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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17. 2023

여자배구 기업은행 vs 도로공사 230117

목적타서브 좀 적당히 날리세요, 김종민 씨

신연경 리베로 부상 이후 4연패에 빠진 기업은행과 캣벨 영입 후 3연승을 달리는 도로공사의 경기는 누구나 도로공사가 우세하다고 점쳤을 겁니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도로공사에세 1:2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신연경은 아직 복귀하지 못했고 김희진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캣벨을 보강한 도로공사는 신들린 수비와 높은 블로킹으로 상대를 제압해 왔죠. 그런데 오늘 경기는 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습니다.


기업은행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3:0 셧아웃 승리했습니다.

https://youtu.be/AkPQ23uvmjM

전지전능 산타나

오늘 산타나는 무엇을 해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오픈, 연타, 페인트, 푸시 그리고 심지어 비디오 판독까지 모조리 산타나 편이었습니다. 점유율 40%에 공격성공률 46.8%, 23 득점. 점프도 좋았고 심지어 디그도 10개 중에 9개를 받아냈습니다.


거기에 표승주, 김수지 등 주전들이 각 12점, 11점을 기록했고 육서영 선수도 8점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중앙 공격을 이끈 최정민도 6점. 모든 선수들이 괜찮은 점수를 냈죠.


이에 비해 도로공사는 그 좋은 리시브와 블로킹이 그냥 사라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세트 중간중간 연속 득점을 내면서 블로킹의 위력을 보여줬지만 잘했다기보다는 원래 하던 걸 보여준 수준이었습니다. 캣벨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지만(오늘 13점) 볼은 캣벨을 향하지 않았고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캣벨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박정아 13점, 배유나 5점으로 분전했지만 오늘 도로공사는 뭘 해도 안 되는 날이었습니다.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죠.


잘 버텼다 최수빈

MVP는 당연히 산타나 선수가 받았지만 사실 이날 경기의 숨은 공신은 최수빈 선수입니다. 3세트 내내 목적타를 당했지만 1세트에 잠깐 흔들렸을 뿐 2, 3세트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경기 승리 후 눈물이 그렁그렁했는데 산타나 선수가 허그 하자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군요. 수고 많았습니다.


신연경 선수 부상 이후 내리 4연패에 대한 책임감도 많았을 겁니다. 명색이 리베로인데 목적타 서브를 받아야 하는 것도 자존심 상했을 겁니다. 목적타 서브는 한 놈만 서브로 죽이자는, 배구 경기에서 가장 비정한 작전입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최하 시속 60킬로미터에서 90킬로미터까지 달하는 서브를 계속 받아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목적타를 받는 선수는 무조건 버텨야 합니다. 무너지면 팀 전체에 영향이 가니까요.


목적타를 잘 못 받는다고 바로 빼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바로 빼 버리면 선수는 자신감을 잃게 되고 다음번 목적타에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선수가 버티기를 바라고 응원하다가 결국 교체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모두가 무거운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목적타 서브를 한 사람에게 저렇게도 집중시켜 놓고도 경기에 패한 김종민 감독에게 몹시 쌤통이다,라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최수빈 선수, 격려하고 응원합니다.

ps> 나중에 경기를 다시 보다 보니 산타나 인터뷰 후에 최수빈 인터뷰를 다시 했더군요. 한 경기에 두 선수 인터뷰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최수빈. 오늘 잘 했습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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