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투자자들로 인해 생긴 예상치 못한 문제들
투자 유치를 진행하다 보면 한 번에 다수의 VC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거나,
여러 번의 투자 유치를 거치며 다수의 투자자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한두 명의 투자자로 시작했던 관계가,
어느 순간 여러 투자자가 얽힌 복잡한 구도가 되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다수의 VC가 얽힐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수의 VC가 참여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부족한 투자금을 채우기 위해 다수의 VC를 모으는 경우,
하나의 VC로부터 목표 금액을 다 받지 못해 여러 곳을 합쳐서 맞추는 상황이다.
2️. 기업이 매력적이라 여러 VC가 동시에 몰려드는 경우
창업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수 VC가 투자를 원해 자연스럽게
다수의 VC로부터 투자가 성사되는 상황이다.
한 곳의 VC만으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다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초창기 스타트업은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 하나의 VC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여러 VC를 모아 부족한 금액을 메워야 하는데, 이는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 복잡한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은 투자금이 1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VC 쪽에서는 최소 20억 원은 있어야 사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경우다.
이럴 때 VC는 “우리는 10억까지만 투자할 테니,
나머지 10억은 다른 VC를 찾아와라”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 나는 어렵게 진지한 논의에 들어간 VC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함께 투자할 VC를 찾아오라고 하니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때는 그들이 정말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투자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끝까지 믿고 다른 VC들을 찾아 다녔다.
결국 함께 투자할 VC를 찾을 수 있었고 처음의 VC도 약속대로 투자해줬다.
그때는 당혹스러웠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 VC의 시각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단 10억 원이라도 조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 10억 원만으로는 사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부족한 자금으로 인해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되면,
투자금 전체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투자자는 애매하게 투자할 바에는
아예 투자하지 않는 편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당신이 VC에게 투자 제안을 할 때,
그들이 당신의 투자 희망 금액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까지 함께 평가한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기업이 매력적이라 여러 VC가 한꺼번에 투자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창업자에게 더 큰 자금 확보 기회가 열리지만,
한편으로는 지분 희석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내 생각엔 너무 과한 수준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많은 투자를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사업에서는 언제나 계획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게다가 막상 돈이 필요할 때는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내 경우에는 후속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 시중 자금이 얼어붙고,
기존에 약속된 투자마저 취소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 미리 확보할 수 있는 돈은 최대한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다수의 VC와 계약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각 VC마다 계약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큰 틀에서 조건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각 VC마다 자기들 펀드 규약상 양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는 보통 리드 투자사(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VC)의 계약서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VC들도 이 조건에 최대한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어느 한쪽은 조금 더 유리한 조건, 다른 한쪽은 조금 더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내 경험을 들어보겠다.
나는 한 라운드에 무려 7곳에서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보통 VC들은 자체 계약서 양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VC가 동시에 투자를 하게 되면
계약서 내용이 서로 상이하게 되므로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VC의 계약서로 통일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VC마다 상환권의 이율 등 세부 조건이 달라서,
완전히 동일한 조건으로 맞추기는 어렵다.
실제로 내가 겪었던 경우들에 대해 말해보겠다.
어떤 VC는 리드 투자사보다 낮은 상환권 이율로
계약서를 수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자기들 규약상 그 이율로만 계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다른 사례로는 회계 감사 조항이 있었다.
리드 투자사 계약서에는 없던 이 조항을,
한 VC는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나는 회계 감사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몰랐고,
이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지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나중에 이 조항 때문에 굉장히 번거로워졌다.
회계 감사는 매년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그 비용은 전부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외부 회계법인에 자료를 준비해주고 해야 하니,
그로 인해 별도로 시간을 빼서 대응해야 했다.
게다가 만약 회계 감사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발동될 수 있는 페널티 조항도 있어,
재무상태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
지금 같으면 나는 이 조항을 계약에서 반드시 빼려 할 것이다.
다만, 이 조항이 펀드 규약에 명시된 내용이라면 협상으로 빼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아예 처음부터 해당 VC를 피하거나,
조건을 충분히 인지한 뒤 각오하고 계약에 임해야 한다.
이번에는 신규 투자사와 기존 투자사들과의 계약 조건이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말해보겠다.
만약 신규 투자 계약 조건이 기존 계약보다 유리하다면,
기존 VC들이 "우리도 동일한 조건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후속 투자자의 계약서에는 드래그얼롱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기존 투자자들의 계약서에는 이 조항이 없었다.
이때 기존 투자자는
“우리도 불리하지 않게 동일한 드래그얼롱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실 거절하고 싶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위와 같이 신규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기존 투자자와 계약 조건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신규 투자사와의 계약 조건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계약 조건은 당신과 투자사 간의 비밀에 해당하므로,
제3자에게 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이 침해된 중요한 사안을 회사가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당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기존 투자자들의 신뢰와 권익보호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 간에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인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해
당신에게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다수의 투자자가 얽히면 동의권, 협의권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신규 투자 유치는 기존 투자자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만약 기존 투자자들의 동의없이 강행하게 되면 계약 위반 사유가 된다.
내가 실제로 겪었던 사례가 있다.
투자를 받은 지 5-6개월 만에 후속 투자 유치 기회가 생겼다.
이번 신규 투자는 이전보다 약 3배 규모였고,
성공하면 최소 2-3년은 자금 걱정 없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나는 당연히 기존 투자자들이 모두 동의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싶으면 필자가 이전에 적은 글을 읽기 바란다.)
하지만 한 곳이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명확히 반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동의를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동의는 서면으로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동의서를 써주지 않으니,
사실상 반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계속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기존 투자사는 투자받은지 얼마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도 싫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신규 투자자들은 투자를 결정해놓고도 집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그 사이에 낀 나는 무척 당혹스럽고 난처한 입장이었다.
만약 이 상황이 지속되면 신규 투자 유치가 취소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해당 투자자를 집요하게 설득했고,
다행히 최종적으로 동의를 받아 신규 투자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얽힌 상황에서는,
각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미리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다수의 투자자를 맞이한다는 것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물론 “투자자 수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업이 성장하면 투자자 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 수가 많아지는 상황을 피하기보다는,
이해관계가 다른 투자자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예상하고
사전에 잘 조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만약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그리고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를 잘 관리해나가길 바란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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