 맛 뒤에 따라오는 시원한 맛은 거의 쾌감 수준이다. 이런 걸 어릴 때는 몰랐다. 역시 쓴 맛은 인생의 쓴 맛을 조금이라도 안 뒤에야 슬쩍슬쩍 배워가는 모양이다.
고들빼기김치 속에는 주연보다 더 뛰어나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조연이 하나 있는데 바로 생밤이다. 어그적 씹히는 생밤이 김치 양념과 함께 고들빼기 못지않는 맛을 낸다. 게다가 이건 밥반찬보다는 술안주에 더 잘 어울린다. 반주 한 잔을 걸치고 어그적 생밤을 씹노라면 이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안주로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흐뭇하다.
생밤을 일일이 손으로 까 넣은 정성 때문에라도 더 맛있을 수밖에. 요즘 내가 집에서 밥 먹을 때 반주를 멈출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녀석이다. 하긴 술꾼은 혼자되는 게 아니다. 같이 먹고 마셔주는 친구들, 이것 저것 안줏거리를 끊임없이 내어주는 가족들이 있어야 진정한 술꾼이 탄생하는 법이다.
#고들빼기 #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