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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08. 2023

여자배구 흥국생명 vs 기업은행 230108

새 감독은 없고, 김연경 선수는 웜업존에 있었습니다. 

경기는 세트 스코어 3:1로 흥국생명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매 세트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치열했는데요, 경기 시작 전에 깜짝 놀랄 일이 두 개 있었으니, 첫째는 김기중 신임 감독이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기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섰고요.


두 번째로 김연경 선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뭔가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경기장에 있는 모습은 괜찮았거든요. 알고 보니 장염 등 컨디션이 좋지 않아 출전하지 않았답니다. 김연경 선수의 쾌유를 빕니다. 그저 팬일 뿐 아마추어인 저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역시 팬은 팬으로 글을 써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제넘은 표현이 있다면 읽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0z_DenDx8sw

1세트 옐레나 vs 산타나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를 기업은행이 선취득점을 가져갑니다. 그러나 곧바로 서브 범실을 기록 원점으로 돌아갔고요 김희진의 공격이 잘 먹히지 않고 범실이 누적되면서 흥국생명이 앞서 갑니다.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은 8:4로 흥국생명이 앞섭니다. 카메라가 웜업존을 이렇게 많이 잡는 경우도 없었던 거 같아요. 김연경 선수를 계속 보여주는데 표정은 괜찮고 선수들 분위기 띄워주고 있더군요.


옐레나 오늘 컨디션 좋아 보입니다. 1세트 중반에 벌써 4점 기록하고 있고요. 그러나 오늘 기업은행 산타나도 만만치 않습니다. 맞불 공격으로 12:12 동점을 이룬 후 계속 한두 점씩 주고받으며 경기를 이어갑니다.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은 16:14로 여전히 흥국생명이 두 점 차 앞섰습니다.


산타나의 공격이 매섭지만 옐레나의 2 연속 백어택이 두 번 이어지면서 점수차를 벌립니다. 후반에서야 터지기 시작한 김희진의 공격으로 24:23까지 쫓아오지만 서브 범실로 흥국생명이 1세트를 가져갑니다.


2세트 정말 치열한 공방전 

김다은의 일대일 블로킹으로 흥국생명어 1점을 확보합니다. 이어진 산타나의 공격 범실로 2점. 경기가 빠르게 흘러가네요. 그러나 연이은 옐레나의 연결 범실로 2:2 동점. 계속해서 산타나의 수비와 공격이 이어지며 흥국생명은 2점 뒤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옐레나가 연속으로 백어택을 성공하고 김미연 선수가 오픈 공격으로 오늘의 첫 득점을 올리면서 흥국생명이 8:7로 뒤집습니다. 오늘 경기 중에서 쉽게 가는 건 한 번도 없네요. 김다은 연속 공격 범실에 옐레나 공격까지 블로킹으로 막히고 서브 에이스까지 먹으면서 3점 차로 벌어집니다. 옐레나가 초반 공격 점수를 많이 쌓기는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블로킹에 막히네요. 김미연과 김희진의 주고받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흥국생명은 3점 차 뒤지고 있는데요, 이번 랠리는 뭔가 좀 급해 보이네요.


김희진의 페인트 공격이 네트를 넘기지 못해 12:12 동점을 이룬 상태에서 이제 한 점씩 주고받는 시소게임이 시작됩니다. 기업은행이 공격해서 점수 벌고 범실 해서 내주고 이러면서 15:15가 됐고 옐레나의 백어택이 막히지만 서브 범실로 다시 점수를 돌려줍니다. 랠리가 이어지며 19:21까지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갑니다. 이제부터는 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만, 대충 이렇습니다.


변지수 서브 에이스로 한 점 차 20:21

긴 랠리 끝에 옐레나의 페인트로 21:22

이어진 옐레나 서브 에이스로 22:22

산타나 퀵오픈으로 22:23

이주아 이동 공격으로 23:23

표승주 범실로 흥국생명 세트포인트

김희진 백어택으로 듀스 24:24

엘례나 가운데 푸시로 25:24

표승주 오픈으로 다시 25:25

옐레나 백어택 블로킹에 막혀 25:26 기업은행 세트포인트

엘례나 백어택으로 26:26

김희진 오픈오로 26:27 기업은행 세트포인트

옐레나 오픈으로 27:27

변지수 블로킹으로 28:27 흥국생명 세트포인트

최정민 속공으로 28:28

옐레나 오픈으로 29:28

이주아 속공으로 30:28


이렇게 긴 세트가 끝납니다. 사실 이 두 팀은 이전에도 41:39라는 포인트를 기록한 적이 있죠. 아, 그게 3라운드까지 기업은행이 이긴 유일한 세트였군요. 그런데 듀스와 세트포인트가 반복되는 순간에도 카메라에 잡힌 김다솔 선수 표정이 여유로워 보여서 약간 놀랬습니다. 다솔 선수는 항상 긴장한 표정이었거든요.


