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nvestor Relations)은 단순한 발표 자리가 아니라 투자 유치의 핵심 관문이자 바로미터다.
IR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은 VC가 본격적으로 투자 검토를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이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투심과 최종 투자 성사 여부가 달라진다.
사업 성과가 탁월하다면 IR은 절차적 단계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발표력과 설득력, 심사역과의 협업이 성패를 가른다.
투자 유치를 결정한 순간부터 IR 자료 작성과 발표를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자.
2017년 말부터 2019년 중반까지, 나는 수십 군데의 VC 심사역을 만나고,
데모데이에 참가해 수상도 했지만 투자와는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IR 제안을 받지 못했다.
‘IR’은 'Investor Relations'의 약자로,
투자 유치 과정에서 VC가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대표자를 본사로 초청해 발표를 요청하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IR 자리에는 해당 VC의 투자 관련 임직원이 참석하며,
IR 발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내부 투자심의위원회(투심)로 이어진다.
즉, IR은 투자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전 단계다.
IR 제안을 받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나는 점점 투자라는 게 나와는 무관한 일처럼 느껴졌다.
IR 자료도 준비했고, 데모데이에서 수상도 했고,
VC들과의 미팅도 계속 이어가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IR 제안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세계는 잘 되는 사람들만 위한 무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데 나는 그 흐름에서 늘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무엇이 부족한지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 유치란 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VC는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을 검토한다.
그중 IR로 연결되는 건 소수다.
VC가 IR을 제안했다는 것은,
“이 기업은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IR 제안은 단순한 프레젠테이션 기회가 아니라 VC가 실제로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명확한 신호다.
따라서 당신이 IR 제안을 받고 있다면 상대방이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면 투자 유치는 시간 문제일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나의 경우 2019년 5월 이전에는 단 한번의 IR 제안도 받지 못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신기하게도 IR 제안을 빈번히 받게 됐고 결국 그해 9월에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나는 IR 제안이 투자 유치의 바로 미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반대로 IR 제안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VC 입장에서
아직 ‘내부 투자 검토’로 넘기기에는 확신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자료의 구조, 시장성 설명, 사업 모델의 독창성, 회수 전략 등 하나 이상의 주요 포인트가
VC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감정적으로 좌절하기보다는 사업과 자료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IR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리가 투자 제안을 하기 위해 최초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심사역이다.
만약 심사역이 당신의 사업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하면 IR을 소집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IR은 그 VC에서 투자와 관계된 사람은 모두 참석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심사역이 IR을 소집한다는 것은 전체를 소집해 자신이 이 회사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IR은 당신이 VC의 투자 관계자들을 직접 설득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최종 투자 결정은 투심에서 이뤄지는데 투심의 경우 기업 대표는 참석하지 않고
심사역을 비롯한 관련자들만 논의하여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R 발표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IR 발표는 데모데이처럼 짧고 요약된 발표와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발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길게 발표하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발표를 진행하던 도중, 한 심사역이 발표 중간에 조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이는 발표 시간의 적정성과 핵심 메시지 전달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 순간이었다.
또한 IR 발표의 핵심은 질의응답에 있다.
사전 발표보다 오히려 VC의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투자 판단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IR 발표는 단순히 IR 자료를 잘 만들고, 내용을 암기해서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발표 당일의 공간 구성, 분위기, 장비, 심사역의 태도 등 다양한 변수가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IR을 진행했던 국내 대형 VC의 회의실은
일반적인 긴 테이블 형태가 아니라 원형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방 벽면에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어 어디에 앉은 심사역이든 자료를 정면에서 볼 수 있었고,
발표자의 발언과 내용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당시 발표가 끝난 뒤, 담당 심사역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발표자들이 많이 긴장해요. 원래 실력보다 발표를 잘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는 다행히도 다양한 데모데이에 참여하면서, 수많은 청중 앞에서 오디션 형식의 발표, 실시간 생중계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다.
그 중에는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데모데이에 나갔다가 암기한 영어 발표 내용을 까먹어
외국인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이와 같은 발표 환경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IR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발표 경험을 쌓아 둘 것을 추천한다.
