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력 없어도 투자받았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말하는 진짜 필요한 것

by 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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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자와 핵심 인력의 역량

이전 장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IR 자료를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IR 자료에는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할까?

먼저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투자자들이 투자를 검토할 때 알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이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대표자 및 핵심 인력들의 역량)

어떤 사업을 하는가?

이 사업이 속한 시장은 어떤가? (시장 현황 및 시장의 성장성)

현재 성과와 미래 전망은? (기업의 경쟁력 및 성장 잠재력)

기업의 EXIT 전략은? (EXIT 방안)

현재 기업의 가치는 얼마이며 얼마의 투자를 원하는가?
(기업 가치와 투자금 규모, 사용목적)


이번 장에서는 첫 번째 요소인 대표자와 핵심 인력의 역량에 대해 살펴보겠다.


핵심 인력 역량이 투자 심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대표자와 핵심 인력들의 역량은 투자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다.

많은 투자 심사역들은 비즈니스 모델보다 창업자와 핵심 인력의 역량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창업자와 핵심 인력의 역량을 투자 심사역들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창업 초기 단계의 평가 기준

창업 초기라면 아직 보여줄 수 있는 사업 성과가 적다.

따라서 핵심 인력들의 학력이나 과거 경력을 역량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창업 전 뛰어난 경력이나 성공적인 창업 경험이 있다면 투자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랑할 만한 이력을 가진 창업 팀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창업 팀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특히 창업을 꿈꾸며 일찍 창업을 선택한 경우라면 경력이 더더욱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오랜 경력을 쌓았더라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창업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 팀의 경험

우리 팀의 경우도 그랬다.

몇몇은 유명 게임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은 있었지만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들은 아니었다.

경력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진 팀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창업자와 핵심 인력들의 과거 경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력 관리와 창업 타이밍의 딜레마

여기서 잠깐 창업 타이밍에 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이상적인 시나리오

만약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신의 경력을 최대한 잘 관리할 것을 추천한다.

게임 산업을 예로 들면,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이 되어 게임을 성공시킨 후
그 성과를 함께 일군 팀과 창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현실적인 제약

하지만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성공적인 경력을 쌓는 것이 과연 의도대로 잘 될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 게임 산업을 예로 들어보겠다.

게임 산업은 매우 고도화되어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졌다.

(여전히 가능하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게임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려면 넥슨, 넷마블, 엔씨 같은 대기업에 입사해 오랜 경력을 쌓아야 한다.


게임 산업 초창기에는 수년만 경력을 쌓아도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능력과 경력이 모두 출중한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충분한 근무 경력이 쌓이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지위에 오르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간적 제약과 리스크

이렇게 되면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해도 나이가 제법 든 상태에서 창업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력만 오래 쌓이고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경력을 쌓아 현 상황이 만족스럽다면 창업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창업 타이밍에 대한 개인적 견해


빠른 창업의 장점

이런 가능성들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 창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왕 창업을 할 것이라면 경력을 고려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섣불리 창업하지 말고 충분히 준비한 후에 실행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충분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말은 맞지만, 실제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준비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면 창업 성공을 보장하는 준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굳이 준비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재무회계, HR, 정부지원사업, 각종 계약 등
사업을 영위하는 데 기초적인 내용들은 미리 파악해두면 좋다.

초보자들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잘 대처하지 못해 회사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적 준비의 중요성 - 사례

모바일 앱을 개발하여 서비스하는 사업을 하려는 창업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자체 개발자가 없어 외주용역으로 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하자.


이런 경우 개발자가 아니라면 필요로 하는 앱의 기능을 개발자 수준으로 정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태에서 외주용역으로 앱 개발을 의뢰하면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실제 서비스하기에는 하자가 있는 상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창업자가 정확하게 규정해주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외주업체에게 그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창업자금의 상당한 액수가 앱 개발에 투입되었을 것이다.

만약 개발된 앱이 서비스하기에 하자가 있어서 재개발해야 한다면

창업자는 사업 시작부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겪는 실수다.