3세트 연타, 푸시, 페인트. 말랑말랑한 공격이 쏟아지다 

기업은행이 9번째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출발했습니다만 곧바로 서브 범실,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오늘 경기를 가만 보니 컨디션 좋은 옐레나와 산타나, 키맨인 김미연과 김희진이 어떻게 싸워주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결정될 것 같더군요.


곧바로 옐레나가 21 득점 째를 기록하며 추가 점수를 냅니다. 앞에서 다솔 선수 표정도 얘기했는데 옐레나도 표정이 좋더라고요. 아빠가 오셔서 그렇답니다. 사실 공격 패턴도 좋습니다. 오픈, 백어택, 푸시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잘 먹힙니다. 아빠도 오셨는데 MVP 되면 좋겠어요(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되었습니다!).


지난 세트처럼 이 세트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김희진 대신 들어온 육서영 선수가 컨디션이 아주 좋네요. 3세트 들어오자마자 벌써 6점을 기록하면서 기업은행 공격을 주도해 나갑니다. (저는 흥국생명 팬이지만 기업은행도 좋아하고, 그중에 육서영 선수 참 이뻐합니다. 뭐, 괜히 배트맨 같네요 ㅋ)


오늘 경기의 특징은 강력한 스파이크 공격도 많지만 연타, 푸시, 페인트 같은 꾀바른 공격이 엄청 쏟아져 나옵니다. 제 뇌피셜로 이런 공격들의 사용 빈도가 갑자기 늘어난 건 2022년 VNL에서였는데 그때 체격 좋은 선수들이 높은 데서 꽂아 넣는 푸시 같은 공격에 우리 선수들이 전혀 대응을 못했거든요. 그러더니 올 시준 우리 배구에서도 기가 막힌 말랑말랑한 공격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때리는 게 맛이긴 하지만 속여먹는 것도 재밌죠 뭐.


하여튼 기업은행은 열심히 공격하고 점수를 이끌어 가는데 23:23까지 동점 쇼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범실이 너무 많아요. 세트 중간까지 흥국생명 범실 12개, 기업은행 범실 21개를 기록합니다만, 옐레나의 백어택을 최정민이 블로킹으로 막으면서 23:25로 3세트를 가져갑니다.


4세트 김다은 vs 육서영

김미연과 김희진의 대결이 될 줄 알았던 세트는 김다은과 육서영의 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육서영 선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11 득점을 기록하면서 공격을 퍼붓고 김다은 선수는 꾀바른 공격들로 점수를 쌓아갔지요. 4세트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4점까지는 흥국생명이 앞서가다가 기업은행이 먼저 8점을 내고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들어갔거든요.


그러나 김다은의 스파이크 서브와 김미연의 시간차 공격으로 12:9까지 흥국생명이 점수를 벌립니다. 하지만 기업은행도 산타나의 서브 에이스, 육서영의 오픈 공격으로 15:15가 됐고 김다은의 직선 공격으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가져갑니다.


옐레나 선수가 후반 들어 득점 속도가 좀 떨어지네요. 그 사이 육서영은 15 득점을 기록하면서 공격을 쏟아붓지만 안타깝게도 범실이 많습니다. 이게 육서영 선수의 단점인데, 범실만 줄인다면 정말 강력한 공격수가 될 겁니다. 자, 2세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육서영 블로커 아웃으로 16:16 동점

그러나 바로 서브 범실로 17:16

김다은 연타 득점으로 18:17

이원정 들어와 블로킹으로 1 득점 19:17

육서영 백어택 범실로 20:17

김다은 서브 범실로 20:18

육서영 파워풀한 공격으로 21:20

김하경 서브 에이스로 21:21

산타나 오픈으로 21:22 역전

육서영 공격 범실로 22:22

오랜만에 옐레나 공격으로 23:22

산타나 공격으로 다시 23:23

옐레나 공격 최정민 블로킹으로 23:24 기업은행 세트포인트

변지수 블로킹으로 24:24

육서영 공격 범실로 25:24 흥국생명 매치포인트

김다은 퀵오픈으로 26:24 경기 끝.


흥국생명은 김연경 선수가 빠졌는데도 승리했고 기업은행은 신연경 선수가 몹시도 간절했을 겁니다. 듀스까지 꽉꽉 채워 가며 치른 경기라서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겠어요. 오늘의 MVP는 옐레나가 됐습니다. 득점 28점, 공격성공률 41.7%, 백어택이 무려 11개.


요즘 여자배구 정말 손발에 땀나네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구 놀음에 빠져 있습니다.

MVP 옐레나. 아빠 와서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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