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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Sep 15. 2017

스팅어, Stinger

가시로 찌를 것인가 박힌 가시를 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스팅어를 처음 마신 건 미스터사이몬에서다. 책에서 봤는지 미드에서 봤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스팅어라는 이름을 머리 속 어딘가에 감춰두었다가 약간 술이 오른 어느 날(하긴 바에서 내가 멀쩡한 날이 얼마나 있었겠나), 미스터사이몬에게 뻔뻔하게 주문을 했다. “스팅어 돼요?”


순간 미스터사이몬은 ‘아니 대체 어디서 그런 걸 주워 들어온 거야?’ 하는 표정을 지으며 꽤 오래전에 한 번 만든 이후로 주문하는 사람이 없었더라고 꿍얼거리며 어디엔가 꿍쳐놓은 민트 화이트를 꺼냈다.


흔히 스팅어는 찌른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칵테일도 콕콕 찌를 것 같은데, 사실 찌른다기보다는 뭔가 화한 게 터지는 느낌이 더 어울린다. 다만, 그 터지는 맛이 너무 구강청결제 같아 뜨악하여하는 분들이 있다. 당연하지, 민트 화이트가 페퍼민트다.


스팅어가 등장하는 영화 장면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반전은 아마도 이걸 거다.


“It’s called a Stinger. Removes the sting.”

(High Society, 1956, Bing Crosby, Grace Kelly)


스팅어가 찌르는 넘인 줄 알았더니, 스팅(가시)을 없애주는 넘이라고?


그저 오래 알았다는 이유로 (물론 나보다 훨씬 더 오래부터 미스터사이몬을 안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미스터사이몬에서 가끔 난처한 주문을 한다. 그래도 미스터사이몬은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잘 받아 준다. 나의 베스트 바 5 안에 미스터사이몬이 항상 들어가는 이유다. #나머지는안가르쳐줌

이것은 이세타의 스팅어다

스팅어 얘기를 하면서 어쩌다 보니 미스터사이몬 예찬(!)을 하고 말았는데, 사실 이 사진의 스팅어는 이세타에서 마셨다. 다른 칵테일도 그렇지만 스팅어 역시 개성이 강한 두 종류를 섞다 보니 그 밸런스에 따라 맛이 크게 변하는데, 이세타의 스팅어는 가글(!) 맛이 너무 튀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 같더라. 두 번째 잔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 ray, the soolk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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