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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Jan 24. 2023

기괴한 계약 조항과 페퍼의 승리 230123

트레이드 속에 기괴한 계약 조항을 묻어 넣다니. 

명절 인사를 다니느라 경기를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얼큰히 취한 상태에서 페퍼 vs 지에스칼텍스 경기 소식을 봤더니, 어머나, 페퍼가 3:1로 이겼네요? 스코어를 보니 경기가 엄청 치열했겠습니다.


1세트 26:24 듀스, 페퍼 승리

2세트 24:26 듀스, 지에스칼텍스 승리

3세트 25:23 페퍼 승리

4세트 25:23 페퍼 승리

https://youtu.be/NoQN0oMjzJs

1세트는 23대 24에서 이한비 선수가 오픈 공격으로 듀스를 만들고 강소휘 공격 실패로 25:24까지 끌었네요. 네 번 랠리가 이어진 후 역시 이한비의 오픈으로 페퍼 승리.


2세트는 강소휘 퀵 오픈으로 23:24를 만들었지만 서채원의 오픈을 24:24 듀스가 되었습니다. 강소휘의 오픈을 박경현 선수가 막지 못해 24:25, 한수진 디그 안혜진 세트 유서연 퀵오픈으로 26점을 기록하면서 지에스칼텍스가 가져갔고요.


3세트 역시 23:23에서 니아리드 백어택이 성공해 24:23, 유서연의 퀵오픈으로 넘어온 공을 이고은-김해빈-니아리드의 오픈 공격으로 25:23 마무리하면서 페퍼가 이겼습니다.


4세트는 22:22에서 니아리드가 퀵오픈으로 한 점 추가 23:22를 만들고 권민지의 공격 범실로 24:22, 네 번 랠리가 이어진 후 권민지 블로킹으로 24:23인 상황에서 안혜진의 서브를 이한비가 리시브하고 이고은이 세트를 만든 걸 니아리드가 백어택으로 때려 경기를 끝냈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봤는데, 페퍼의 최근 경기는 놀랄 만 합니다. 다른 팀들을 빠르게 추격하기 시작했어요. 3라운드까지는 큰 점수 차로 지곤 했는데 최근에는 근소한 차로 지다가 이제는 근소한 차로 이기고 있습니다. 다음엔 적당한 점수 차로 이기고 그다음엔 큰 점수 차로 이기기를 응원해 봅니다. 특히 지에스칼텍스한테는 더 말이죠.


이런 기괴한 계약 조건이 있었습니까?

그러나 이번 경기의 놀라움은 근소한 차로 이겼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지영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는데 기괴하고 해괴한 트레이드 계약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트레이드는 해주겠지만 우리하고 시합할 때는 나오지 못하게 해라, 이것이 지에스칼텍스의 요구 조건이었다는데요, 이유는 트레이드 대신으로 받은 지명권이 23~24 시즌이 아니라 24~25 시즌 거로 당장 사용하지 못하니 적어도 우리 경기에는 뛰지 못하게 해라,라는 거였답니다.


트레이드할 때 계약 조건을 붙일 수 있겠죠. 그러나 트레이드에 특정 팀하고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해라,라는 조건은 일단 스포츠맨십에 어긋납니다. 이미 트레이드한 선수에 대해 감독의 권한을 방해하는 것이고요. 페퍼에게 리베로가 간절히 필요했고 심지어 페퍼는 지에스칼텍스의 라이벌도 아니고 오지영 선수가 갔다고 해도 최하위를 벗어나기는 힘든 팀인데 어떻게 이런 조항을 요구할 수 있었을까요.


배구협회, 연맹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공정하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행태들이 관행이거나 고유 권한이거나 하는 것들로 포장되어 있죠. 이번 건은 누가 뭐래도 유리한 조건을 가진 지에스칼텍스와 차상현의 갑질이 분명합니다. 저에게 미움 포인트를 하나 사게 돼서, 현대건설을 제치고 제가 제일 응원하지 않는 팀으로 올라섰네요. 축하합니다. 그려.


오지영 선수 개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고 평가가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선수에 대한 평가는 선수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권한을 가졌다고 하는 자들의 횡포로 인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어떤 선수에게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배구 팬들이 엄청 스마트합니다. 구단이 아니라 선수를 응원하잖아요. 팬과 선수는 점점 똑똑하고 실력이 늘어가는데 구단과 어떤 감독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팬들이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낼 것이라고 믿어요.


차상현 씨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쌤통입니다. 그려.”



오지영 선수. 페퍼에서 본인의 최대 기량을 꼭 발휘해주길 응원합니다. 사진 출처: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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