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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10. 2023

솔티독. 그만, 이제 집에 가자

귀여운 강아지술이지만 나는 강아지가 아닌데, 같기도 하고...

솔티독(Salty Dog)은 진이나 보드카에 자몽주스(그레이프프룻이 원래 이름이긴 하죠)를 섞고 잔 입구에 소금을 둘러 내는 칵테일입니다. 소금을 둘렀으니 솔티독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겠고요, 잔 입구를 림(rim)이라고 하고 림에 무언가를 바르는 행위를 리밍(rimming)이라고 합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소금 리밍을 전체 다 하거나 반만 하기도 합니다. 자몽주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대부분 바들은 생자몽을 짜서 줍니다.


자몽 있어요?

네!

그럼 솔티독이요!


바에서는 바텐더의 추천 대로 드시면 되고요, 집에서 비슷한 맛을 내고 싶다면 술과 자몽주스와 비율을 1:1 ~ 1:3 정도로 조절해서 드시면 됩니다. 얼음은 꼭 있어야죠!


원래 칵테일은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법인데 솔티독은 진이나 보드카 어떤 걸 써도 똑같이 솔티독이라고 부릅니다. 대신 솔티독에서 소금 리밍을 빼면 그레이하운드라는 칵테일이 됩니다.


반면 베이스를 테킬라로 바꾸고 자몽주스와 탄산수(소다수), 라임주스를 추가하면 ‘라 팔로마’라는 멕시코 칵테일이 되지요. 라 팔로마는 저도 한 번인가 마셔봤는데 (테킬라 칵테일만 정해놓고 먹던 날) 오리지널은 멕시코의 자몽탄산수를 써야 한다네요.


자몽은 쌉싸래한 맛 속에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어우러진 맛있는 과일이지요. 가끔 백자몽이라고 부르는, 껍질이 연한 색을 띄는 녀석들이 나오는데 당도가 높아 인기입니다. 큰 과일이 포도처럼 열린다고 해서 그레이프프룻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특유의 맛 덕분에 투명한 술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저는 한라산 소주로도 참 좋아합니다. 그러나 참이슬 같은 술은 감미료가 들어가서 그런가 미묘하게 맛이 꼬이는 느낌이 좀 있어서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몽이 특정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약과 반응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 배려가 세심한 바에서는 솔티독을 주문하는 손님에게 이런 약을 복용하는 중인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저는 전주의 차가운 새벽에서 이런 질문을 처음 받고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혈압약은 먹지 않는 관계로 패스.


칵테일이 ‘약’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억지로 강조한다면 솔티독은 겨울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더 어울립니다. 부족한 염분을 보충해 주니까요. 저는 몹시 개운한 칵테일이 끌릴 때나 마지막 잔으로 솔티독을 주문하곤 합니다. 입가심을 잘할 수 있는 칵테일이죠.

을지로 테라핀 바에서 솔티독은 집에 가기 싫어 엉덩이를 밍그적거리는 저에게 어서 집에 가라며 정신을 차리게 하는 마지막 주문입니다.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머리를 흔들어 털고 나올 수 있는 잔이죠. 소금도 들어갔겠다, 취해서 강아지도 됐겠다, 이제 자몽만 한 봉투 사들고 집에 가면 사랑받을 수 있을 것만 같네요. (현실은 정 반대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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