다만 아무리 연습하고 노력해도 발표가 정말 쉽지 않은 대표자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연습해도 발표 능력이 늘 것 같지 않다면
임원 중에 발표에 능한 사람에게 위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내가 투자를 유치한 회사는 중도에 합류한 회사로 내가 직접 창업한 회사는 아니었다.
창업자는 발표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지만 내부에서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투자 유치 관련 업무와 IR 피칭은 내가 도맡아서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자가 직접 투자자와 접촉하고 IR발표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본인의 발표력이 너무 부족해서 IR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
발표력이 좋은 임원에게 위임하고 본인은 IR에 동석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 있다.
참고로 IR 발표를 잘하지 못했다고 해서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성과가 탁월하다면 IR 발표는 단지 통과의례에 불과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IR 발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IR에는 절대로 지각하지 말도록 하자.
내 페이스북 친구 중 현직 VC 심사역이 있는데
한번은 그 심사역이 IR 자리에 지각한 대표자에 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IR이 열리기로 한 시간은 이미 지났고 그 VC의 임직원들은
대표자만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 심사역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황당해서 글을 올린 것 같았다.
그 대표자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각으로 인해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나는 IR 일정이 잡히면 적어도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주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후 IR에 참석하곤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IR일정이 잡히면 미리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 후
IR에 참석하기를 권한다.
IR 발표를 잘 마치고 나면 많은 창업자들이 안도하면서 동시에 이런 궁금증을 갖는다.
“이제 끝난 걸까? 아니면 또 다른 과정이 남은 걸까?”
IR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이후에도 중요한 절차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투자 여부를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짓는 회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다.
지금부터는 IR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다음 단계인 투심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IR 발표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그 자체로 투자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VC는 IR 이후 내부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투심)를 열어 실제로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단계는 IR과는 다르다. IR이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설명하는 공개 발표라면,
투심은 창업자가 없는 상태에서 담당 심사역이 발표하는 비공개 회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IR을 진행했던 담당 심사역이다.
심사역은 창업자의 IR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내부 논리를 구성하고,
수치와 시장 자료를 정리해 투심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때 창업자는 “보고서는 VC가 알아서 쓰는 거니까 기다리면 된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투심에서의 승부는 IR 발표 직후부터 시작된다.
심사역이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쓸 수 있도록 창업자는 보충 자료를 빠르게 제공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며, 숫자와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투심은 더 이상 무대가 아니다. 관객이 없는 백스테이지에서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설명하는 순간이다.
그가 나보다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는 14번의 IR을 진행했고 그중 10개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 결과가 내가 IR발표를 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IR 단계만 통과하면
원래 투자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투자 유치 과정에서 두번의 상반된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한번은 실제로 투자 유치를 결정한 심사역에게 투심 당일의 정황을 전해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평소보다 탈락한 기업이 많았지만 우리는 다행히 무사히 잘 통과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투심을 통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반대의 경험도 있었다.
보통은 투심을 통과한 후에 투자 계약서가 전달되는데, 투심 이전에 계약서를 전달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투심 이전에 계약서를 전달받은 적이 있었다.
계약서 수정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투자 결정이 내려진 상태가 아니었기에
나는 크게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계약서 수정 여부에 답을 주지 않자
담당 심사역이 다소 역정을 내며 서둘러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때 나는 황당한 나머지 “아직 투자 결정이 난 것도 아닌데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심사역은 이미 투자가 결정난 것과 다름없다는 늬앙스로 말을 해 놀랐던 적이 있었다.
이 두 가지 경험을 종합해보면, 투자사마다 상황에 따라 투심의 통과 난이도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쨌든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심사역이 투심 통과를 자신한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고
심사역이 투심보고서를 잘 작성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자.
IR 제안은 단순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그 자체가 VC의 내부 평가가 일정 기준을 넘었다는 신호다.
만약 IR을 제안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내 사업이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시점이야말로 자신의 전략을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할 순간이다.
반대로 IR 제안이 늘어나고 있다면, 그건 시장이 당신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투자 유치는 시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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