이런 관점에서 기본적인 준비는 초보적인 실수들로

회사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에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과거 창업을 성공했던 사람들조차도 새로운 사업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며,

준비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실행할 시점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적 관점

창업 관련 통계를 보면 창업해서 바로 성공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첫 실패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2번째 혹은 3번째 창업에서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실패할 거라면 빨리 하는 게 그나마 낫고,

나이가 어릴수록 실패를 딛고 회복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은 치열한 생존 게임이라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에너지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가정까지 꾸린 상태라면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지기가 더 어려워진다.


성공 사례

내가 아는 창업자 중 대학생 때 창업한 사람이 있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2019년에 창업했고 네이버 등으로부터 큰 투자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다.


이 친구는 사업을 영위한 지 대략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0대다.

아직 과정 중에 있지만 성공한다면 아마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더 많은 날들을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보내게 될 것이다. 이른 나이에 창업했을 때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다.


결론적 관점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창업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경력이 출중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창업을 결심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력이 부족할 때의 대안 전략

창업 초기라면 현재까지 쌓아 놓은 사업 성과로 투자 심사역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과거 출중한 경력을 가졌다면 이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과거 경력만으로 투자심사역들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창업 팀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사업 성과를 최대한 창의적으로 어필해서 창업자와 팀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 팀의 전략적 접근

우리 팀의 경우 눈으로 보이는 게임의 퀄리티가 좋아서 보는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게임의 경우 게임을 개발한 회사가 서비스하는 경우도 있지만,

퍼블리셔라고 해서 게임의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있다.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같은 회사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넥슨과 넷마블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일도 병행한다.)


아무래도 이런 대기업들이 퍼블리싱하는 게임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투자 심사역들 역시 게임 회사에 투자할 때 이런 대기업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회사들에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다.


구체적인 어필 방법

우리 게임이 투자 유치 당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었지만,

퍼블리셔들이 우리 게임을 높이 평가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은 주요 퍼블리셔들도 큰 관심을 가질 정도로

우수한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객관적 입증의 중요성

물론 투자 심사역들이 이런 주장을 말만으로 믿어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 주장이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어야 했다.


보통 퍼블리셔들은 어떤 게임의 퍼블리싱을 검토하게 되면 테스트를 해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게임이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지만 평가가 좋지 않은 부분들도 많았다.

다만 우리 게임은 특히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관련해서

대부분의 퍼블리셔로부터 월등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은 여러 요소가 다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픽이 좋으면 많은 면에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입증 방법들

그래서 나는 그래픽 관련 평가들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형태의

자료를 만들어서 투자 심사역에게 제공했다.


어떤 투자 심사역은 이 주장을 실제 검증하기 위해서

직접 퍼블리셔를 찾아가 핵심 책임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도 했다.


그때 나도 그 심사역과 함께 퍼블리셔를 방문했는데,

핵심 책임자와 대화 도중 심사역이 "잠시 둘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긴장도 됐고, 솔직히 조금 불쾌하기도 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알 수 없었고,

마치 뒤에서 내 평가를 받는 기분이었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서 카페 근처를 어정쩡하게 서성이며

기다렸던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그 책임자가 투자심사역에게 우리 게임을 호평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약점에 대한 전략적 대응

다양한 입증을 통해 그래픽이 뛰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이견이 없었지만,

당연히 다른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 그래픽 제작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게임의 그래픽 제작은 게임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문제가 있어도 나중에 수정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부족한 다른 부분들은 비교적 쉽게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픽의 강점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들은 빠르게 수정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 부분에 대한 우려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다각도 검증 방법

그 밖에도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활용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남긴 의견을 통계 자료로 만들어서 제공하는 행사 참가

거기서 얻은 데이터로 주장을 입증

직접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투자 심사역들 앞에서 시연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핵심 포인트 정리

창업 초기라도 현재까지 쌓은 성과를 최대한 가공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창업 팀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장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창업자와 팀의 역량은 VC가 투자를 검토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창업 초기라면 창업자와 팀의 과거 경력이 핵심 역량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훌륭한 과거 경력이 없다 해도 현재 사업의 성과로 극복할 수 있다.

아직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좋은 경력을 쌓은 후 창업하면 투자받는 데 매우 유리하다.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에 창업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창업을 빨리 시작해서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다.

창업 팀의 역량을 과거 경력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면 현재 사업 성과를
최대한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팀의 역량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사업과 시장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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