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서 타이밍이 제일 중요한 이유
앞서 시장에 대해서 얘기했으니 이제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전자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글로싸인'이란 서비스가 있다.
종이 계약서의 불편함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십 페이지 계약서에 일일이 도장을 찍고, 계약서를 우편으로 주고받고, 보관하는 번거로움까지.
심지어 오타 하나 때문에 모든 날인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나는 한 번 VC 2곳에서 동시 투자를 받을 때 계약서 6부에 수백 번 도장을 찍어야 했다.
다 끝나고 오타를 발견해서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을 때는 손가락이 아파서 도장 찍는 힘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럴 때 전자 계약은 정말 편리하다.
PC나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계약할 수 있고, 문서 보관도 간편하다.
수익모델도 단순하다. 계약 건당 비용을 받거나 정액제로 운영하면 된다.
그런데 왜 2003년 미국에서 '도큐싸인'이 성공했을 때, 한국에서는 같은 서비스가 성공하지 못했을까?
사업은 필요성과 솔루션(제품/서비스), 수익모델의 방정식이다.
이 세 요소가 완벽해도 시장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실패한다.
한국에서 전자계약이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건 최근의 일이다.
국내 1위 '모두싸인'은 2015년 창업해서 8년째 시장을 개척했지만 2022년까지도 적자였다.
시장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었다.
반면 '글로싸인'을 만든 '글로핸즈'는 2018년 창업해서 창업 1년 만에 60억 원에 인수됐다.
3년 늦게 시작했지만 시장이 무르익은 타이밍을 잡았기 때문이다.
https://kr.aving.net/news/articleView.html?idxno=1585910
만약 당신이 2000년대 한국에서 전자계약 서비스를 창업했다면?
전자계약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실패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환경보호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비로소 한국 시장도 무르익었다.
아무리 완벽한 솔루션도 사회적 분위기나 인식을 일개 스타트업이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창업 초보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도용될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아이디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투자자도 아이디어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검증됐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간혹 기껏 문제는 잘 찾아놓고 황당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도장 찍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장 찍는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잘 찾았지만 솔루션이 황당하다.
전자계약 시장이 활성화되면 유물이 될 운명이다.
이렇듯 문제는 잘 찾아 놓고 솔루션은 엉뚱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가 꽃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었는가이다.
그렇다면 언제가 적절한 시장 진입 타이밍일까?
솔직히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000년대에도 분명 전자계약의 시대가 왔다고 믿었던 창업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이미 성공 사례가 나왔고,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미국보다도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아마 조용히 사라졌을 것이다.
시장 진입 타이밍을 가늠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막대한 투자를 하기 전에 최소한의 기능만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장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감만 믿고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다.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누군가가 시장을 검증한 후에 진입하는 전략이다.
'글로싸인'이 바로 이 케이스다.
시장은 검증됐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클 때 유효하다.
구글은 검색엔진 후발주자였지만 시장을 장악했고,
네이버도 최초는 아니었지만 국내 1위가 됐다.
먼저 시작한다고 반드시 1등이 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의 개척자가 되기보다는 어느 개척자에 의해 시장은 검증됐으면서
여전히 성장 잠재성이 큰 시장을 노려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글로싸인'이 투자받기 쉬웠던 이유를 보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필요성: 종이 계약의 불편함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명확한 솔루션: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계약,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
이해하기 쉬운 수익모델: 계약 건당 비용 또는 정액제
해외 성공 사례 존재: 미국 도큐싸인의 성공으로 시장 검증 완료
이런 사업은 '엘리베이터 피치'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짧은 시간에 필요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VC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증거를 원한다.
게다가 투자 결정은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성공 사례가 있다면 다수를 설득하기 용이하다.
개척자의 어려움:
성공 사례가 없어 투자 유치 결정에 필요한 근거 부족
다수를 설득하기 어려움
후발주자의 유리함:
선발주자가 시장의 존재와 성과를 이미 입증
더 이상 시장 존재를 증명할 필요 없이, 선발주자보다 뛰어나거나 차별화 요소가 있다는
사실만 설득하면 됨
내 경우에도 우리 게임과 유사한 A게임이 성공한 사례를 적극 활용했다:
"우리 게임은 A게임보다 여러 측면에서 뛰어나고, 퍼블리셔들이 그 대항마를 원하고 있다"
"A게임은 천 몇백억에 인수됐고, 성과만 검증된다면 우리도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다"
물론 VC가 그 말을 덜컥 믿지는 않는다.
그래서 게임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직접 비교하고, 심사역들이 직접 플레이해서 차이를 체감하게 했다.
VC는 퍼블리셔들을 직접 방문해서 우리 게임이 정말 A게임의 대항마인지까지 검증했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설득 과정이 훨씬 수월했다.
아무리 완벽한 아이디어(필요성 + 솔루션 + 수익모델)도 시장이 준비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MVP나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투자 유치 관점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진입한 후발주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사업 구조가 단순하고 명쾌할수록 투자받기 쉽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꽃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었는가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사회적 분위기나 인식을 일개 스타트업이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사업은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
필자는 크몽을 통해 투자 유치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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