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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Mar 03. 2016

나무나무 맨해튼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바 차가운새벽에서 맨해튼을 마시다   

(이렇게 부르는 걸 본인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술 덕후 바텐더를 만나면 생전 처음 보는 술을 내놓으라고 떼쓰는 즐거움이 있다.


- 버무스 새로 들어온 거 뭐 있어요?

- 베르무트요… 돌린/Dolin 있어요.

- 돌린? 어, 처음 봐요… 음, 그걸로 맨해튼 하나 해주세요.

- 오우, 맨해튼~ (이 반응은… 아마 내가 잘 골랐다는? ㅋ) 위스키는요?


알아서 골라주세요, 했더니 특이하게 옆으로 세워놓은 우드포드 리저브를 찾아 꺼내더라. 우드포드 리저브가 그렇게 날씬한 줄 처음 알았다. ㅋㅋ

룩사도 마라스키노 체리와 함께 맨해튼이 나왔다. 맨해튼에 앞서 체리를 보고 꺄~ 소리를 질렀다. 이 넘의 체리는 정말 마성의 체리다. 진짜 맛있다. 바텐더가 체리가 가득 든 커다란 통을 들어 보이며 대박 질렀다고 자랑한다.


맨해튼을 입에 댔다. 입 안에서 도는 질감은 부드러운데 단 맛 뒤에 뭔가 거칠거칠했다. 아놔, 나 이런 터프한 느낌 딱 좋은데. 목으로 넘기고 금세 따라 올라오는 열기. 이래서 맨해튼을 마시는 거다.


- 위스키에는 트릭을 좀 썼어요.


맨해튼을 맛보느라 잠깐 생각에 빠져 이 얘기를 좀 늦게 들었다.


- 음? 어떤 트릭이요?

- 제가 만든 위스키를 좀 넣었어요.


그리고는 위스키를 좀 따라 주는데, 어라, 나로서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 이거 완전 나무나무한데요?


진짜 무슨 위스키에 나무 향이 가득하다.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란다. 하긴 지킬 건 지켜줘야지. 후배가 히노끼 원목을 좀 잘라서 보내준다고 했는데 나도 그걸 위스키에다 좀 넣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맛이 툭툭 튀어나오니, 바 "차가운새벽"을 내가 좋아할  수밖에. 맨해튼 한 잔에 여기가 전주라는 사실을 잠깐 잊는다. 흑, 오늘은 올라가야 하는데.

#‎차가운새벽‬ ‪#‎맨해튼‬ ‪#‎룩사도마라스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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