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에서 불안으로,
투자 계약서를 처음 마주한 순간

상환전환우선주부터 드래그얼롱까지, 투자계약서 이해하기

by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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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계약의 시작

투심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VC로부터 투자 계약서 초안을 전달받게 될 것이다.

이 순간, 투자 유치의 꿈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차오를 것이다.

그러나 투자 계약서 내용을 검토하면 할수록,

복잡한 조항과 생소한 문구들이 당신의 마음속 설렘을 잠식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처음 투자 계약서를 전달받았던 때의 설렘이 지금도 떠오른다.


2년 동안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큰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 유치는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집에서 홀로 축배를 들면서

자축하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찌됐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고, 본격적으로 투자계약서 검토에 들어갔다.


생소한 투자계약서의 조항과 문구들이 영 낯설어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며 찾아봤고,

아는 변호사에게 검토를 맡기고 직접 설명을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투자를 받는다는 설렘과 이후의 기대감이 너무 커서
계약서 각 조항들의 진짜 의미들을 이해하지 못했헜다.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고 이해한 내용들을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투자계약서의 핵심

투자 계약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신에게 필요 이상의 통제로 느껴질 수 있으며, 위협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장에서는 투자 계약서에 주로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투자 계약서의 서두에는

VC가 당신 기업의 주식을 몇 주, 얼마의 가격에, 언제 인수할지를 명시하는 부분이 자리한다.


1. 주식의 종류: 기명식 상환전환우선주
2. 주식의 수량: 10,000주
3. 1주의 인수가액: 100,000원
4. 주금 납입 금액: 1,000,000,000원
5. 주금 납입일: 2025년 00월 00일
6. 주금 납입 장소: 00은행


여기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바로 주식의 종류다.


투자 계약에서 주식의 종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VC는 보통주로 투자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로 투자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의 의미와 안전장치

상환전환우선주는 말 그대로 상환권전환권을 가진 우선주다.

투자라는 것은 본래 리스크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VC는 이러한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상환전환우선주는 그중 핵심적인 안전장치 중 하나다.


상환권

상환권은 VC가 투자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유한 주식을 기업에 되돌려주고 대신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VC의 투자 원리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앞으로 크게 성장할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최소 원금의 몇 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투자 후 지켜보니, 기업이 기대만큼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될 때도 있다.

이때 VC는 상환권을 발동해 기업에 투자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보통 상환 시 원금에 연복리 n%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창업자는 언제든지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상환권은 VC가 원한다고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계약서에는 상환권을 발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투자 후 2~3년이 지나야 상환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계약 위반이나 중대한 과실이 발생했을 때는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게다가 실질적으로는 상환 가능한 이익이 있어야만 행사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상환권이 있더라도 회사가 상환 능력이 없다면 요구해봐야 의미가 없다.


다만, 어느 정도 상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전액이 아닌 일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상환권이 존재한다고해서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VC가 상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환권

전환권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다.

VC 입장에서는 주식을 보유할 때는 배당 우선권 등 때문에 우선주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주식을 처분할 때는 보통주가 훨씬 유리하다.

특히 VC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은 기업이 인수합병(M&A)되거나,

아니면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되는 것이다.

이때 우선주보다 보통주로 전환해야 시장에서 매각이 훨씬 수월하다.


결국 상환전환우선주 투자는 이익을 쌓으면 배당 이익을 챙기고,

기대수익이 낮으면 상환권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크게 성장해 상장이 이루어지면 보통주를 전환해 매각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VC 입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통주 투자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VC는 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추가 안전장치들

여기에 더해 VC들은 리픽싱, 태그얼롱, 드래그얼롱, 경영사항 동의권·협의권, 겸업 금지, 퇴사 금지,
기업 공개 의무 등 다양한 추가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리픽싱 조항

기업 가치가 하락하거나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면,

VC는 자신이 인수한 가격보다 낮아진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주식 수를 늘리는 리픽싱 조항을 삽입한다.


예를 들어, VC는 시리즈 A 투자 당시 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100억 원으로 평가하고

10억 원을 투자해 10%의 지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시장 상황 악화나 사업 부진 등의 이유로 다음 투자 유치를 진행할 때

회사의 기업 가치가 50억 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VC는 리픽싱 조항에 따라

자기가 낸 투자금 10억 원이 여전히 ‘기업 가치 100억 기준의 10%’가 아니라,

하락한 가치(50억 기준)에서도 여전히 10%가 되도록 조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즉, 50억 원 기준으로 10억 원이면 지분은 20%가 되어야 하므로,

추가로 주식을 더 발행받아 지분율을 20%로 늘리는 방식이다.


그 결과 창업자와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고, VC의 손실은 상당 부분 보전된다.


아래 관련 뉴스 기사도 같이 읽어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https://dealsite.co.kr/articles/133090


태그얼롱

태그얼롱(Tag-along)은 제3자가 창업자의 지분만을 인수하려고 할 때,

기존 투자자들도 동일한 조건으로 본인의 지분도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외부 인수자가 창업자의 지분만 인수하려는 상황에서

VC가 태그얼롱 권리를 행사하면, 해당 인수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VC의 지분도 함께 매수해야 한다.

태그얼롱 조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

창업자가 지분을 매각할 때 투자자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로 인해. 투자자는 창업자의 매각 결정에 따라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태그얼롱은 때로 창업자의 매각 유연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인수자가 창업자의 지분만을 인수하려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지분까지 포함해야 하는 조건은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예를 들면 창업자는 인수 조건에 동의할 수 있지만

투자자는 그 조건이 본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태그얼롱 조항은 워낙 보편적인 계약 조건이라

계약 시 이 조건을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드래그얼롱

드래그얼롱은 창업자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조항이다.

지분이 훨씬 적은 VC가 창업자의 지분까지 끌어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VC가 드래그얼롱을 발동하면, 창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 매각이 진행될 수 있다.


창업자가 회사를 팔 의사가 없어도 VC가 매각을 원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조항은 삭제할 수 있다면 꼭 삭제해야하는 조항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는 이 조항이 삽입된 투자 계약서를 두번 받은 적이 있는데

한번은 삭제할 수 있었고, 나머지 한번은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여기서 팁을 하나 말해주자면, 드래그 얼롱을 비롯하여 주요 핵심 조항들은

투심을 통과한 후에 삭제를 요구하면 대부분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특정 조항들의 삭제를 요구할 때마다

VC들은 “이 조건으로 투심을 통과한 것이므로 조건을 바꾸려면

투심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하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입장에서 이 말은 내게 "이 조건을 토대로 투심을 통과시켰는데 이걸 변경하기 위해

투심을 다시 열면 투자 결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건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IR 전이나 투심 전에 드래그얼롱 등이 포함되는지 미리 확인하고,

삭제·변경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협상을 해도 불가능하다면, 아예 해당 VC 대신 다른 VC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드래그얼롱 조항을 삭제할 수 없다면, 발동 조건을 협상해보자.

예를 들면 “기업 가치가 1,000억 원 이상일 때만 발동 가능” 같은 식이다.

만약 기업 가치 1,000억 원이라는 매각 조건에 창업자도 충분히 만족한다면,

나름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경영사항 동의권 및 협의권

그 다음은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과 협의권인데 계약에 명시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VC의 동의 또는 협의를 얻어야만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다.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VC의 동의나 협의가 필요한 사항들이다.


1. 대표 이사의 선임과 해임
2. 기업이 기존에 진행해왔던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혀 다른 사업을 진행할 때
3. 기업이 대출을 받고자 할 때
4. 다른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인수를 하려고 할 때
5. 큰 비용을 지출하려고 할 때
6. 이해관계인 주식을 처분하려고 할 때


이는 기업이 무리한 리스크를 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중에 신사업 진출 등의 몇몇 조항들은 기업을 경영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결정에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도록

사전에 투자자들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하며

투자 계약의 목적은 VC가 투자 후 수익을 확보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

처음 투자 계약서를 접하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수많은 안전장치들이 다소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들은 거의 모든 VC의 표준 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이 틀을 감수할 각오가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필자와의 상담이나 의뢰를 신청할 수 있다.

https://kmong.com/gig/662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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